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장영식 작 <여기, 사람이 살고 있어요>. "핵발전을 이고지고 살았던 사람들은 도심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핵발전은 사회적 약자들의 희생 위에 세워졌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장영식 작 <여기, 사람이 살고 있어요>. "핵발전을 이고지고 살았던 사람들은 도심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핵발전은 사회적 약자들의 희생 위에 세워졌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장영식

관련사진보기


"여기, 사람이 살고 있어요."

전국의 '탈핵' 현장을 기록하는 장영식 사진작가가 오는 22일부터 부산40계단문화관에서 여는 탈핵사진전 제목이다.

장영식 작가는 밀양·청도 주민들의 송전탑 반대 투쟁 현장, 핵발전소 때문에 두 번이나 고향을 버리고 쫓겨났던 골매마을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아 왔다.

장영식 작가는 밀양송전탑 반대 투쟁 현장에서 주민들과 함께 하면서 기록한 사진을 담은 <밀양 아리랑>(2014)과 핵발전소 때문에 두 번이나 집단이주를 해야 했던 사람들을 담은 <골매마을>(2016)을 '눈빛출판사'를 통해 펴내기도 했다.

전시회를 앞둔 17일, 장영식 작가는 "밀양 송전탑 투쟁 때, 할머니가 저에게 '765kV 송전탑은 핵발전소의 자식이다'는 말씀을 하시더라.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그때부터 핵발전소 문제에 관심을 가졌고, 할머니한테 밀양 싸움이 끝나면 핵발전소와 관련한 작업을 하겠다고 약속했고, 그래서 지금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신고리원자력발전소 5·6호기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경남 창녕의 북경남변전소까지 가져가기 위해 '765kV 송전선로' 공사를 벌였고, 밀양 사람들은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10년 동안 싸웠다.

박근혜정부 때 송전탑 공사가 강행되었고, 장영식 작가는 밀양의 할매·할배들과 함께 하며 2년간의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장영식 작가는 "우리나라 핵발전소에 대해 심도 깊게 접근하는 게 불가능하다. 내부 들어가기도 불가능해서 제한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고리원전 3·4호기 바로 앞에 골매마을이 있다. 그곳 주민들은 1969년 고리에서 집단 이주해 왔다. 그런데 신고리핵발전소 때문에 또 떠나게 되었고, 그 마을이 사라지고 없는데 2년간 집중 촬영했다"고 말했다.

그는 "골매마을을 촬영해 사진집으로 남겨 놓았다는 게 의미가 있었다"며 "그 분들과 교류하면서 느낀 것은, 핵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이 차별받고 소외받는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사진 작업에 어려움이 있다. 장 작가는 "울진이나 신고리, 고리 주변에서 핵발전소와 관련해 사진 작업하는 것에 대해 그 쪽 주민들은 상당히 경계하는 눈으로 바라본다"며 "그래서 깊이 들어가는데 상당히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분들은 핵발전소로 인한 여러 지원 조건을 잃어 버리기는 것에 대해 싫어 한다"며 "그래서 현장을 기록하는 작업을 하는 제가 불편하게 여겨진 것이라 본다. 그러나 인간적으로 그 분들을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포항지진'으로 핵발전소의 위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장영식 작가는 "공론화위원회 과정을 거쳐 신고리5·6호기 건설이 재개되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시민들이 좌절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그럼에도 포항지진은 일어나지 말아야 했는데 일어났다. 1년 전 경주 지진이 난 뒤 여론조사에서는 신고리5·6호기 건설에 대한 반대가 70% 정도였던 것으로 안다"며 "1년이 지나면서 희석되었고, 잊혀졌다. 그리고 보수언론들이 펼치는 여론전과 핵산업계의 거짓말에서 밀려났다"고 했다.

그는 "포항 지진으로 다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악순환에 일희일비가 아니라, 무엇보다 안전과 생명이 우선되어야 한다"며 "핵발전소 쓰레기 문제도 심각하고, 미래세대에 그대로 떠안겨지는 것이다. 핵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영식 작 <여기, 사람이 살고 있어요>의 한 작품. "1969년, 고리에서 쫓겨왔던 사람들은 다시 신고리핵발전소 건설로 쫓겨나야 했다. 눈을 감기 전에 고향마을인 고리에 가고 싶다던 할머니는 끝내 고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다."
 장영식 작 <여기, 사람이 살고 있어요>의 한 작품. "1969년, 고리에서 쫓겨왔던 사람들은 다시 신고리핵발전소 건설로 쫓겨나야 했다. 눈을 감기 전에 고향마을인 고리에 가고 싶다던 할머니는 끝내 고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다."
ⓒ 장영식

관련사진보기


"핵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필요"

이번 전시회는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부산녹색당, 부산민예총, 부산작가회의, 탈핵부산시민연대, 천주교부산교구정의평화위원회가 함께 주관하고, 부산시와 부산문화재단 시민크라우드펀딩으로 지원해 열린다.

탈핵 단체들은 "부산은 고리핵발전 단지와 신고리핵발전 단지를 안고 살고 있다. 부산은 국토면적당 그리고 인구밀집도에서 세계 최대의 핵발전 밀집 지역"이라며 "고리핵발전 단지로부터 반경 30킬로미터에는 부산과 울산 그리고 양산 등지에 382만 명이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울산은 한국 최대의 중화학 공업 단지가 있는 곳이다. 이러한 곳에 월성핵발전소를 포함하면 13기가 가동 중에 있으며 설계 수명 60년의 세계 최대의 핵발전소 3기가 추가로 건설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탈핵단체들은 "지금까지 시민들에게 은폐되고 조작된 핵발전소는 건설 예정부터 지역을 차별하고 사람을 차별하고 노동을 차별하는 차별의 상징"이라며 "이 차별에서 희생 당하는 사람들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며 하청 노동자들이다"고 했다.

이들은 "탈핵사진전을 통해 우리 사회가 더 이상 핵발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에서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해야 하는 생명의 시대임을 성찰하게 될 것"이라 했다.

장영식 사진가에 대해, 탈핵단체들은 "핵발전으로부터 생산된 전력을 송전하기 위해 초고압 송전탑을 건설하려는 한전에 맞서 10년 넘게 투쟁했던 밀양과 청도 할매들의 투쟁을 담은 사진가"라며 "지금도 전국의 탈핵 현장을 기록하고 재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탈핵 사진전이 단순히 기록과 재현만이 아니라 핵발전으로부터 희생을 강요받은 사람들의 삶을 공개하고, 그들의 희생을 기억할 뿐만 아니라 지금 삶의 자리에서 계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핵발전의 고통을 넘어 지속가능한 세계를 염원하는 한 예술가의 성찰과 희망을 올곧게 담아내기 위한 것"이라 했다.

탈핵사진전 개막식은 22일 오후 6시에 열린다.

장영식 작 "여기, 사람이 살고 있어요". "월성핵발전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살고 있는 나아리 주민들은 삼중수소 배출 등으로 집단이주를 요구하며 3년 넘게 농성을 하고 있다. 매일 아침 상여와 관을 메고 월성한수원 앞을 지나가고 있지만, 한수원은 지금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다."
 장영식 작 "여기, 사람이 살고 있어요". "월성핵발전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살고 있는 나아리 주민들은 삼중수소 배출 등으로 집단이주를 요구하며 3년 넘게 농성을 하고 있다. 매일 아침 상여와 관을 메고 월성한수원 앞을 지나가고 있지만, 한수원은 지금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다."
ⓒ 장영식

관련사진보기




태그:#장영식 작가, #탈핵, #밀양송전탑, #골매마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