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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6m의 테이블마운틴의 위풍당당한 모습이 이곳 케이프타운의 워터프론트 등 중심가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다.
▲ 테이블베이에서 바라보는 테이블마운틴 1086m의 테이블마운틴의 위풍당당한 모습이 이곳 케이프타운의 워터프론트 등 중심가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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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3일, 남부아프리카 5개국 연수단 전현직 교사와 그 가족 8명으로 구성된 '청바지'팀은 이번 연수의 마지막 날을 맞았다. 15일 인천공항으로 돌아가지만 14일은 케이프타운에서 비행기를 타고 요하네스버스를 거쳐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정이기 때문이다.

시루떡을 잘라 세워놓은 듯한 해발 1086m의 바위산

이날은 우리나라의 제주도, 베트남의 하롱베이, 남미의 이구아수 폭포 등과 함께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이 되어 있는 케이프타운의 '테이블마운틴'에 오르는 일정이 잡힌 날이다.

'테이블마운틴'은 낱말의 의미와 같이 산 모양이 마치 테이블을 세워놓은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 케이프타운에서는 어디에서나 올려다 볼 수 있는 이 지역의 랜드마크다. 1086m의 산이 케이프타운의 한가운데 떡 버티고 서 있으니 사방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200km 밖에서 항해하는 선박들도 볼 수 있기 때문에 항해의 좌표로 삼는다고 할 정도로 유명한 산이다.

안온하게 로벤섬을 감싸고 있는 테이블베이의 푸른 바다와 하늘에 떠 있는 조각 구름의 조화로운 모습
▲ 테이블마운틴 동부 평원에서 내려다 보는 풍광 안온하게 로벤섬을 감싸고 있는 테이블베이의 푸른 바다와 하늘에 떠 있는 조각 구름의 조화로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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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000m가 넘는 바위산이 시루떡을 잘라놓은 것과 같이 사면이 수직에 가까운 절벽으로 이루어져서 걸어서 오르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에 놓여있는 케이블카를 많이 이용한다. 걸어서 오르는 길은 몇 개의 코스가 있지만 산의 서부와 중부 평원 사이의 협곡을 이용한다. 그런가 하면 케이블카가 놓여있는 아래의 가파른 암벽을 이용하여 오르기도 한다.

우리 청바지팀에는 몸이 불편한 사람도 있고,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라 케이블카를 이용하여 올라가기로 표를 예매해 놓았다. 그런데 이곳 테이블마운틴에 올라갈 수 있는 케이블카는 기상 조건에 따라 운행을 하지 않는 날도 많다고 한다. 우리 청바지팀은 이곳 케이프타운에 와서 3일 동안 지내면서 사방에서 테이블마운틴을 올려다 보지만 산정상부가 늘 맑게 개어 있지는 않았다. 구름에 덮여 있는 때가 많았다.

이곳은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거침없이 산정상을 지나면서 구름을 얹어 놓기도 하고, 비를 뿌리기도 하면서 사방, 팔방에서 온갖 바람이 거침없이 넘나드는 곳이다. 이곳은 지중해식 기후 지역이라 8월의 추운 겨울에 비가 자주 온다. 겨울이라서 바람도 많이 불고 비도 많이 뿌리기 때문에 케이블카의 안전을 위하여 케이블카 운항이 순탄하게 이루어지질 않는다.

테이블마운틴의 정상은 온통 회색 사암으로 덮여 있고 그 사이에는 많은 꽃들이 철에 따라 달리 피어난다. 경관을 최소한 훼손하며 세워진 케이블카
▲ 테이블마운틴의 케이블카 테이블마운틴의 정상은 온통 회색 사암으로 덮여 있고 그 사이에는 많은 꽃들이 철에 따라 달리 피어난다. 경관을 최소한 훼손하며 세워진 케이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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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청바지팀은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다. 빨리 가서 줄을 서 언제 운행이 중단될지 모르는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서였다. 랜트카를 몰고 올라가서 보니 벌써 케이블카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70여 미터 쯤 늘어서 있었다. 차를 세우고 얼른 그 줄 뒤에 줄을 섰다. 우리 청바지팀의 최두열 단장은 케이블카를 운행하는 곳을 들락거리면서 케이블카의 운행 여부에 대하여 계속 체크를 하였다.

