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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봄의 도시, 베트남의 달랏
 영원한 봄의 도시, 베트남의 달랏
ⓒ 이승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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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래서 이름도 '달랏'인 걸까. 비행기가 달랏공항에 도착하자 우리는 저도 모르게 환호를 했다. 가을 하늘처럼 푸르고 높은 하늘에는 뭉게 구름이 떠있었고 불어오는 바람 한 줄기에 가슴이 벌렁댔다. 중년의 가슴까지도 설레게 하는 달랏, 우리는 이제 그곳으로 들어간다.

영원한 봄의 도시, 달랏

베트남 여행이 처음인 나는 사실 걱정이 많았다. 여행 정보를 얻기 위해 들렀던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베트남 사람들에 대해 좋지 않은 이야기들을 하는 곳이 많았다. 그중에 택시에 대한 말들이 가장 많았다. '베트남의 택시 기사들은 외국인에게 사기를 치니 조심하라'는 말들이었다.

달랏 시내의 도로에는 차보다 오토바이가 더 많이 다닌다.
 달랏 시내의 도로에는 차보다 오토바이가 더 많이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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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를 타면 미터기를 '꺾는지' 살펴봐야 하며, 무조건 타지 말고 목적지까지 요금을 흥정해야 나중에 바가지를 쓰지 않는다는 충고들이었다. 또 어떤 사람들은 베트남 사람들이 끈질기게 달라붙어서 호객행위를 해서 귀찮았다는 말도 하였다. 심지어 몇십 분 동안 따라다니면서 호객행위를 한다니, 쇠심줄만큼 질긴 게 베트남 사람이라고도 했다.

그런 말을 들으니 가보기도 전에 베트남이 지겨워질 정도였다. 그렇게 끈질기게 따라붙으면 귀찮아서 뭐라도 하나 사주게 된다고 하니, 거절을 잘 못하는 우리는 늘 바가지를 쓰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되었다. 쇠파리떼처럼 끈질긴 사람들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나는 베트남으로 왔던 것이다.

베트남에 대한 편견은 '잊어달랏'!

영원한 봄의 도시, 베트남의 달랏
 영원한 봄의 도시, 베트남의 달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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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미터기도 꺾지 않는다고 하였는데 그런 걱정 자체를 할 필요가 없었다. 공항에서 달랏 시내로 들어가는 택시는 우리나라 택시처럼 미터기가 있었고 자동으로 거리와 요금 등이 찍혔다. 가격 흥정도 할 필요가 없었고 바가지 요금을 걱정할 일도 없었다. 그런데 왜 그런 말들을 하는 걸까. 베트남 택시 기사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한국 여행자들의 말이 나는 믿기지가 않았다. 

한 나라에 대한 첫인상이 공항에서 시작된다고 본다면 그곳에서 시내로 데려다주는 택시 기사들의 역할이 참으로 클 것 같다. 만약 그들이 불친절하거나 사기를 친다면 그 나라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을 것임은 당연하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외국인에 대한 택시 기사들의 불공정한 요금 사례가 가끔씩 뉴스가 될 때가 있다. 그러한 일을 당한 외국인은 당연히 한국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갈 것이다.

베트남 여성의 전통옷인 '아오자이'를 입은 달랏대학교 학생.
 베트남 여성의 전통옷인 '아오자이'를 입은 달랏대학교 학생.
ⓒ 이승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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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달랏 시내까지 왔다. 잔뜩 경계를 한 채 택시에 탔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 계속 오르막길을 달리던 택시가 시내로 접어들었다. 사진으로 보던 풍경이 펼쳐졌다. 에펠탑을 닮은 철제 탑이 서있고 호수가 있다. 파리를 닮았다고 해서 '작은 파리'라고 불린다는 베트남의 남부 도시 '달랏'이다.

쭉쭉 뻗은 소나무가 도열해 있는 이곳이 정녕 베트남이란 말인가? 우리나라라고 해도 곧이 들을 정도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생소한 글자의 간판만 없다면 우리나라라고 해도 다 믿을 판이다. 푸른 하늘하며 소나무들하며 길가에 피어있는 해바라기를 닮은 노란꽃까지 영락없는 한국이다.

