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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 지은이 손철주 / 펴낸곳 오픈하우스 / 2017년 11월 20일 / 값 25,000원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 지은이 손철주 / 펴낸곳 오픈하우스 / 2017년 11월 20일 / 값 25,000원
ⓒ 오픈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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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자 화백의 미인도와 관련한 진위 여부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유족은 물론 생전의 당사자 또한 당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내로라하는 미술 감정기관 등에서는 진품이라고 판정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음식은 입으로 맛보고 음악은 귀로 듣습니다. 글과 그림은 눈으로 읽고 눈으로 감상합니다.

하지만 같은 내용의 글을 읽고, 같은 그림을 보고 있음에도 어떤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를 새기는 반면 어떤 사람은 그려져 있는 것조차 제대로 새기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가치 있어 보이는 작품을 갖고 싶어 하는 소유욕, 그 욕심을 채우거나 돈벌이 수단으로 삼으려는 위작 시도는 끊이지 않고 있나 봅니다. 오성(이항복)과 한음(이덕형)의 이야기로 잘 알려진 백사 역시 위작에 대한 염려가 적지 않았었나 봅니다.

백사 이항복은 자신의 수결(手決), 즉 요즘 말로 사인까지 흉내내는 무리가 나타나 묘안을 짜냈다. 마지막 이름자를 쓸 때 붓 속에 감춰놓은 바늘 끝으로 종이에 구멍을 낸 것이다. 바늘구멍이야 그냥 봐서 보일 리 없으니 중요 문서에 누가 가짜로 서명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는 안성맞춤인 방법이었다. 후대에도 이 방법을 이용한 화가들이 있었단다. -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64쪽

그림을 보는 식견의 눈 틔워주는 두 권의 책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 / 지은이 손철주 / 펴낸곳 오픈하우스 / 2017년 11월 20일 / 값 25,000원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 / 지은이 손철주 / 펴낸곳 오픈하우스 / 2017년 11월 20일 / 값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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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으로 된 책,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와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는 미술평론가인 저자(손철주)가 1998년에 초판으로 펴냈던 책에 내용을 보태고 감각을 더해서 다시금 펴낸 개정 신판입니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이 책은 미술을 데리고 놀아볼 사람들을 위한 기록이다'라고 이 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락지자(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고 했습니다.

어떤 작품에 조예가 깊지 않은 사람이라면 알기 어려운 게 작품인데 좋아할 수 있을까? 그런 작품을 데리고 놀만큼 즐길 수 있을까 하는 반문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미술평론가는 힘이 세다. 그의 말 한마디에 작가들은 포탄이 터지는 사지로 자청해서 뛰어든다. 영국의 평론가 케네스 클라크가 "절망과 공포가 지배하는 전시에는 음농풍월하는 예술이 더 이상 쓸모가 없다."고 선언했을 때 작가들은 너도나도 '전시예술가조직'에 가담했다. 1차 세계대전 중에 이들 작가는 공군 해군 등에 파견되어 전생의 참상을 화폭에 담는 특수 임무를 수행했다. 서덜랜드 같은 작가는 목숨을 내놓고 지뢰가 묻힌 전장을 종횡무진하며 스케치했다.' -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 206쪽

저자가 책을 통해 데리고 놀 수 있도록 소개하고 있는 작품들은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연적이나 다완 같은 도자기, 쉰다섯대의 자동차와 1600톤의 시멘트로 완성된 설치물인 아르망, <장기주차> 등 어떠한 장에 구속되지 않아 작품들로 만들어진 요지경 속을 즐기는 느낌입니다.

음흉할 정도로 깊이 감춰진 배경까지

작품이 사진으로 함께 곁들여 있어 읽다보면 어느새 알게 됩니다. 읽다 보면 드러나 있었지만 보이지 않던 것들은 물론 사연처럼 숨겨져 있어 보이지 않던 것까지 보입니다.

알게 되니 보이고, 보게 되니 알게 되는 하나하나의 작품을 새기며 감상하는 재미는 개안 수술 후의 밝음입니다. 채비 된 식견을 도구 삼아 새기다 보면 구도에 스며있는 의미가 간을 이루고 있는 기둥들처럼 드러나니 그림을 감상하는 안목이 상식을 넘어서는 심안입니다.

미술 작품에 일가견이 없어, 보고 있으면서도 보지 못했던 사람이라도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눈이 틔워져 하나의 선, 하나의 색깔이 품고 있었던 뜻까지도 시나브로 간파하게 될 것입니다.

알몸을 소재로 한 그림에는 관음증을 희롱하는 원초적 감상이 있고, 또 다른 어떤 작품을 데리고 놀게 하는 내용은 엑스레이로나 가능할 깊은 뜻 넓은 의미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 논하지 않고, 음흉할 정도로 깊이 감춰진 이런 배경과 저런 이야기까지 두루 읽을 수 있으니, 미술을 공부해 가는 지루한 책읽기가 아니라 어떤 작품을 데리고 노는 희희낙락한 독서가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 지은이 손철주 / 펴낸곳 오픈하우스 / 2017년 11월 20일 / 값 25,000원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 2017 개정신판

손철주 지음, 오픈하우스(2017)


태그:#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 #손철주, # 오픈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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