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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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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겨울은 절기를 따르는 농사꾼에겐 자연이 주는 휴가이자 방학이다.

험난한 농번기를 겪어내고 애써 거둔 농작물을 거두어 이리로 저리로 보내고 나면 한겨울 동안 닳고 닳은 몸을 다독인다.

비록 올해도 신음하는 자연은 혹독한 날씨 변덕을 부렸고 농산물 값은 형편없지만 그래도 농사꾼은 내년을 기약하며 마음을 다독인다.

농사꾼 아빠는 눈 내리는 날, 재 넘어 학교 다니는 한결이가 돌아오길 기다린다. 오늘은 일주일에 한번 읍내 목욕탕 가는 날.

한겨울 지친 몸과 마음을 다독이는 데는 뜨끈한 목욕탕만 한 것이 없다. 아들 녀석과 물놀이도 하고 서로 때도 밀어주는 이 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다.

발그레하고 윤기나는 아이의 보드라운 손잡고 제법 값나가는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 칼질도 해 본다. 농사꾼 아빠가 큰맘먹고 한턱냈다. 그런데 농사꾼 아들도 시골 촌놈이긴 마찬가지.

"아빠, 이건 보긴 좋은데 맛이 이상해. 그리고 매워. 에이~ 못 먹겠다. 아빠가 다 먹어. 난 크림 수프가 좋아."

이런, 아들 주려던 무려 2만 5천원짜리 상하이 스테이크와 볶음밥을 내가 다 먹었다. 그래도 산골 집으로 돌아오는 농사꾼과 산골 아이는 행복하다.

풀 한 포기 없는 콘크리트 빌딩과 아스팔트, 자동차 소음과 매연, 밀려오고 밀려가는 도시의 번잡함이 없는 달빛과 별빛 찬란한 고요한 시골집이 있기 때문이다.



태그:#모이, #농사꾼, #겨울방학, #시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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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단양에서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는 단양한결농원 농민이자 한결이를 키우고 있는 아이 아빠입니다. 농사와 아이 키우기를 늘 한결같이 하고 있어요. 시골 작은학교와 시골마을 살리기, 생명농업, 생태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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