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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를 쓰면서 저본으로 삼은 《논어》는 미야자키 이치사다 선생의 번역본입니다. 특히 동양고전은 좋은 번역본을 찾아내는 게 관건입니다.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를 쓰면서 저본으로 삼은 《논어》는 미야자키 이치사다 선생의 번역본입니다. 특히 동양고전은 좋은 번역본을 찾아내는 게 관건입니다.
ⓒ 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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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깝다, 밉다, 애통하다'

<논어>를 아이들과 한번 읽어볼까 고민중입니다. 어렸을 적에 할아버지께 <논어>를 배웠거나, 아이가 어릴 때 <논어>를 함께 읽었다는 글을 적지 않게 보았죠. <논어>를 함께 읽지 않더라도 <논어>의 장면을 떠올리면서 아이와 생활하려고 노력합니다. 논어는 감정대화의 보물섬이기 때문입니다. 졸저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에서는 '자연스러운 즐거움'을 소개했습니다. 이 또한 한 감정이죠. 이 글에서는 부정적인 감정을 소개할까 합니다.

"너는 고삭 례에 희생할 양 한 마리가 아까우냐, 나는 소중한 전통이 더 아깝다."

고삭의 예는 중국 문화의 뿌리와도 같은 주(周)나라 때 매월 초하루마다 천자가 제후들에게 달력을 나눠주면서 하던 예식을 말합니다. 천자의 힘이 약해지니 '고삭'의 예도 유명무실해져서 공자 당시에는 허울만 남았죠.

상인 출신의 합리주의자 자공이 유명무실한 고삭의 예식에 괜시리 양만 죽이는 것을 보고 공자에게 한탄했죠. 맹자도 군자는 생명이 죽는 것을 안타까워한다고 했으니 눈앞에서 생명이 죽는 게 얼마나 속상했을까요? 하지만 공자는 양을 한마리 살리기 위해서 껍데기만 남은 예식을 폐기한다면 과거와의 뿌리가 단절된다고 걱정했습니다. 사람들이 소중한 문화의 가치를 깨달아 전통을 되살리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죠. 이 구절은 논어에서 가장 슬펐습니다. 공자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것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래서 나는 말 잘하는 놈들이 미워."

자로가 공자학교의 후배를 공직에 추천하려고 하자 스승이 불쾌감을 나타냈습니다. 남의 자식 신세 망칠 일 있냐며 진노했죠. 자로는 스승이 너무 이상에 치우쳐 있다고 생각하던 차에 후배의 공직 추천 사건으로 폭발했습니다.

스승과 나이 차가 얼마 나지 않은 자로는 대놓고 반항합니다. 꼭 책으로만 공부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사람을 지도하고 국가 일을 하는 것도 큰 공부 아니냐고. 이 말끝에 공자의 위 말이 나왔습니다.

"그래. 애통했지. 이 사람이 아니라면 내가 누구 앞에서 애통하게 울 수 있을까?"

공자가 말한 '이 사람'은 안연을 말합니다. 향년 서른둘. 공자의 학문을 온전히 후세에 전할 것으로 기대됐던, 촉망받는 젊은이는 위생과 복지가 전무한 시대에 희생되고 말았습니다. 안연의 죽음을 누구보다 애통하게 생각한 사람은 맹자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공자께서 돌아가신 뒤로 백년 남짓도 되지 않았고, 공자님의 땅에서 여기까지의 거리도 얼마 되지 않지만 남아 있는 것이라곤 하나도 없구나. 내가 죽으면 더 그렇겠지"라는 말로 <맹자>를 끝내고 있죠.

<논어>로 배운 감정 대화법

감정은 에너지이며 이성은 그릇입니다. 공자는 "사람이 도를 넓히는 것이지, 도가 사람을 넓히는 건 아니야"라고 말했는데요. 저는 사람과 도를 '감정'과 '이성'으로 바꿔 읽어도 무방하리라 봅니다.

감정이 이성을 넓히는 것이지, 이성은 감정을 넓혀주지 못하죠. 문명이 발달한 곳에는 감정과 감수성이 맑은 공기처럼 가득하며, 통찰력 있는 지식인에게도 감정이 풍부합니다. <논어>를 읽어본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는 이유도, 특히 문학을 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사랑하는 것도 감정 때문이 아닐까요.

얼마 전 <논어>를 이용한 감정 대화에 빛나는 성공을 거뒀습니다. 주말에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지만 책을 좀 봐야 합니다. 여덟 살이 된 둘째 민서는 처음에는 20분 팽이놀이하고 30분 책 읽겠다고 했다가, 좀 있으니까 이번에는 30분 팽이놀이하고 20분 책 읽기를 하겠다고 합니다. 예전 같으면 잔소리를 했겠지만 그게 안 통하리라는 것은 오래 전에 갈파했죠.

"그렇게 해. 그런데 책 읽는 시간이 점점 줄어드니까 좀 슬픈걸."

말끝을 좀 흐리면서 허락했더니 민서는 "알었어요. 알았어" 하면서 책을 꺼내듭니다. 의도한 감정대화는 아니었지만 효과는 본 셈이죠. '이렇게 하는 거구나' 하는 느낌이 왔습니다.

물론 한 번의 성공에 불과하고, 감정을 의도할 수 없다는 사실은 조심해야 합니다. 그냥 마음속에서 솟아나는 감정을 자연스레 아이들과 나눠보세요. 우리 어른들은 감정을 스스로 억업하는 법을 배웠기에 감정대화가 의외로 쉽지 않습니다. <논어>처럼 감정이 풍부하게 담긴 고전으로 잠긴 감정의 문을 열어주세요.

덧붙이는 글 |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글라이더)를 출간하고 나서 인문고전이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지면과 다른 이유 때문에 책에서 다루지 못했던 이야기를 오마이뉴스에 맞게 연재하려 합니다. 인문고전의 눈을 얻어다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님들이 늘어나기를 바랍니다.




인문고전으로 가족 소통하려고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글라이더)을 썼고, 그림책으로 소통하려고 <책 놀이 책>(이야기나무)을 썼어요. 가족, 청소년을 위해서 계속 쓰겠습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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