그러나 이곳은 베트남이다. 도로를 달리고 있는 오토바이의 물결이 그것을 증명한다. 질서가 없는듯이 보이지만 나름의 룰이 존재하는 듯 오토바이와 차들이 사이좋게 달린다. 도로를 가로질러 가는 사람들도 보인다. 교통 신호도 없고 횡단보도도 없다. 그래도 아무렇지도 않게 잘 흘러간다. 비로소 베트남에 온 게 실감났다.

간략한 달랏 소개

달랏은 베트남의 남부 대도시인 호치민에서 약 300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달랏까지 아직 직항이 개설되지 않아 이곳까지 오자면 하노이나 호치민 등에서 국내선 비행기로 갈아타야 한다. 호치민에서 갈 경우 비행기로는 약 50분 정도 소요되며 버스를 타고 가면 8시간 정도 가야 한다.

베트남의 남부 고원에 자리한 달랏은 곳곳에 폭포와 호수가 있으며 베트남에서 보기 드물게 일년 내내 선선하고 온화한 기온을 유지하고 있어 현지인들에게도 신혼 여행지로 인기 있는 곳이다. 연중 평균 기온이 18도로 과일, 채소, 화훼 등의 특산지이기도 하다.

영원한 봄의 도시, 베트남의 달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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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랏 인근의 농촌에는 커피농장이 많다.
 달랏 인근의 농촌에는 커피농장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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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대인 달랏과 달리 저지대인 인근 농촌은 커피농사를 짓는 집이 많다.
 고지대인 달랏과 달리 저지대인 인근 농촌은 커피농사를 짓는 집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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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랏이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이다. 베트남이 프랑스의 식민지였을 때, 베트남에 거주하고 있는 프랑스 사람을 위한 휴양지로 식민 정부가 대대적으로 개발을 하였다. 도시 중심에 인공 호수를 만들고 그 주위에 건물과 정원을 꾸몄다. 그래서 지금도 달랏에는 유럽식의 건물이 많아 마치 프랑스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달랏이라는 이름은  라틴어로 'Dat Aliis Laetitiam Aliis Temperiem (어떤 이에게는 즐거움을, 어떤 이에게는 신선함을)'에서 따왔다. 프랑스가 베트남을 식민지로 삼고 있을 시절에 달랏(Đà Lạt)이라는 이름을 정식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식민 통치의 쓰라린 아픔이 남아있는 이름이지만 달랏은 그 이름 그대로 즐거움과 신선함을 주는 도시이기도 하다.

안남미(安南米)로 지은 밥, 먹은 것 같지가 않네

ㄴㄴ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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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봄의 도시, 베트남의 달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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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랏이 고지대인 관계로 다른 곳으로 가자면 산을 내려가야 한다. 구절양장 같은 내리막길을한참 내려가면 곳곳에 보이는 게 다 커피농장이다. 집집마다 마당에는 커피 원두를 말리고 있다. 마치 예전 우리나라 농촌에서 추수를 하면 마당에 벼를 늘어놓고 말리는 것처럼 달랏 인근의 농촌 마을에서도 그런 모습을 볼 수 있다.

소나무와 붉은 황토 그리고 농촌 마을의 비닐 하우스 등이 마치 우리나라 같아서 마음이 가는 달랏, 인심 또한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길을 몰라 물으면 가던 걸음을 멈추고 가르쳐 주고, 잘 가고 있는지 마음 써주는 모습도 똑같다. 매운 고추를 양념으로 얹어 먹으니 입맛 또한 흡사하다. 밥맛만 같다면 여기서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한국인, 밥 힘으로 사는 사람이다. 불면 훌훌 날아갈 것 같은 베트남 쌀로 지은 밥을 먹고서는 도저히 밥 먹은 것 같지 않으니 이를 어찌 할꼬... 앞으로 지낼 두 달이 슬며시 걱정되었다. 
쌀밥 위에 고기를 얹은 덮밥. 베트남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이다.
 쌀밥 위에 고기를 얹은 덮밥. 베트남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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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베트남여행, #달랏, #베트남쌀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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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을 '놀이'처럼 합니다. 신명나게 살다보면 내 삶의 키도 따라서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뭐 재미있는 일이 없나 살핍니다. 이웃과 함께 재미있게 사는 게 목표입니다. 아침이 반갑고 저녁은 평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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