우리가 이곳 케이프타운에 온 다음 날부터 한 3일 간 일기가 불순하여 케이블카를 운행하고 있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날도 날씨는 맑은데 바람이 제법 불고 있었다. 그래서 케이블카 운행 여부도 장담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줄을 약 1시간 정도 서 있는데, 산 정상에서 케이블카가 한 대 내려오기에, '아, 이제 운행을 하나 보구나' 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그것은 케이블카 운행이 안전한지 시험해 보는 운행이라는 것이다. 그러더니 최 단장은 말했다.

"더 기다리다 안 되면 걸어서 올라갈 사람들은 걸어 올라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몸이 불편한 분들은 올라가질 말고 가까운 곳에 있는 '라이언스 헤드'나 '시그널 힐'을 가도록 하겠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더 기다려볼까요?"

나는 더 기다린다고 케이블카가 운행을 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이봉근 사장에게 제안을 하였다.

"이 사장님, 기다려도 아예 운행이 안 될 수도 있으니 걸어서 오릅시다."

그랬더니 이 사장은 부인인 안 선생과 의논을 하더니 걸어서 올라가자고 했다. 나머지 사람들은 남아서 더 기다려보겠다고 했다.

테이블마운틴 정상 가까운 암벽길에서 찍은 사자머리와 그 아래 바닷가 마을의 모습, 하얀 파도와 어우러진 풍광이 참으로 아름답다.
▲ 사자머리 아래 펼쳐진 도시 풍광 테이블마운틴 정상 가까운 암벽길에서 찍은 사자머리와 그 아래 바닷가 마을의 모습, 하얀 파도와 어우러진 풍광이 참으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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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벽길에서 내려다 보는 파라다이스, 케이프타운

나는 정상에 오르는 길도 자세히 모르면서 앞에서 걷고 있는 등산객들의 꽁무니를 쫓아갔다. 가다보니 이 사장 부부를 놓쳤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케이블카가 있는 정상부를 향해서 조금 오르다가 왼쪽으로 난 평탄한 길로 가다가 오르는 방법이 쉽고 위험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코스였다. 케이블카가 있는 방향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절벽이 가로 막고 있고, 거길 암벽 등반을 하면서 오른다. 나는 뭣도 모르고 앞 사람들을 따라 올라갔다. 가다보니 그게  바로 암벽 등반 코스였다.

등산로는 정말 험했다. 사람 키의 너댓 배가 되는 가파른 곳에 중간 중간 박혀있는 쇠말뚝 계단을 밟아 오르기도 하고, 어떤 곳은 기어서 오르고, 어떤 곳에서는 밧줄을 잡아당기면서 오르는 험한 암벽길이었다. 그 길을 이용하여 오르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그래도 가다가 보면 그 길로 내려오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였다. 한참을 오르다 뒤돌아보면 깎아지른 듯이 솟아있는 절벽 위를 오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참으로 아찔했다. 그래서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기어올랐다. 오르면서 보면 바위 틈에는 빨갛고, 하얗고, 노란 가지가지 색깔을 띄고 있는 꽃들이 피어있었지만 위험한 암벽길을 걷느라 크게 눈길을 주진 못했다.  

이렇게 한참을 올라갔더니, 이번에는 케이블카가 있는 바로 밑은 너무 가팔라서 오르질 못하고 길은 산 정상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가도록 나 있었다. 그 곳 바위 위에 앉아 쉬면서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 보았다. 테이블베이를 감싸고 있는 케이프타운 시가 한 눈에 들어왔다. 암벽길을 오르면서 만났던 온갖 꽃들이 모습도 사랑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온갖 꽃들이 만발해 있어 꽃대궐을 이루고 있는 것이 아닌가? 케이프타운의 중심지인 워터프론트와 부둣가의 모습, 테이블베이 한가운데 떠 있는 로벤섬(만델라가 18년간 갇혀 있던 섬), 우리 청바지의 일부 식구들이 갔을 사자머리와 시그널힐도 발밑에 자리잡고 있었다.

