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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한겨레>의 영문 사설 하나 때문에 백악관이 난리가 났습니다. 백악관 대변인이 나섰고, 외신 기자 사이에서도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정리해봤습니다.

'발단: 한겨레, 대북 타격 작전은 선거 때문'

한겨레의 <무모하기 그지없는 ‘코피 전략’, 거론조차 말아야>한다는 사설을 번역해 보도한 한겨레 영문판
 한겨레의 <무모하기 그지없는 ‘코피 전략’, 거론조차 말아야>한다는 사설을 번역해 보도한 한겨레 영문판
ⓒ 한겨레 영문판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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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일 <한겨레> 영문판에는 < Trump's "bloody nose" strategy must be completely off the table>이라는 제목의 사설이 올라왔습니다. <무모하기 그지없는 '코피 전략', 거론조차 말아야>라는 한겨레 사설을 번역한 기사입니다.

<한겨레> 사설은 북한의 핵 시설 등을 타격하는 '코피 전략'을 설명하며, 빅터 차 내정자의 지명 철회가 대북 강경파와 관계가 깊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한겨레>는 강경파가 탄핵까지 거론되는 트럼프 정권의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대북 타격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이 최근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과의 비공개 모임에서 '제한적 대북 타격이 중간선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도 전해진다."(한겨레, 2018년 2월 1일) 

<한겨레>는 '매슈 포틴저 NSC 보좌관이 대북 타격이 선거에 도움이 된다는 발언을 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만약 <한겨레>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전쟁을 선거에 이용하려고 한 트럼프 정부는 큰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개: 월스트리트 서울지부장, 트럼프 정권 선거 때문에 전쟁 이용'



월스트리트저널 서울지부장은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이 대북 타격이 선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도한 한겨레 영문판 사설 내용을 트위터에 공유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서울지부장은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이 대북 타격이 선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도한 한겨레 영문판 사설 내용을 트위터에 공유했다
ⓒ 트위터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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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은 외신 기자 사이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진짜로 매슈 포틴저가 모임에서 '대북 타격이 선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면 엄청난 정치적 이슈이기 때문입니다.

<월스트리저널> 서울지부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대북 타격이 선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한겨레>기사를 인용하고 링크까지 공유했습니다. 곧바로 많은 트위터리안들이 이 트윗을 공유했고, 트럼프 정권을 비난하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위기: 백악관 대변인, 그런 일 절대 없다. 무책임한 내용'



백악관 대변인이 월스트리트저널 서울지부장의 트위터 내용을 반박했다는 미국 언론 기사 (좌) 월스트리트저널 서울지부장은 매슈 포틴저 발언을 검증 없이 보도한 한겨레 기사를 공유한 것은 실수였다며 삭제했다.(우)
 백악관 대변인이 월스트리트저널 서울지부장의 트위터 내용을 반박했다는 미국 언론 기사 (좌) 월스트리트저널 서울지부장은 매슈 포틴저 발언을 검증 없이 보도한 한겨레 기사를 공유한 것은 실수였다며 삭제했다.(우)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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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 서울지부장의 트윗은 백악관 대변인이 언급하는 사건으로 확대됐습니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조나단 쳉  서울지부장의 글을 리트윗하면서 '절대 그런 일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포틴저는 두 번이나 참전했던 해병 출신으로 군사적 행동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무책임한 내용을 말하면서 나에게 코멘트 요청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조나단 쳉 월스트리트저널 서울지부장은 기존 트윗을 삭제하면서 실수였다고 밝혔습니다. 조나단 쳉 지부장은 "NSC에서는 이 보도가 '근거 없고(unsourced) 출처가 불명확하며(unbylined) 거짓(untrue)'이라고 반박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결말: 근거 없는 보도다'



외신기자와 트위터리안은 이번 사건을 전혀 근거 없는 보도이자, 번역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외신기자와 트위터리안은 이번 사건을 전혀 근거 없는 보도이자, 번역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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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이 보도되자 안나 파이필드 <워싱턴 포스트> 도쿄 지부장도 트위터에 언급했고, 이후 '전혀 근거 없는 보도'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4년간 한겨레와 조선일보를 번역했다고 밝힌 한 트위터리안(@oranckay)은 '한겨레에서 번역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더 컸다'라며 '따옴표를 지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백악관은 매튜 포틴저가 '대북 타격이 선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는 <한겨레>의 보도 내용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즉,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발언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고, 번역 과정의 오류 때문에 논란이 더 커진 것 같기도 합니다. 다만, CNN은 포틴저 선임 보좌관이 '코피 전략'의 지지자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전쟁보다는 평화가 중요하다'는 사설에 담긴 뜻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번 해프닝을 보면서 언론이 문제적 발언에 대한 검증 과정을 꼼꼼하게 거친 것이 맞는지, 아쉬움이 남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정치미디어 The 아이엠피터 (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한겨레, #외신, #백악관 대변인, #코피작전,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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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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