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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을 하루 앞둔 평창동계올림픽의 안전 관리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노로 바이러스 감염, 열악한 근무여건 등으로 고초를 겪고 있는 민간안전요원들은 안전과 직결되는 안전관리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평창동계올림픽 보안근무요원 안전교육 문제 관련 자료
 평창동계올림픽 보안근무요원 안전교육 문제 관련 자료
ⓒ 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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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에는 약 1000여 명의 민간안전요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와 계약한 아웃소싱전문업체 유니에스가 고용, 관리하고 있다.하지만 유니에스는 민간안전요원들을 대상으로 한 안전 교육은 물론 임무 매뉴얼 숙지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마이뉴스>가 만난 안전요원들은 우선 "임무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하는 과정 자체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유니에스 측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민간안전요원 임무 매뉴얼'이라고 명명된 소책자를 민간안전요원들에게 배포했다. 이 안에는 민간안전요원 임무, 민간안전요원 준수사항, 민간안전요원 세부임무 등이 기재되어 있다.

반입금지품목도 제각각... 평창안전요원들 '혼란'


그러나 안전요원 A씨는 "유니에스 측은 해당 책자를 나눠주면서 이 소책자에 안전 임무의 주요 가이드라인이 써있다는 기본 사실조차 설명하지 않았다"며 "안에 있는 내용에 대해 세세한 숙지 교육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소책자를 아예 받지 못한 요원도 있었다. 현장 용어도 제대로 교육받지 못해서, 전달사항을 듣고도 이해 못하는 요원이 있어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요원들은 교육 시간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실무적으로 중요한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장에서 사용해야 할 장비(금속탐지기, X-RAY 등)에 대한 교육이 부실했다고 입을 모았다.
민간안전요원 중 일부 인원은 입소 전 김포공항 등에서 현장 사용 장비에 대해 어느 정도 교육을 받았지만, 나머지 대부분 인원은 입소 후 받은 교육이 전부였다. 안전요원 B씨는 "교육 시간은 장비별로 30분도 채 되지 않았다. 교육시간 대부분이 이동 및 대기 시간으로 채워졌다"고 말했다. "대규모 인원을 두 조로 나누어 교육했고, 실습도 당연히 없었다"고 덧붙였다. 아예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12일 앞둔 지난 1월 28일 오후 각국 취재진이 속속 모이기 시작한 평창 알펜시아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담당자들이 보안검색을 하고 있다.
▲ 매뉴얼대로 꼼꼼히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12일 앞둔 지난 1월 28일 오후 각국 취재진이 속속 모이기 시작한 평창 알펜시아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담당자들이 보안검색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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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한 장비와 현장에서 인수인계 받은 장비의 모델이 다른 경우도 있었다. 안전요원 C씨는 "교육을 이수했지만, 교육받은 장비와 다른 장비를 받아서 직접 이것저것 눌러보면서 익혀야 했다"고 밝혔다. 장비 구동부터 사용법까지 즉석에서 익히는 경우가 많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그는 "현장에 내팽개쳐진 기분이었다"고 덧붙였다.

안전요원 D씨는 현장에서 일어난 해프닝을 털어놓기도 했다. X-RAY 판독기에 부착되어 있는 고무 필터에 출입자의 소지품이 걸렸다. 고무 필터가 너무 뻣뻣한 탓이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일일이 손으로 물건을 판독기 안으로 밀어넣었다. 그러나 검색대의 X-RAY가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전해들었다. "그럼 물건이 걸렸을 때는 어떻게 하느냐?"는 D씨의 질문에 돌아온 관리자의 대답은 "알아서 하라"였다.

뿐만 아니라 반입물품금지 리스트도 제대로 공지 받지 못해 혼선이 빚어졌다. 특히 현장 공사가 덜 마무리된 곳에서는 공사 현장 인력과 안전요원 사이의 실랑이까지 벌어졌다. 관리 책임자들은 현장 요원들에게 "유도리(융통성) 있게, 알아서 해라"라며 일임했다. 매뉴얼 첫 장에 쓰여 있는 '물경소사(아주 작은 일이라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소극침주(작은 틈 하나가 큰 배를 침몰시킨다)'는 말이 무색해지는 경우였다.

핸드 스캐너를 옷 위에 밀착해서 작동시켜야 하는지, 아니면 몇 cm 이상 떨어져서 스캔해야 하는지 같은 세부규정도 전달되지 않았다. 겉옷을 벗고 보안검색대를 통과해야 하는지, 입고 통과해도 되는지에 관해 통일된 규정도 없었다. 결국 검색대별로 규정은 다르게 적용됐고, 인원이 교대되면 또 다른 규칙이 적용됐다. 현장에서의 불만과 불편은 높아졌다. 이에 대한 유니에스 측 현장팀장의 대응은 "베뉴(시설 및 구역)별로만 말을 맞춰라"였다.

이러던 차에 노로 바이러스 감염건이 터졌다. 현재 대부분의 민간안전요원들은 기존 숙소에 '유급 대기' 상태다. 질병관리본부의 전수조사가 진행됐고, 내일(9일) 오후 검사 결과에 따라 민간안전요원들의 현장 투입 여부가 결정된다. 민간안전요원들의 빈자리는 긴급 투입된 군 병력이 대신하고 있으나, 이들에 대한 안전교육 여부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유니에스 측 "전문인력 아니어서 부족한 점 있을 수도"

유니에스 측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1차로 이수교육, 짧게나마 2차로 대강당에서 교육을 진행했다"라면서 "모집된 인원들 상당수가 경비 업무 경력이 있는 전문인력이 아니라 대학생이기 때문에 이런 교육이 다소 부족했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이 일부 소홀했을 수 있음을 인정한다"면서도 "전원이 시뮬레이션도 하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으면 좋았겠지만, 조직위와 계약하여 대리 관리하는 현장 업체의 현실적인 어려움 탓에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고 답했다.

안전교육 미비에 대한 현장 요원들의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유니에스 측은 뒤늦게 직무교육 관련 '동영상' 링크를 요원들에게 보내 숙지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그:#평창동계올림픽, #민간안전요원, #매뉴얼, #유니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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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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