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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은 남극에서 삽니다. 헤엄을 잘 치고 물고기를 즐겁게 잡아서 먹어요. 펭귄은 서로 무리를 지어 알뜰히 아낍니다. 바다를 갈라 헤엄을 치며 물고기를 잡아서 먹을 뿐, 이 지구라는 별 한켠에서 조용하면서 곱게 살림을 짓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남극 펭귄 무리에서 어느 펭귄 한 마리가 무리에서 똑 떨어진다고 해요. 여느 때처럼 물고기를 잡아서 즐겁게 먹으려 하는데, 펭귄 한 마리가 선 얼음조각이 '쩌저적' 갈라졌다지요.

홀로 떨어지려는 펭귄 한 마리는 깜짝 놀란답니다. 그런데 있지요, 펭귄은 워낙 헤엄을 잘 치니 이런 일은 안 일어난다고 여길 수 있어요. 무리하고 떨어질라 싶으면 바다에 풍덩 뛰어들어 날렵하게 헤엄을 쳐서 제자리로 돌아가면 되거든요.

그렇지만 때로는 어느 펭귄은 깜짝 놀란 나머지 바다로 풍덩 뛰어들어 헤엄을 치면 된다는 생각을 못할 수 있어요. '쩌저적' 갈라져서 홀로 떨어진 얼음조각에 서서 멍하니 있다가 아차 하고 때를 놓칠 수 있어요.

또는 다른 까닭이 있을 수 있지요. 헤엄을 치면 손쉽게 무리로 돌아가지만, 얼음조각이 '쩌저적' 갈라진 김에 머나먼 바닷길을 나들이해 보자고 여길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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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우 님이 빚은 그림책 <쩌저적>(북극곰 펴냄)은 남극에서 남미 아래쪽을 거쳐서 태평양 한복판 어느 섬까지 나들이를 다녀온 펭귄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다만 이 그림책에 나오는 이는 사람 아닌 펭귄이니, 그림책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말' 한 마디 흐르지 않습니다.

그저 펭귄으로서 겪거나 보거나 느낀 이야기를 펭귄 낯빛으로 보여주어요. 오로라를 보고서 아름다운 빛결에 사로잡힌 느낌을 보여주고, 사람이 지은 엄청나게 큰 건물을 보고서 놀란 느낌을 보여줍니다. 차츰 더운 바다로 흐르면서 얼음조각이 작아질 적에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이는 느낌도 보여주지요.

어쩌면 얼음조각 펭귄은 헤엄을 못 칠 수 있어요. 펭귄이라면 헤엄을 잘 친다지만, 이 펭귄 가운데 헤엄을 못 치는 아이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헤엄을 못 치는 펭귄이기에 이웃 펭귄이나 동무 펭귄이 기꺼이 먹이를 잡아서 이 펭귄한테 건넬는지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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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에서 갑작스레 떨어져 나가면 놀라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다면 새로운 길을 나설 수 있어요. 나 혼자 무리에서 떨어졌다는 생각에 빠져 슬픔만 생각한다면 오로라를 보고도 아름다움을 못 느낄 테고, 사람살림을 구경하며 재미난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할 테지요.

그림책 <쩌저적>은 저마다 달리 받아들여서 누릴 수 있습니다. 그냥 펭귄 이야기로 여길 수 있고, 펭귄이 얼마나 헤엄을 잘 치는데 터무니없는 줄거리라고 여길 수 있어요. 새로운 길을 나서 보면서 새로운 여러 가지를 지켜보고 배우는 씩씩한 아이 모습을 헤아려 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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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 모든 아이는 어버이 곁에서 사랑을 받고 보살핌을 받으면서 자라요. 이러다가 어느 날 어버이 손길이 없이도 씩씩하게 꿈을 펴거나 이루는 길로 나아갈 수 있어요. 홀로 있기에 외롭다고 느낄 수 있지만, 혼자서 야무지게 모든 일을 척척 해낼 수 있어요.

그림책에 나오는 펭귄처럼 누구나 처음에는 깜짝 놀랄 수 있으나,"어디 한번 부딪혀 볼까!" 하는 당찬 마음이 되어 본다면 좋겠어요. 마음을 튼튼히 다스리면서 우리는 새꿈을 이루고 새길을 열며 새노래를 부를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쩌저적>(이서우 / 북극곰 / 2018.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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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사전 편집자로 일하면서, 전남 고흥에서 <사전 짓는 책숲집 '숲노래'>를 꾸립니다.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읽는 우리말 사전》《골목빛》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