가운데 있는 목본이 레우카덴드론이고, 빨간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 막대에리카, 그 왼쪽에 있는 외떡잎 식물이 꽃이 시들어버린 '글라디올러스'이다.
▲ 레우카덴드론 가운데 있는 목본이 레우카덴드론이고, 빨간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 막대에리카, 그 왼쪽에 있는 외떡잎 식물이 꽃이 시들어버린 '글라디올러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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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화원에 많이 심어 팔고 있는 에리카 속의 꽃이 이곳 남부아프리카 원산으로 테이블마운틴 등산로와 정상의 여기저기에 피어 있다.
▲ 막대에리카(Erica) 우리나라의 화원에 많이 심어 팔고 있는 에리카 속의 꽃이 이곳 남부아프리카 원산으로 테이블마운틴 등산로와 정상의 여기저기에 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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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마운틴의 가파른 산길을 오르다 보면 힘들게 올라가는 등반객들을 위로라도 하듯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꽃들이 반겨준다. 교직에 있을 때,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 대상으로 생태교육 활동을 나름대로 열심히 해 온 나인지라 국내든, 외국이든 나가면, 나는 그곳의 식물상을 살피느라 일행들을 놓치기도 할 정도로 식물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니 이곳 아프리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더더구나 이곳이 유네스코에서 '케이프 식물특구'로 지정한 곳이 아닌가?

테이블마운틴의 바위 틈에 피어있는 바위돌꽃 속(Rhodiola) 식물꽃이 한창 피어있다. 정확한 종명은 모르겠다.
▲ 바위돌꽃 속의 식물 테이블마운틴의 바위 틈에 피어있는 바위돌꽃 속(Rhodiola) 식물꽃이 한창 피어있다. 정확한 종명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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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나라 정원 돌픔에 많이 심어 가꾸는 꽃인데, 이곳 남부아프리카가 원산지로 바위틈에 많이 야생하고 있었다.
▲ 송엽국 요즘 우리나라 정원 돌픔에 많이 심어 가꾸는 꽃인데, 이곳 남부아프리카가 원산지로 바위틈에 많이 야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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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심어 가꾸고 있는 꽃인데, 이곳 남부아프리카 원산지인 꽃으로 테이블마운틴 비탈에 군락을 이루고 활짝 피어 있었다.
▲ 유리옵스(Euryops pectinatus)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심어 가꾸고 있는 꽃인데, 이곳 남부아프리카 원산지인 꽃으로 테이블마운틴 비탈에 군락을 이루고 활짝 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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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태이블마운틴을 오르면서 만나는 식물들 중에는 제주도와 남해안에 많이 심어 가꾸는 유채와 한국에서 많이 만날 수 있는 분취, 개솔새와 비슷한 벼과 식물, 고랭이와 하늘지기류, 바늘골류, 방동사니류 등의 사초과 식물들, 겨풀, 참새피, 새 등의 벼과식물, 부처손 등과 이끼, 지의류 등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이곳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유리옵스(Euryops pectimatus), 송엽국(Lampranthus spectabilis)이나 막대에리카(Erica), 데이지의 일종인 태양국속의 꽃, 구름떡쑥속(Anaphalis)의 꽃과 바위돌꽃속(Rhodiola)의 꽃 등은 한창 피어있어 더욱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식물의 종명을 알 수 있는 것들은 이미 우리나라에 화훼식물로 들여와 가꾸어지고 있는 것들이고, 종명을 모르고 속명만 밝히는 것은 식물 탐사에 앞장서고 있는 송홍선 박사와 같은 분과 관련 전문 사이트에 질문과 답변을 통하여 자문을 받은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에 오래전부터 심고 가꾸어지고 있는 글라디올러스가 이곳 남아프리카 원산지라는 것을 이번에 알았는데, 이미 꽃은 지고 그 꽃의 흔적들만 남아 있었다. 

케이프 반도를 이곳, 저 곳 탐방을 하면서 제일 많이 만나는 꽃이다. 꽃의 모양은 국화과 식물인데, 케이프 메리골드'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 디모르포테카속(Dimorphtheca)의 꽃 케이프 반도를 이곳, 저 곳 탐방을 하면서 제일 많이 만나는 꽃이다. 꽃의 모양은 국화과 식물인데, 케이프 메리골드'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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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꽃은 우리나라에도 많이 보금되어 있는 꽃인데, 테이블마운틴의 산자락에서부터 정상의 평원 이곳 저곳에 제일 흔하게 피어 있는 꽃이었다.
▲ 레우카덴드론(Leucadendron modestum) 이 꽃은 우리나라에도 많이 보금되어 있는 꽃인데, 테이블마운틴의 산자락에서부터 정상의 평원 이곳 저곳에 제일 흔하게 피어 있는 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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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옵스, 송엽국, 막대에리카, 글라디올러스 등은 이미 한국의 식물원이면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화원에서도 흔하고 인기가 많은 화훼식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런 화훼식물들이 이렇게 야생에서 자라고 있는 것들인데, 이제는 전 세계적인 꽃으로 옮겨 심어져 감상하고 있다니, 세상은 넓지만 이제 작은 지구촌이 되어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하였다.

