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상상력이 펼쳐지는 시간이었다. 1919년 3월 1일 "대한독립만세"를 외칠 수밖에 없었던 조선의 상황과, 3.1운동에 영향을 주었던 전 세계적인 흐름이 한 손에 잡힐 듯한 설명이었다. 팟캐스트 <독립만세 토크쇼 - 정재환의 3.1운동이야기>에서는 여섯 번째 순서로 '독립을 이루지 못한 나라 vs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이자 '반헌법행위자열전편찬위원회' 책임 편집인 한홍구 교수가 출연하여 20세기 초반의 세상을 보여주었다.
한홍구 교수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렇다. 1918년 1차 세계대전이 종전되고 같은 해 14개조로 이루어진 윌슨의 자결주의는 전 세계적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패전국들의 식민지에만 적용되었다. 서구 열강 식민지였던 나라들이 해방이 되고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는 가운데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면서 신천지에 대한 열망이 폭발하였다. 레닌의 민족자결이 천명되면서 세계정세가 격변하는 시기였지만 조선은 승전국의 식민지였기에 그 논의에서 제외되었다. 여운형은 독립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기 위해서 신한청년당과 협의하여 베르사이유 강화회의에 김규식을 파견했지만 문전박대를 당했다. 그 이후 독립운동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변모, 발전해 갔다.
제국주의 지배를 받는 나라들 중에서도 조선과 서양 열강의 식민정책은 운영방식도 달랐고 독립운동의 목적 역시 다른 양상을 보였다. 영국은 식민지 인도를 본국인 6천 명만으로 경영하였으며 인도의 독립운동도 자치 운동이 주를 이루었다. 반면, 조선의 경우 일본의 군경을 비롯해 일본 사회 하층민까지 60만 명이 거주하며 내선일체를 부르짖고 강한 동화정책을 실시하였다. 독립운동가들은 인도와 같은 자치 독립이 아닌 절대 독립을 원했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한 시도들을 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홍구 교수는 "조선이라는 나라가 법적으로 망한 것이 1910년 8월이지만 1919년 고종황제의 서거는 조선 사람들의 마음이 진짜로 무너지게 된 계기"였을 거라고 비유한다. 고종의 죽음은 독립운동가들이 군주제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민주공화제로 전환하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되었다고 한다.
조곤조곤한 말투로 설명을 하던 한홍구 교수는 3.1운동의 파급력은 당시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금에야 백년 가까이 세월이 흘러 3.1운동이 결코 실패한 운동은 아니라고 평가받고 있지만 1919년~1920년에 참여한 백성들 사이에서는 3·1운동은 실패한 운동으로 여겨졌을 거라고 추측했다. 3.1운동 이후 탄압과 폭정은 더욱 강도가 높아졌고 많은 희생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역사학자들은 가끔 3.1운동에 많은 조선인들이 참여한 까닭은 독립이 된 줄 알았기에 길거리로 모여들었을 것이라고 농담한다는 에피소드도 전했다.
3.1운동 이후부터 해방을 맞이하기까지 독립운동사를 살펴보면 다소 복잡한 양상으로 분화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사회주의가 급격하게 확산되며 경도되었고 급진 사회주의나 아니키즘은 독립운동의 새로운 주류로 떠올랐다. 또한 일본 제국주의를 상대로 평화적인 방법이 가능한가에 대한 회의가 팽배해졌다. 1930년대 독립운동이 어디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방향성이 정해지고 여러 가지 갈래로 흩어졌던 것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독립운동의 이정표와 새 틀을 만들어지며 공화주의가 출발을 알렸다. 결론적으로 3.1운동은 일본 지배에 억눌려 있던 어린이들이 성장하면서 독립군이 되는 엄청난 계기가 되었다.
한홍구 교수는 젊은이들이 흙수저, 헬조선을 부르짖는 것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독립운동가들이 목숨을 내걸고 지켜왔던 나라가,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엄청난 피를 흘리며 성장했던 대한민국이 청년들에게는 살기 어려운 곳이 된 현실에 못내 아쉬움을 표했다.
<독립만세 토크쇼, 정재환의 3·1 운동 이야기>는 매주 금요일, 팟캐스트에 업로드된다. 다음 순서로 박광일 및 독립대장정 시민학생단을 초대하여 '임시정부의 행적'이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독립만세 토크쇼-정재환의 3.1 운동 이야기>는 3·1운동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와 함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