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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0일부터 12월 5일까지 서울지하철 9호선(1단계)를 운영하는 서울9호선운영(주) 소속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갔다. 민영화와 민간위탁의 폐해가 극단적으로 나타났던 9호선의 노동자들이 드디어 당사자로서 지하철 안전강화와 민영화의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일어선 것이다. 특히 지하철 공공성을 강화하려는 이번 9호선 노동자들의 파업은 국내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는 측면에서 주목해야 한다.  

30일 오전 서울시청 옆에서 열린 9호선 총파업 출정식에서 참석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 9호선 총파업 출정식 30일 오전 서울시청 옆에서 열린 9호선 총파업 출정식에서 참석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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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선의 민영화와 민간위탁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

우선 국내적인 의미를 알아보자. 2012년 당시 서울지하철 9호선의 사업시행자인 서울시메트로9호선(주)는 500원의 요금인상(안)을 기습적으로 발표하면서 사회적인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운임조정권 회수 및 MRG(최소운영수입보장)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사업 재구조화를 2013년에 실시했다. 그 과정에서 당시 서울시메트로9호선(주)의 대주주였던 맥쿼리는 사업권을 팔고 나갔고 완전히 국내자본으로 주주가 교체 되었다. 이러한 조치로 일정정도 9호선 민영화의 문제점이 개선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근본적인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

완전히 국내자본으로 교체되기는 했지만 9호선 사업시행사인 서울시메트로9호선(주)는 30년 간 운영권을 가지고 있으며 서울시메트로9호선(주)의 주주들은 협약에 따라 투자비에 이자까지 감안해서 이윤을 보장받고 있다. 더욱이 서울시메트로9호선(주)에서 적자가 발생하면 서울시가 보전까지 해주고 있다. 여전히 서울9호선운영(주)는 9호선을 운영하고 있으며 차량정비업무는 메인트란스(주)라는 회사가 맡고 있다. 사업시행사의 자본구조를 일정정도 개선했지만 9호선 민영화의 폐해와 다층적인 민간위탁 방식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9호선의 운영구조가 어떠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첫 번째는 공공부문으로 내부화할 수 있는 수익들이 여전히 민간(해외)자본의 이윤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자본재구조화를 했지만 서울시메트로9호선(주)의 주주들은 서울시로부터 여전히 이윤을 보장받고 있다. 서울시로부터 적자까지 보전 받는 서울시메트로9호선(주)는 관리운영수수료 명목으로 서울9호선운영(주)에게 매년 700억 원을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서울9호선운영(주)의 대주주인 프랑스계 자본인 RDTA(RATP Dev Transdev Asia)는 7년간(2009년~2015년) 전체 당기순이익 중 배당액으로 234억 4천 8백만 원이나 되는 이윤을 가져갔다. 서울시의 재정과 시민들의 요금수익이 민간(해외) 자본의 이윤으로 여전히 막대하게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민간사업자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효율적인 운영을 추구하다보니 노동조건이 악화되고 시민안전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9호선은 서울교통공사와 비교해보면 노동조건이 상당히 열악하다. 기관사들은 공사 기관사들보다 평균 3~4일을 더 일을 하고 있으며 한 번 운행하는 시간도 더 길다. 공사와 다르게 비 숙박근무이기 때문에 출퇴근에 따르는 피로도도 높다. 전동차뿐만 아니라 지하철 시설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기술 노동자들도 장시간 근무를 하고 있다. 역무 인력도 부족해서 1인 역사가 대부분이어서 승객의 서비스와 안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민영회사인 서울9호선운영(주)는 비용을 줄이고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열악해지고 있는 것이다. 

만약 9호선이 공영으로 운영이 되었다면 민간자본들이 취하고 있는 배당금 등의 이윤을 내부화해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서 충분히 투자할 수 있었을 것이다. 노동조건이 개선되면 당연히 서비스의 질이 좋아지고 시민안전도 더 보장되면서 공공성이 확대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서울시가 무려 3조원이나 투자한 9호선을 어처구니없게 민영화했고 그 이후에도 운영구조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서 민영화의 폐해가 누적되고 있다.

초국적 자본의 공공성 파괴에 대항하는 9호선 노동자들

서울시메트로9호선(주)으로부터 위탁을 받은 서울9호선운영(주)의 주주구성을 보면 현대로템이 20%의 지분을, 나머지 80%는 프랑스계 자본이 소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프랑스 물기업인 베올리아와 RATP(파리대중교통공사)가 각각 50%씩 출자해서 설립한 RDTA가 72%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나머지 8%는 베올리아 계열의 Transdev Group S.A 소유) 프랑스계 자본은 자국에서는 엄격한 노동법과 강력한 노동조합 때문에 공공성을 유지하지만 초국적 자본이 되는 순간부터는 악랄해질 수 있다. 우리는 이런 프랑스 자본의 이중적인 모습을 프랑스계 유통업체 까르푸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과정을 다룬 '송곳'에서 이미 보기도 했다.

필자는 지난 5월에 외국광역교통체계 연구 목적으로 프랑스 파리의 RATP 본사에 방문해서 사측 담당자로부터 비슷한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RATP는 공공교통 부문에서는 각종 보조금과 세금 지원을 통해서 부채가 전혀 없다. 그럼에도 RATP는 민간 자회사를 통해서 해외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적자가 없음에도 적극적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이유를 묻자 사측 담당자는 RATP는 자신들의 노하우와 효율적인 운영을 국제적으로 펼치고 이익을 확대하길 원한다고 답했다. 노조가 없고 노동법이 약한 나라에서는 충분히 초국적 자본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말로 이해가 되었다. 

실제로 프랑스계 자본이 운영하는 서울9호선운영(주)은 비 숙박근무, 1인 역사, 성과연봉제, 다기능화 등으로 노동조건이 열악한 상태로 운영이 되고 있다. 그리고 9호선이 비용 절약적인 노동조건으로 지하철을 운영하자 관료들과 보수 세력들은 공공부문이 방만하다는 이유를 들면서 상대적으로 노동조건이 좋은 서울교통공사 노동자들에게도 이러한 노동조건을 적용시키려고 했다.

9호선은 지하철 공공성을 파괴하는 전초기지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전초기지에서 억압받던 노동자들이 시민안전 보장과 노동조건 개선 등을 주장하면서 파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지하철 공공성을 악화시키는 9호선이 문제가 있음을 당사자들이 파업으로써 알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서울시, 9호선 노동자들의 파업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서울시는 기본적으로 9호선 노동자들의 파업은 이들이 소속된 서울9호선운영(주)와 사업시행자인 서울시메트로9호선(주) 등이 풀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서울시는 9호선 운영구조에서 제일 상위에 있는 원청이다. 더군다나 천만 서울시민의 발인 대중교통의 문제는 계약관계를 떠나서 서울시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9호선을 민영화시키면서 구조적인 적폐가 쌓였지만 그것을 해소하는 것은 현 서울시장의 역할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일단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9호선 노동자들의 파업이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서울시가 서울지하철 9호선을 공영화해서 서울교통공사에서 통합적으로 관리·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이영수(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입니다.



태그:#서울 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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