그 외에도 산 정상부나 절벽 바위 틈에서 피어나 길손들을 반기는 꽃들 중에도 세계적으로 널리 심어져 가꾸어지고 있는 것들이 많았다. 이런 꽃들 중에는 꽃모양은 둥그런데 허연 색깔을 띄고 있는 '브로니아 알비플로라(Bronia stokoei)'라든가 넓고 두툼한 잎을 가지고 있으면서 꽃이 지고 나면 솔방울과 같은 열매를 달고 있는 '레우카덴드론'(Leucadendrron strobilinum) 등과 같은 식물들이 유난히 많았다. 이런 식물들은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리에 가꾸어지고 있다. 이렇게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식물들도 있었지만 워낙 한국과는 거리가 멀리 떨어지고 기후와 지질이 다른 지역이라 식물상이 특이하였다.

회색 사암이 풍화작용을 받아 뚫린 구멍에는 물이 고이고, 그곳에는 많은 수생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 테이블마운틴 서부 평원의 암반 위의 나마(구멍)와 수생식물들 회색 사암이 풍화작용을 받아 뚫린 구멍에는 물이 고이고, 그곳에는 많은 수생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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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절벽 위를 걸어서 가다보니 어느덧 테이블마운틴의 평탄한 정상부를 향해서 가고 있었다. 테이블 마운틴 정상의 평탄부의 가로와 세로의 길이가 각각 3km 정도에 달한다고 하니 그 넓이가 약 900ha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즉 270만 평으로 서울의 여의도 면적과 비슷하다. 물론 가로와 세로의 길이는 긴 곳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것이라고 해도 생각보다는 굉장히 넓은 것이다. 만델라가 18년 동안 감옥생활을 했던 섬, 테이블베이 한가운데 떠 있는 로벤섬의 넓이나 이곳 테이블 마운틴의 정상의 평탄한 곳의 넓이가 비슷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만큼 산 정상부가 넓다는 것이다.

테이블마운틴의 서부평원은 사암으로 이루어진 암반 위에 풍화작용을 받아 생긴 물웅덩이에는 이렇게 사초류가 아름다운 군락을 이룬다.
▲ 서부 평원의 사초 군락 테이블마운틴의 서부평원은 사암으로 이루어진 암반 위에 풍화작용을 받아 생긴 물웅덩이에는 이렇게 사초류가 아름다운 군락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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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정상의 평지에는 크고 작은 바위와 돌, 암반 등이 널려있었다. 회색을 띄는 사암들이다. 관련 기록을 찾아보면, 테이블마운틴은 5억 6천만 년 전에 바다 밑에 퇴적이 되어 이루어진 사암, 실트사암, 화강암 등을 기반부로 하고 있는 땅이 융기되어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 후 지금까지 많은 침식이 일어나서 지반이 약한 곳은 골짜기가 되기도 하고, 정상의 평탄한 곳에 남아있는 사암층은 풍화작용을 받으면서 생긴 웅덩이들인 나마(gnama)에는 물이 고이고, 거기에서 자라고 죽기를 반복하면서 고랭이류, 하늘지기류, 골풀류, 방동사니, 이끼, 물참새피 등 수많은 수생식물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레우카덴드론으로 꽃이 져 버린 열매가 솔방울 모양을 하고 있어 특이하다.
노란 꽃을 피운다.
▲ 테이블마운틴 정상에서 제일 흔하게 만나는 꽃 나무 레우카덴드론으로 꽃이 져 버린 열매가 솔방울 모양을 하고 있어 특이하다. 노란 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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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같은 수생식물 군락들이 있는가 하면, 그런 수생식물 군락을 지나면 평탄한 땅이나 바위, 돌무더기들이 나오고 그런 틈에는 많은 꽃들이 피어 산을 찾는 사람들을 반기고 있었다. '브로니아 알비플로라(Brunia albiflora)'라든가 '레우카덴드론'(Leucadendrron strobilinum) 등과 같은 식물들이 산 정상부에는 유난히 많았다. 테이블마운틴 서쪽 자락에는 세계 5대 식물원인 커스덴보쉬 식물원이 자리잡고 있다는데 여행 계획에 없어 가 보질 못했다. 아마 거기에 가 보았더라면 더 많은 식물들을 만나고 오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많이 아쉬웠다.

