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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안아키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지난 18일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안아키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 SBS 그것이알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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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 딱지로 뒤덮이거나, 긁어서 생긴 피와 진물이 흘러나오는 아기 피부.'

인터넷에 떠도는 인터넷 커뮤니티 '약 안쓰고 아이키우기 모임'(안아키) 회원들이 올린 '아기 사진'은 누리꾼들을 경악하게 했다. 부모의 신념에 따라 약을 안 먹고, 병원에 안 간다는 아이들의 모습은 처참할 정도였다. '아동 학대'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비난이 쏟아지자, 지난 5월 안아키 운영자인 김효진 대구 살림한의원 원장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됐고, 카페 역시 폐쇄됐다.

그러나 안아키는 여전히 건재하다. 시민단체로부터 '아동 학대' 혐의로 고발당한 안아키 회원들이 경찰 수사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김 원장에 대한 구속 영장이 기각됐다. 이후 안아키 쪽은 지난 9월 인터넷 카페 이름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아이 키우기'로 바꾸고 활동을 재개했다. 안아키 회원들은 왜 비난을 감수하고서 다시 '안아키'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어린 아이를 키우고 있는 40대 정아무개씨는 한때 안아키 회원이었다. 그는 아이를 낳기 전부터 천기저귀 카페에 가입해 활동했다. 천 기저귀 카페 회원 가운데는 일회용 기저귀 속 화학 흡수체의 유해성을 걱정하거나, 일회용을 쓰면 발진이 나는 아기를 둔 엄마들이 많았다. 안아키에서도 활동했던 이들을 따라 정씨도 자연스럽게 안아키에 가입하게 됐다.

정씨는 안아키에 호감을 가졌다. '현미액종'(아이들 변비에 좋은 물), '이엠효소'라는 천연세제, '장'이나 '과일 청' 등을 만들고 써본 이야기들이 올라와서 유용하다고 느꼈다. 일부 자연 치유법도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그가 안아키에 올라오는 정보를 전부 믿지 못한 것은, 한때 간호사로서 종합병원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안아키 회원들이 백신을 거부하거나, 백신을 일부러 늦게 접종시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카페가 폐쇄된 이후에는 다시 가입하지 않았다. 지난 18일 <그것이 알고 싶다> 방영 이후, 정씨에게 '안아키 사태'에 대해 물었다.

엄마들은 왜 안아키에 가입할까

18일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아이가 갑상선 기능저하 진단을 받은 이후, 김효진 원장의 말을 믿고 안아키식 치료를 하다가 오히려 병을 약화시켰다고 고백하는 한 어머니가 등장했다.
 18일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아이가 갑상선 기능저하 진단을 받은 이후, 김효진 원장의 말을 믿고 안아키식 치료를 하다가 오히려 병을 약화시켰다고 고백하는 한 어머니가 등장했다.
ⓒ SBS 그것이알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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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의 주변 사람들은 안아키에 깊이 빠져들었다. 진보성향이 강한 단체대화방에서는 '안아키'의 자연치유법과 백신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글들에 동조하는 사람이 많았다. 특히 한 친구는 적극적으로 활동하면서 항상 "○○가 아프면 죽염을 먹어야 한다", "숯을 먹어야 한다"는 말을 늘어놓았다.

정씨는 안아키에 빠져드는 이유를 세 가지로 분석했다. '의료에 대한 불신', '효과를 봤다는 증언', '독박육아'였다.

