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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접견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 김여정과 악수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접견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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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정권 내내 극심한 갈등상태였던 남북관계에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화해 분위기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로 나선 김여정 노동당 제1위원회 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고위급 대표단의 10일 청와대 접견․오찬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청와대 본관 건물 현관에서 북측 대표단을 맞이해 접견실로 안내했고, 뒤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접견실에 들어왔다.

문 대통령이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부부장에게 "(어제) 밤늦게까지 고생하셨다. 추운데 괜찮으셨냐"고 물었고, 김부부장은 "대통령께서 마음을 많이 써주셔서 괜찮았다"고 화답했다.

이어 방명록 작성과 기념사진 촬영이 진행됐다. 김 부부장은 "평양과 서울이 우리 겨레의 마음속에서 더 가까워지고 통일 번영의 미래가 앞당겨지기를 기대한다"고 적었고, 김 상임위원장은 "통일 지향의 단합과 확신의 노력을 기울려(기울여) 나감이 민족의 념원(염원)이다"라고 썼다.

곧바로 이어진 접견에서 김 부부장은 문 대통령에게 "문 대통령을 이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하신 시간에 북을 방문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요청을 전달했다. 3차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고 답했다. 이번 북측 고위급 대표단의 최대 임무이자, 방남 일정의 하이라이트였다.

일단 큰 숙제 하나를 끝낸 양측은 오찬에서 자유롭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아래는 청와대가 공개한 오찬 대화 전문.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남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오찬을 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하는 김여정 '환한 웃음'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남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오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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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건배사) 오늘 이 자리(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남북에 거는 기대가 크다. 어깨가 무겁고, 뜻깊은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건배사를 하겠다. '남북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하여'.

김영남 상임위원장: 우리들을 따뜻하고 친절하게 환대해줘 동포의 정을 느낀다. 불과 40여 일 전만 해도 이렇게 격동적이고 감동적인 분위기(가) 되리라 누구도 생각조차 못 했는데 개막식 때 북남이 함께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역시 한 핏줄이구나 라는 기쁨을 느꼈다. 올해가 북남관계 개선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문 대통령: 금강산과 개성만 가보고 평양은 못 가봤다. 금강산 이산상봉 때 어머니를 모시고 이모를 만나러 간 적이 있다. 개성공단도 가봤다. 10.4 정상회담 때 노무현 (전)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총괄 책임을 지고 있었다. 백두산 관광도 합의문에 넣었는데 실현되지는 않았다. 오늘의 대화로 평양과 백두산에 대한 기대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김여정 "빠른 시일 내에 평양에서 뵀으면 좋겠다"

김여정 부부장(김정은 국무위원장 특사): 빠른 시일 내에 평양에서 뵈었으면 좋겠다. 문 대통령께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님을 만나서 많은 문제에 대해 의사를 교환하면 어제가 옛날인 것처럼 빠르게 북남관계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께서 통일의 새장을 여는 주역이 되셔서 후세에 길이 남을 자취를 세우시길 바란다.

문 대통령:(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서훈 국정원장을 소개하면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때 북을 자주 방문했던 분들이다. 제가 이 두 분을 모신 것만 봐도 제가 남북관계를 빠르고 활발하게 발전시켜 나가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조명균 장관: 김영남 위원장이 1928년생이고 2월 4일생이다.

문 대통령:(김영남 위원장에게) 제 어머니가 1927년생이다. 대통령 되는 바람에 자주 찾아뵙지를 못하고 있다. 아흔을 넘기셨는데 뒤늦게나마 생신 축하한다. 건강관리 비법이 뭐냐.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라.

김영남 위원장: 조국이 통일되는 그날까지 건재했으면 한다.(웃음)

문 대통령: 저는 등산과 트래킹을 좋아하는데 히말라야 5,900M까지 올라갔다. 젊었을 때 개마고원에서 한 두달 지내는 것이 꿈이었다. 저희 집에 개마고원 사진도 걸어놨었다. 그게 이뤄질 날이 금방 올 듯 하더니 다시 까마득하게 멀어졌다. 이렇게 오신걸 보면 맘만 먹으면 말도 문화도 같기 때문에 쉽게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

문 대통령 "개마고원에서 한두 달 지내는 게 꿈이었다"

김여정 특사: 이렇게 가까운 거리인데 오기가 힘드니 안타깝다. 한 달 하고도 조금 지났는데 과거 몇 년에 비해 북남관계가 빨리 진행되지 않았나. 북남 수뇌부의 의지가 있다면 분단 세월이 아쉽고 아깝지만 빨리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 (김여정 특사에게) 개막식을 본 소감이 어떠시냐.

김여정 특사: 다 마음에 든다. 특히 우리 단일팀이 등장할 때가 좋았다.

문 대통령: 처음 개막식 행사장에 들어와 악수를 했는데 단일팀 공동입장 때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다시 축하 악수를 했다.

김영남 위원장: 체육단이 입장할 때 정말 감격스러웠다. 역사를 더듬어보면 문씨 집안에서 애국자를 많이 배출했다. 문익점이 붓대에 목화씨를 가지고 들어와 인민에게 큰 도움을 줬다. 문익환 목사도 같은 문씨이냐?

문 대통령: 그렇다. 그 동생분인 문동환 목사를 지난해 뵈었다. (천안 호두과자가 후식으로 나오자) 이 호두과자가 천안지역 특산 명물이다. 지방에서 올라오다 천안역에서 하나씩 사 왔다.

김영남 위원장: 건강식품이고 조선 민족 특유의 맛이 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임종석 "오징어․낙지 남북한이 정반대"...김여정 "그것부터 통일해야"

임종석 비서실장: 남북한 언어의 억양이나 말은 어느 정도 차이가 있지만 알아들을 수 있는데 '오징어'와 '낙지'는 남북한이 정반대더라.

김여정 특사: 우리와 다른데 그것부터 통일을 해야겠다.(웃음)

김영남 위원장: 남측에서 온 분을 만났더니 할머니에게 함흥 식해 만드는 법을 배웠고, 그래서 많이 만들어 먹는다고 하더라.

문 대통령: 우리도 식해를 잘 만드는데 저는 매일 식해를 먹고 있다. 함경도는 김치보다 식해를 더 좋아한다.

김영남 위원장: 남측에서도 도별로 지방 특색 음식이 있겠죠?

문 대통령: 그렇다. 향토 음식이 다양하게 있다.

오찬 후 헤어진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특사·김영남 상임위원장은 이날 저녁 강릉대 관동하이스 하키장에서 스위스에 맞선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을 함께 응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측대표단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10일 오후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대 스위스 경기가 열리는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응원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문 대통령옆은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
▲ 단일팀 응원 중 얘기나누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남, 김여정 문재인 대통령과 북측대표단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10일 오후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대 스위스 경기가 열리는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응원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문 대통령옆은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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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문재인, #김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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