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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군함도 피해자 고 최장섭 할아버지가 향년 92세의 연세로 별세하셨다. 최장섭 할아버지는 1943년 16세의 어린 나이로 군함도에 강제 징용되서 약 3년 동안 가혹한 노동 착취를 당했고, 근 20년간 군함도 피해자들의 아픔을 세상에 알리고자 노력했다. 우리겨레하나되기 서울운동본부는 23일 서울 용산역 광장에 최장섭 할아버지를 추모하는 추모관을 설치했고, '할아버지의 용기 있는 증언이 잊고 있던 과거 역사를 현재로 불러왔다.', 강제 징용 노동자상을 오가는 시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밝혔다.

2015년 7월 14일, 일본은 메이지 시대 산업화의 큰 기반이 된 '하시마 섬'(아래 군함도)를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하는데에 성공했다. 군함도에서 자행된 조선인들에 대한 가혹한 노동행위에 대한 언급을 빼놓은 일본 정부의 입장에 대해서 대한민국 정부의 반발에 일본 정부는 가혹한 노동착취에 관한 내용을 'forced to work'라는 표현을 통해 언급하겠다고 말했고, 한국 정부는 순응했다. 군함도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그러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자마자 일본은 말을 바꿨다. 'forced to work'라는 표현의 모호성을 가지고 강제노역징집에 대한 언급을 번복했으며, 가혹한 노동착취 행위를 부정하였다. 이는 대한민국을 분노케 했으며, 용기를 내 자신이 과거 당했던 부당한 노동 착취를 고백한 군함도 징용 피해자 할아버지들의 마음에 상처를 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런 일본의 반응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고, 이는 네티즌들의 많은 비난을 받았다.

군함도는 여전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서 인정받고 있다. 수많은 해외 관광객들이 군함도의 모습을 구경하러 간다. 군함도를 소개하는 일본 관광 가이드들은 군함도를 통해서 일본의 산업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당시 일본의 기술력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설명하는 데 열중한다. 군함도 어느 곳에서도 조선인 노동자들이 강제로 가혹한 노동착취를 당했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최장섭 할아버지가 별세했다는 소식에 안타까워할 틈도 없이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아베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2015년 12월 28일에 합의된 한·일 위안부 재협의는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아베 총리는 22일 소집된 정기 국회에서 종전에 사용하던 '중요한 이웃'이라는 표현을 삭제하는 방법을 통해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추가조치 요구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이번 아베 총리의 방한이 상징하는 의미가 크다. 대한민국 정부는 아베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강력한 입장을 내세워야 한다. 100억 엔이라는 터무니없는 금액과 공식 사과도 없이, 피해자들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합의를 체결했던 이전 정권과는 다르게, 확실히 대한민국 국민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 결코, 돈으로, 몇 마디 말로 위로될 수 없는 과거 식민지배 피해자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

국민들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군함도, 위안부, 그리고 수많은 역사의 피해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 어떤 순간순간마다 생각하고, 잠시 관심 가졌다가, 시간이 흐르면 잊히는 악순환을 끊고 평소의 일상에서, 생각하고 피해자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입장을 대변하기 위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야 한다. 지난겨울 대한민국은 합심한 국민의 힘을 볼 수 있었다. 최고 권력자까지 내려오게 할 수 있는 집단의 힘을 이 사회의 낮은 사람들을 위해서 사용했을 때, 그것이 줄 영향력은 엄청나다.

최장섭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이제 군함도 피해자는 5명이 남았다. 25일 중국에 거주하는 또 한 분의 위안부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14명이 남았다. 한국에 거주하는 위안부 할머니는 31명이다. 지난해에만 8분의 피해자가 돌아가셨다. 해를 거듭할수록 피해자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위로받지 못한 채 눈을 감으신다. 당신의 자손들만은 자신들 같은 비참한 현실에서 살지 않게 하기 위해 고통과 슬픔을 겪으며 평생을 살아오신 분들에게, 그 아픔을 용기를 내 드러내신 분들을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삶의 태도는 무엇일까. 개인적 차원에서, 국가적 차원에서, 그리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과거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아물게 할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태그:#군함도 피해자, #최장섭 할아버지 별세, #아베 방한, #평창 동계 올림픽, #역사문제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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