정씨는 엄마들이 아이를 기르면서 병원과 의료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잃는다고 말한다. 그는 아이에게 아토피와 발진이 발생할 경우 병원 치료로 쉽사리 낫지가 않을뿐더러, 항생제 과다 사용과 아이를 고통스럽게 하는 수많은 검사·주사에 거부감을 느끼는 엄마들이 많다고 지적한다. 사무적인 병원의 태도도 병원의 신뢰도를 떨어트린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불친절하고 확신을 주지 못하는 의사의 말에 비해, 안아키 회원들의 조언은 더 따뜻할뿐더러, 확신에 차 있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안아키 카페에서 질문을 하면, '맘닥터'로 뽑힌 사람들이 '김 원장'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의료상담을 적극적으로 해줬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안아키에 올라오는 정보가 효과를 발휘하기도 했다. '중이염일 경우 죽염수를 귀에 한 두 방울 넣어준다'와 같이 자연요법 등에서 효과를 봤다는 증언들이 분명히 있었고, 실제로 한 번 효과를 보게 되면 계속 믿게 된다는 것이다. 정씨는 "믿기 힘들지만 안아키를 신봉하는 지인은, 김 원장의 방식대로 치료해서 아토피가 나았다고 한다. 그래서 더 믿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씨는 '독박 육아' 가정이 많은 분위기가 안아키의 문제를 키운 측면이 있다고 봤다. 독박 육아거나 육아에 있어서 엄마의 의견이 주도적인 경우에, 아이가 안아키식 치료를 받도록 방치된다는 지적이다.

정씨는 "남편이 육아를 공동 분담하는 입장에서 브레이크를 걸었다면 걱정할만한 상태까지 두진 않았을 것이다"라고 꼬집으며, 육아에 대해 주변에 편하게 논의할 대상이 없기 때문에 안아키 등에 물어보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씨의 남편은 육아에 적극적일뿐더러 평소 정씨와 대화를 많이 하고 있었다.

아이를 위해 '공부', 하지만 방향이 잘못됐다

안아키 회원들은 '백신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백신 부작용이 일어난 확률은 희박하다.
 안아키 회원들은 '백신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백신 부작용이 일어난 확률은 희박하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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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키 회원들은 아이를 위해 노력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이다. 이를테면 해열제 한 번 먹이면 편하지만, 아이의 몸을 따뜻하게 해서 땀을 내주고, 대신 머리는 차게 식혀주는 '안아키식 자연 해열을 하려고 한다. 또 안아키에 아이가 아플 때 할 수 있는 방법들이, 단순히 몇 줄로 '이래라저래라'식으로 적혀있진 않다. 다 엄마들이 근거를 열심히 설명해 둔 것이다. 읽어보면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는 된다. 그걸 설명하고 읽는 과정이 '공부'가 아니고 뭐겠나."

정씨는 안아키 회원들을 무식한 사람이나 광신도로 취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5월에 우후죽순 터져 나온 안아키 관련 기사들은 안아키 내에서도 흔하지 않는 극단적인 내용들만을 부각시키며, 자극적이고 악의적이었다는 게 정씨의 생각이다. 그는 또한 '화상 당했을때 화상 부위를 미온수로 씻어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안아키에서는 엄청 뜨거운 물에 담가야 한다는 식으로 나온다'는 내용의 관련 보도들이 안아키의 실제 모습보다 과장해서 묘사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미온수에 화상부위를 담그거나, 자연 해열 등의 방법을 시도해보진 않았다. 정씨는 "화상은 아직 당한 적이 없고, 애가 딱 한 번 38도 이상으로 열이 오르니까 자연 해열은커녕 병원으로 가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라고 밝혔다.

정씨는 백신 접종에 대한 안아키의 주장에 큰 거부감을 느꼈다. 안아키 엄마들은 직접적으로 "백신을 접종하지 말라"고 이야기하진 않았다. "백신 접종 후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과 그 효과를 비교해보라"면서 백신에 대한 설명서를 사진 찍어 올려놓았다.

