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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부대, 탈북엄마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앞에서 "아베의 사과를 받았으니, 남은 여생 마음 편히 지내십시요" "일본을 용서해줍시다" 등 피켓을 들고 일본군위안부 문제 관련 한일협상 결과 수용을 요구하고 있다.
▲ 엄마부대, 정대협앞 한일협상 수용 요구 시위 엄마부대, 탈북엄마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앞에서 "아베의 사과를 받았으니, 남은 여생 마음 편히 지내십시요" "일본을 용서해줍시다" 등 피켓을 들고 일본군위안부 문제 관련 한일협상 결과 수용을 요구하고 있다.
ⓒ 길바닥저널리스트 박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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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베의 사과를 받았으니 남은 여생 편히 지내십시오."
"일본을 용서하는 것이 일본을 정신적으로 제압하는 것이 아닐까요."

2016년 1월4일 '대한민국엄마부대봉사단(아래 엄마부대)' 등 극우단체들이 서울 마포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로 달려가 외친 구호였다.

관련기사 : 엄마부대의 '용서 강요', 인격살인이다

당시를 복기해보자. 바로 전해인 2015년 12월28일 한일 양국은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12.28한일위안부 합의는 즉각 여론의 반발을 불러왔다. 아베 총리가 내각 총리대신 자격으로 책임을 통감한다고만 했을 뿐, 법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 위안부 관련단체들의 핵심 요구사항은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이었다. 따라서 위안부합의에 대한 반발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더구나 일본측은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 이전에 더 관심을 쏟았다. 이런 이유로 합의 과정에서 소녀상과 관련해 이면합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 같은 의혹은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TF(아래 TF)의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사실로 드러난 이면합의 

TF의 보고서에 따르면 소녀상과 관련 일본쪽은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을 어떻게 이전할 것인지, 구체적인 한국 정부의 계획을 묻고 싶다"고 했다. 이에 대한 한국 쪽의 답변은 이랬다. 

"일본 정부가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 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방향에 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함."

일본은 또 한국 정부에 소녀상의 제3국 설치가 부적절하며, 성노예란 낱말도 사용하지 않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다. 한국 정부는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소녀상 제3국 설치에 대해선 "이번 발표에 따라 한국 정부로서도 이러한 움직임을 지원함이 없이 향후 한일관계가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함"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또 성노예 낱말 사용과 관련해서는 "한국 정부는 이 문제에 관한 공식 명칭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뿐임을 재차 확인함"이라고 했다.

사실 국가간 외교에서 이면합의는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차마 공개못할 이면합의에 이를 때에도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국익이다. 적어도 국익의 관점에서 한국은 일본의 법적 책임을 이끌어 내는데 실패했다. TF보고서는 이렇게 적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이 확고한 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법적 책임 인정을 이끌어내는 것은 어렵다고 보고,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도록 하는 현실적인 방안을 추진했다. 한국쪽은 '소모적인 법리 논쟁을 벌이는 것 보다는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생각하면서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도출한다는 자세로 창의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에서 협상을 진행했다. 법적 책임 인정은 피해자 쪽의 핵심 요구사항의 하나였다. (중략)

한국 쪽은 협상에서 종래 일본의 '도의적 책임 통감'보다 진전된 '책임 통감'의 표현을 얻어냈다. 그러나 '법적' 책임이나 책임 '인정'이라는 말은 이끌어내지 못했다."

'불가역적'이란 낱말이 나온 맥락은 더욱 기가 찬다. TF 보고서에 따르면 불가역이란 낱말을 먼저 제안한 쪽은 한국이었다. 즉, "피해자 및 관련 단체는 일본 정부의 '되돌릴 수 없는 사죄를 요구해왔고, 한국 정부도 협상 과정에서 불가역적이고 공식성이 높은 내각 결정 형태의 사죄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거꾸로 '불가역'이란 낱말은 일본 정부가 향후 위안부 문제의 재논의를 막는 방패막이로 사용됐다.

요약하면 한국은 위안부 문제에 관해서 우리 국익을 하나도 관철시키지 못하고, 거꾸로 일본 측 입장만 전면 수용한 셈이다. 그리고 보다 근본적으로 한일간 합의 과정에서 위안부 피해할머니들의 목소리는 없었다. 결국 위안부 피해할머니들은 엄동설한에 거리로 나와야 했다. 위안부 합의 이후 매주 수요일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시위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수자도 급격히 늘었다.

엄마부대, 책임 물어야

박근혜 정권은 위안부 합의가 여론의 반발에 부딪히자 늘 그랬듯 극우단체를 동원했다. 정대협을 표적삼아 종북몰이도 자행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앞에서 용서 운운한 엄마부대의 준동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일이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분노가 치민다. 이렇게 졸속으로 합의를 해놓고선 위안부 피해할머니들에게 용서를 강요하고, 위안부를 돕는 단체를 상대로 종북몰이를 했으니 말이다. 기자는 이미 2016년 1월6일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한 바가 있었다. 당시 이렇게 적었다.

"일본 정부는 '책임 통감'이라는 낱말 뒤로 법적 책임을 피해갔고,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며 추후 위안부 논의 여지를 걸어 잠갔다. 이런 상황에서 용서를 말할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지난 합의가 양국 정상의 추인을 거친 정부 간의 공식적 약속이라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함께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분명히 밝힌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위안부합의를 사실상 파기했다고 볼 수 있는 입장표명이다.

위안부 합의의 이면이 드러나고, 대통령이 사실상 파기를 선언한 이상 협상 관련자들에 대한 문책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동시에 정권의 신호에 따라 합의 수용을 강제한 극우집단들에 대한 단죄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특히 '엄마'란 간판을 앞세워 위안부 피해할머니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린 사악한 집단은 더 이상 우리 사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검찰이 수사중인 적폐사건에 엄마부대도 추가해주기를 바란다. 이런 맥락에서 기자가 2016년 1월6일에 쓴 글 마지막 대목을 다시 한 번 인용한다.

"지난 4일 엄마부대 등이 벌였던 용서 강요 행동 역시 인간의 주체적 존엄성을 짓밟는 인격살인이다. 존재의 존엄성을 짓밟고, '엄마'라는 지구상에서 가장 숭고한 낱말을 오염시키며, 용서의 참 의미를 무색케 한 행동에 대해 이 땅의 깨어 있는 지성들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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