테이블마운틴의 서부 평원 남쪽 끝 봉우리들이 12개라서 붙여진 이름인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케이트타운의 풍광은 절경을 이룬다.
▲ 12사도봉에서 바라보는 켐프스베이 등 테이블마운틴의 서부 평원 남쪽 끝 봉우리들이 12개라서 붙여진 이름인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케이트타운의 풍광은 절경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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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연유산인 테이블마운틴 국립공원

우리 청바지팀 일행들은 이날 오후에는 로벤섬으로 가기도 되어 있었다. 그래서 최대한 빠른 속도로 걸어 테이블마운틴의 서부 평원 남쪽 끝에 있는 12사도봉이 있는 곳까지 가 보았다. 거기서 내려다 보는 캠프스베이 등 대서양 바다의 풍광의 아름다움이야 말해 무엇하랴! 그들 봉우리에 이르렀더니 산 밑에서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이 차고 매웠다. 몸이 날아갈 것 같아 바위에 잘 기대어 황홀한 풍광을 감상했다. 죽기 전에 꼭 가보아야할 10대 명승지 중 하나라는 이곳의 절경에 푹 빠졌다.

'브로니아 알비플로라' 꽃이 한창 겨울을 밝히고 있는 아래로 호수와 산줄기들이 이어져 대서양 바다로 뻗어가고 있다.
▲ 끝없이 뻗어가고 있는 케이프 반도의 풍광 '브로니아 알비플로라' 꽃이 한창 겨울을 밝히고 있는 아래로 호수와 산줄기들이 이어져 대서양 바다로 뻗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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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마운틴에서 시작하여 서쪽으로 이어지면서 끝없이 펼쳐진 높고 낮은 산줄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대서양 바다를 향해 힘차게 뻗어나가는 케이프반도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드넓은 대서양 바다를 내려다 보는 케이프타운 곳곳의 잘 정돈된 전원주택들을 내려다 보면서 추운 것도, 약속 시간도 잊고 한동안 넋을 놓고 있었다. 가없는 바다, 그 바다가 육지와 만나서 이루는 백사장, 파도는 그 바닷가에 밀려와 부서지면서 그려내고 있는 하얀 곡선, 에머랄드빛 바닷물, 하늘에 떠 있는 구름, 끝없이 이어져 뻗어 가고고 있는 바위산의 힘찬 줄기들, 그 사이에 드문드문 보이는 호수, 이런 자연을 잘 이용하여 지어진 주택과 정원들, 잘 정비된 도로 등이 이보다 더 조화로울 수가 있겠는가?

비록 낮일지라도 푀엔현상으로 산 정상부의 날씨는 많이 찼다. 바다에서 그대로 1000m를 수직으로 세워놓은 곳이니 산 아래 바닷가 동네보다 6~7도는 기온이 낮은 것이다. 볼에 닭살이 돋고 입김이 폴폴 날릴 정도의 날씨에 세찬 겨울 바다 바람은 체감온도를 한참 떨어뜨리고 있었다. 영상 1~3℃ 정도로 차갑게 느껴졌다. 초겨울에 입는 점퍼를 입었는데도 추위를 느낄 정도의 날씨였다.

산의 정상 근처에는 이렇게 테이블마운틴의 모형을 만들어 놓고 이곳에 흔한 식물 등을 그려 소개하고 있다.
▲ 테이블마운틴 국깁공원의 모형도 산의 정상 근처에는 이렇게 테이블마운틴의 모형을 만들어 놓고 이곳에 흔한 식물 등을 그려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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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열심히 테이블마운틴 정상의 서쪽 평원을 둘러보고 케이블카가 오르내리는 동부 평원이 있는 곳으로 가 보았다. 역시 정상의 날씨가 이렇게 바람이 세니 케이블카는 운행을 하질 않았다. 주변에 카페라든가 기념품점, 화장실 등 최소한의 시설들만 해 놓고 있었다. 이렇게 테이블마운틴에 올라 케이프타운 시내와 케이프반도의 산줄기 등의 풍광에 푹 취해 있다가 잠시 잊고 있던 약속 시간이 생각이 나서 빠른 걸음으로 내달렸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이용하는 제일 쉬운 트레킹 코스를 이용했다. 앞서가는 사람들을 수도 없이 추월을 하면서 걸음 반, 달음 반 하면서 뛰어 내려갔다.