그러나 정씨는 "간호사였기 때문에 양약의 경우 임상실험에서 두통, 오심, 구토가 부작용으로 등록되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타이레놀 한 알만 봐도 설명서를 보면 부작용이 한 페이지다"라며 "백신에 대해 '효과와 부작용을 비교해보라'는 것 자체가 사람을 헷갈리게 하고 호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거부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안아키 회원 중에는 '무접종'이 껄끄러울 경우에는 '지연 접종'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너무 어린 나이에, 또 많은 주사를 맞는 게 불안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정씨는 "'접종 시기' 등을 정해놓은 것은 다 이유가 있는데 '지연 접종'의 경우는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분명 안아키 회원들은 '공부하는 엄마들'이었다. 실제로 '무접종'이나 '지연접종'에 대해서도 근거로 책이나 논문을 들고 왔다. 그러나 이들은 그 책이나 논문이 잘못됐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1998년 영국의 앤드루 웨이크필드 박사가 홍역·볼거리·풍진 혼합 백신(MMR)이 자폐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이후, 그것이 지난 2010년 '조작된 연구결과'로 밝혀졌음에도 유사한 음모론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 '백신 음모론'이 무서운 것은 본인의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까지 전염병에 노출시킨다는 것에 있다. 미국에서도 '자폐증 부작용'에 대한 공포 때문에 '백신 접종률'이 떨어지면서 2015년엔 홍역 집단 감염까지 일어났다. 정씨는 "백신 거부 움직임은 안아키 밖에 있는
시민들 사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국가적으로 백신 접종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홍보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효진 원장 신뢰할 수 없는 사람, 안아키 회원들 다시 생각해야"

다시 공개된 안아키 카페의 모습
 다시 공개된 안아키 카페의 모습
ⓒ 안전하고 건강하게 아이 키우기 카페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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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전문가와 언론의 지적에도 '안아키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18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 보도 이후 비공개로 전환했던 '새 안아키' 카페는 다시 공개로 전환됐다. 두 달 만에 회원은 9500명이 넘어섰다. 안아키 이외에도 '자연주의 육아'를 표방하는 여러 카페가 존재한다.

정씨는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고 싶은 마음을 이용해 안아키를 이끌고 있는 김효진 원장에 대해 분통을 터트렸다. "일각에서 말하는 것처럼 카페에서 팔았던 물건들로 아주 큰 사익을 취하진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한의사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는 점은 아주 큰 문제다. 꼭 법적인 처벌을 받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정씨는 함께 활동하던, 그리고 여전히 안아키를 옹호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친구들을 위해 조언을 남겼다.

"김효진 원장은 안아키 관련해서 본인의 치료 방법에 대한 연구 논문 한편을 쓴 적이 없는 사람이라는 기사를 봤어요. '논문이 뭐가 필요하냐, 이미 내 치료법으로 효과를 본 사람이 많다'고 당당히 답변하는 것을 보고 할 말을 잃었습니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이번 일은 누가 뭐래도 '아이 엄마'인 당신만의 잘못은 절대 아니라 생각해요. 한 발자국만 뒤로 물러서서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대학병원 전문의 "안아키는 약·백신 부작용 과장해서 언급"


안아키 회원들의 소위 '자연주의', '병원을 거부하는 육아 방식'에 대해 경기도 소재 대학병원의 전문의 A씨는 큰 우려를 표했다. '미온수 화상 치료법'에 대해선 "15~20도 정도의 흐르는 냉수로 씻어내어야 피부의 열을 식히고 잔열로 인한 추가 손상을 막을 수 있으며, 40도 정도의 물로 씻어내게 내면 추가적인 열손상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연해열'에 대해선 "해열제는 항생제가 아니다. 많이 먹으면 면역력이 약해진다는 생각은 착각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안아키 내에서 '지연 접종'이 권장되는 분위기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여러 차례 연구를 거쳐서 '특정 질병이 자주 발생하는 연령'과 '면역 획득력' 등을 고려했을때 가장 이상적인 시기를 정한 거다. 그 시기에 걸릴 수 있는 병을 예방하는 것인데, 늦게 맞으면 몸에 안 좋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A씨는 "모든 의학의 기본은 '보건적 유익이 위험을 상회한다'는 것이다. 약품, 주사, 수술 위험이 없는 것은 없지만 그 위험보다 유익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이다"라며 안아키가 의료조치의 위험을 과장한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아스피린을 먹었을 때 뇌 손상이 오는 '라이 증후군'은 100만분의 1의 확률에 불과하지만, 99만 9999명의 병세를 호전시킨 것은 간과하고 1명의 치명적인 피해만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태그:#안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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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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