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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1월 25일 오후 2시 30분

면허 : 행정 기관이 어떤 사람에게 특정한 일이나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문서
자격 : 각 분야에서 일정한 능력을 갖춘 사람에게 그 능력을 인정해 주는 증명서

면허증과 자격증의 차이는 무엇일까? 아무리 곰곰이 생각을 해봐도 둘의 차이를 명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가장 많은 면허는 자동차운전면허일 것이다. 대부분의 성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고 설령 장롱면허라 해도 운전면허는 누구나 가지고 있기에 우리나라 면허증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이 가진 면허증일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깊게 생각해보면 이 두 단어에서도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인(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조산사. 간호사)은 모두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장관의 면허를 받는다. 또한 사람을 다루는 직업인 의료기사(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치기공사. 치위생사)도 의료인과 같이 면허를 받는다. 의료기사에서 빠진 의무기록사나 안경사도 당연히 면허증을 받는다. 의료기사 등에 포함이 되어.

하지만 비슷한 일(사람의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는 간호조무사와 응급구조사는 면허증을 받지 못하고 자격증을 받는다. 응급구조사에게 면허를 주지 않는 것은 응급구조는 위급한 상황일 때 누구라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면 간호조무사는 1967년부터 1973년까지는 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다가 1974년부터 시·도지사의 자격을 받았다. 뚜렷한 이유도 없이 이렇게 장관 면허에서 시 · 도지사의 자격을 받다가 지난 2017년 의료법 개정으로 인해 다시 복지부장관의 자격으로 격상 되었으나 명칭은 면허가 아닌 자격으로 사용되고 있다. 의료기사와 간호조무사를 보건의료인이라고 한다. 모든 보건의료인이 장관의 면허를 받으나 간호조무사만이 장관의 자격을 받는다.

차이가 있다면 의료인과 보건의료인 중 유일하게 간호조무사만 대학교(전문대학 포함) 졸업이 아니라는 것인데 운전면허 취득자는 초등학교 졸업자도 시험에 합격만 하면 면허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이 기준에 맞추어도 간호조무사에게 면허증이 아닌 자격증이 부여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자동차운전자에게 자격이 아닌 면허를 주는 이유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일이기에 신중을 기하고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함이라면 간호조무사 역시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소중하고 고귀한 직업이다. 운전자와 다를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보건의료기관 중 간호조무사가 근무하지 않는 곳은 없다. 공공영역의 보건소나 보건진료소를 비롯해서 대형병원까지 모든 보건의료기관에서 환자들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간호조무사임에도 대학 졸업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차이을 둔다면 우리나라 보건정책은 후진국 수준이다.

이런 폐단을 없애기 위해 간호조무사들은 전문대학에 학과를 개설해 달라고 수 없이 국가에 요청했지만 번번이 묵살 당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간호사 밥그릇 뺏는 없어져야 할 사람취급 받으며 3D 업종에서 일하고 있다. 복지부와 교육부는 알면서도 묵과하고 있고.

간호조무사가 대학을 가면 안되는 이유는 헌법에도 의료법에도 없다. 간호학 전공이 아닐 뿐 간호조무사 출신 학사는 말 할 것도 없고 석· 박사도 많다. 단지 학위가 간호학이 아니라는 것 뿐. 세상에 간호조무학은 없다. 간호조무사가 대학을 가서 배워야 하는 학문도 결국은 간호학일 것이다. 다만 얼마나 깊이 있게 배웠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지금의 간호조무사들이 간호학원에서 배운 것도 간호학이다. 하지만 1년을 배운 간호학에 대학 학점인정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학에 학과가 없기 때문.

모든 보건의료인이 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간호조무사는 자격을 받고 있다. 이는 같은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에 대한 차별이며 직업에 대한 차별이다. 발의 되었다 철회되기를 반복하고 있는 차별금지법이 언제쯤 발의될지, 국가인권위원회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궁금하다. 차이와 차별은 다르다. 당연히 면허와 자격도 다르다.  

덧붙이는 글 | 윤강 기자는 간호조무사입니다.



태그:#면허와 자격 , #차별금지법 , #간호조무사, #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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