테이블마운틴의 서부와 중부 평원 사이의 협곡을 이용한 등산로를 사람들은 많이 이용하고 있다.
▲ 테이블마운틴의 협곡 사이로 난 등산로 테이블마운틴의 서부와 중부 평원 사이의 협곡을 이용한 등산로를 사람들은 많이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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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내려가는데, 목이 너무 말랐다. 나는 가지고 있는 물이 없어서, 암벽 사이에서 흐르는 물이 하도 맑아보여, 수질 같은 것은 따져보지도 않고 두어 모금 마셨더니 그 시원한 맛이 생명수로 다가왔다.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내달려 자동차길에 가까이 다가갔더니 이봉근 사장이 "어디까지 왔느냐?"고 하면서 찾는 헨드폰 벨이 울렸다. 4시간 정도의 산행을 마치고 그렇게 이사장 부부를 만나서 세워둔 렌트카를 타고 호텔로 돌아갈 수 있었다.

오후 예정되어 있는 로벤섬 탐방은 표를 미리 끊질 않아서 구하질 못하였다. 하는 수 없이 테이블베이를 한 바퀴 돌고 오는 배를 빌려 타고 바다로 나갔다. 또 다시 테이블마운틴을 감상할 수 있었다. 테이블마운틴이 병풍처럼 둘러쳐지고, 사자머리와 시그널힐 등의 산줄기가 감싸고 있는 워터프론트 일대는 이곳 케이프타운에서도 가장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곳이다. 이런 지형 때문에 옛날 식민지 개척 시절부터 서양인들도 이곳에 제일 먼저 정착했을 것이다. 한국에서 보는 배산임수의 풍수지리에도 딱 어울리는 최고의 도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역시 케이프타운과 이곳의 상징인 테이블마운틴, 그리고 희망봉까지 이어지는 케이프반도의 수많은 절경들이 빚어내는 풍광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는 것은 물론,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 세계7대 자연 경관으로 꼽음에 있어서 조금도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현직에 있는 교사들의 개학 날짜에 맞추다 보니 더 둘러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다가왔다. 이곳 케이프 타운에서 이틀쯤 더 있으면서 물개섬이라든가, 와인농장, 커스텐보쉬식물원도 가 보고, 특히 남아공의 상징이자 세계적인 위인 만델라 대통령이 18년간 수감되어 있었다는 로벤섬을 꼭 가 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일행들이 있으니 어쩌랴?

테이블베이에서 쾌속선을 타고 바다 유람을 나갈 때, 배를 몰고 있는 흑인 선장과 그녀의 아들인 귀여운 아기
▲ 해맑은 웃음의 남아공 어린이 테이블베이에서 쾌속선을 타고 바다 유람을 나갈 때, 배를 몰고 있는 흑인 선장과 그녀의 아들인 귀여운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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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벤섬 대신 빌려타고 테이블베이를 질주하는 유람선의 키를 잡고 있는 선장이 이곳 흑인 여성이었다. 그 엄마와 함께 배를 타고 있는 귀여운 꼬맹이 아들이 해맑은 웃음을 보면서 케이프타운을 넘어 이곳 남아공은 물론 남부아프리카 나라들이 식민지로 있을 때 만들어진 악습인 아파르트 헤이트(흑백차별 정책)가 법적으로만 무너질 것이 아니라 삶의 문화에서조차 완전히 무너져 저 어린 아프리카 아이들이 차별없이 해맑게 살아가기를 기원해 마지 않는다.


태그:#ㅎ마, #케이블카, #세계 7대 자연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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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초등위원장,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을 거쳐 현재 초록교육연대 공돋대표를 9년째 해 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의 혁신학교인 서울신은초등학교에서 교사, 어린이, 학부모 초록동아리를 조직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미래, 초록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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