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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초의 국민사찰기록 정보공개청구 시민운동 출범을 선언하는 ‘국민사찰근절과 국정원 개혁을 위한 내놔라시민행동’ 기자회견이 지난 10월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정면 계단에서 개최되고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국민사찰기록 정보공개청구 시민운동 출범을 선언하는 ‘국민사찰근절과 국정원 개혁을 위한 내놔라시민행동’ 기자회견이 지난 10월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정면 계단에서 개최되고 있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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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2017년을 어떻게 기록할까?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간 권력기관이 얼마나 썩고 망가졌는지 '기록'으로 입증한 한 해였다고 평가할 것이다. 청와대 캐비닛 문건 및 서버에서 발견된 공유폴더 전자파일,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에서 매일 같이 터져 나오는 기록들은 시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더불어 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국가기록원을 방문해 열람하고 공개한 기록에는 이명박 정부에서 작성된 '야권 지자체장의 국정 운영 저해실태 및 고려사항' 'KBS 내 좌파성향 주요간부' 등의 내용이 공개되어 파문이 일어나기도 했다.

의도치 않은 '기록'에서 국정 농단의 증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명백한 증거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도 사법처리가 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아무리 전직 대통령이라 해도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당연히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와 발맞춰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등이 이끌고 있는 '내놔라 시민행동'은 국정원 불법사찰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운동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 캐비닛에서 발견된 문건에 대해서도 청와대 및 국가기록원 등에 정보공개청구가 빗발치고 있다. 시민들의 분노가 정보공개청구로 치환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문건들이 언론 및 국회를 통해 부분적이고, 간접적으로만 공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기록원 및 국정원은 정보공개청구에 대해서는 분류 등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공개 처분을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시민들은 파편적인 정보를 취득할 수밖에 없다. 현재 발견되고 있는 문건들은 내용과 양적 측면에서 너무 방대하다.

이런 기록들은 문건파동이 마무리되면, 영구히 '비공개'되어 시민들의 기억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향후 국가기록원 등이 이 기록들을 공개로 전환하기에는 법적 및 현실적 한계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선거개입 등의 불법행위가 기록을 통해 만천하에 드러나는 시점에 기록을 단순히 정보공개법 관점에서만 평가할 수 없다. 일부 문건이 시민들에게 공개하기 부적절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공익적 측면에서 이 문제를 판단해야 한다. 정보공개심의회에서도 '공익검증' '이익형량' 관점으로 판단해 정보공개법 9조 1항(비공개대상정보)에 해당하더라도 공개하고 있는 기록들도 많기 때문이다.

가령 서울시 정보공개심의회에서는 지난 해 제2롯데월드 안전성 평가용역 결과보고서'에 대해 롯데 측의 강력한 비공개 요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개로 결정한 바 있다. 일부 내용이 비공개에 해당할 수 있었지만 서울시민들의 알권리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지난 10년간 민주주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들리는 경험을 했다. 대통령의 연설문을 비선실세가 고치고, 시민들을 블랙리스트로 찍어 온갖 불이익을 주었다. 사실상 수많은 시민들이 피해자의 신분이다.

따라서 지난 10년간 어떻게 민주주의를 유린했는지 문건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는 전담조직이 절실하다. 필자는 각 분야 전문가들을 구성해 기록들을 평가하고, 공개를 전담하는 '적폐 기록평가위원회' 구성을 제안하고 싶다. 적폐기록평가위원회는 청와대 캐비닛 문건 및 공유폴더 전산파일과 국정원 등 각 부처 적폐 TF 결과를 사료로 정리하고, 맥락에 맞게 공개여부를 판단하는 일을 전담하는 위원회가 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적폐 청산 TF위원, 역사학자, 기록학자, 탐사보도 전문가 등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참여하면 더욱 효과를 크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가능하면 문건별로 중요도가 높은 기록들은 기획 전시를 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 이런 기록들은 향후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을 더욱 깊고 넓게 확산시켜 줄 것이 분명하다.

세계적으로 미국 국립기록관리처(NARA)의 방대한 기록관리와 철저한 공개 행정은 큰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이들의 기록은 한국 현대사를 분석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는 지난 10년간 정권이 공개되기를 의도치 않은 상세한 기록들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 기록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활용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향후 민간 전문직 국가기록원장이 선임 된 후 위 문제를 좀 더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해본다. 민주주의는 기록(Records)에서 시작되고 기록(Archives)으로 완성된다.

덧붙이는 글 | 전진한 기자는 국가기록개혁 TF 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캐비닛기록, #기록, #적폐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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