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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부터 동네 놀이터에 가기 싫어졌다. 내가 일하는 것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언제나 날아올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부터 동네 놀이터에 가기 싫어졌다. 내가 일하는 것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언제나 날아올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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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부터 동네 놀이터에 가기 싫어졌다. 내가 일하는 것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언제나 날아올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놀이터에서 아이와 놀고 있으면 꼭 동네 아주머니들이 말을 걸었다. 아주머니들은 내가 직장에 다니고 있으며, 3살짜리 첫째 아이와 1살짜리 둘째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닌다는 설명을 들을 때까지 질문을 쏟아낸다. 답을 듣고 난 후에는 반드시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이고, 애들은 엄마가 키워야 하는데, 그 어린 것을."

처음엔 그저 흘려들었는데 너무 자주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내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제 삶이 있는데, 사회에서 좀 더 활동하고 싶어요."

그럴 거면 아이를 왜 낳았느냐, 아이가 불쌍하다, 엄마가 이기적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나는 일하지 않는 시간엔 아이와 온전히 시간을 보낸다. 퇴근 후엔 아이와 놀고 목욕하고 재운다. 그 후엔 졸린 눈을 비벼가며 이유식을 만들고 아이들의 빨래를 한다.

주말엔 아기 수영장에도 가고 키즈 카페도 간다. 이렇게 일하는 시간 외에 아이와 온전히 놀아주어도 그들은 내 목소리를 경청하려 하지 않는다.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닫힌 질문도 있다. 정답이 하나뿐인 질문, 최소한 질문자의 입장에서는 하나뿐인 질문이다. (...) 질문 속에 이미 답이 포함되어 있으며 실은 우리를 강제하고 처벌하는 것이 목적인 질문이다." (리베카 솔닛,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p.18)

내가 아무리 이야기해봤자 그들은 이미 정해진 정답을 가진 듯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 그저 나는 '아이가 가장 중요한 시기에 아이를 내팽개치고 일하러 가는 엄마'일 뿐이다.

'3살까진 엄마가'란 신화... 휴직하는 여성들

 '3살까진 엄마가'란 신화... 일 그만두는 엄마들
 '3살까진 엄마가'란 신화... 일 그만두는 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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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아이는 엄마가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영국 정신의학자 존 볼비가 1951년에 발표한 '애착 이론'이다. 그는 엄마와 아이 사이의 안정적인 상호관계가 정상적인 심리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입증했고, 그 나이가 3세까지라고 했다. 내가 이 이론을 알게 된 것은 아이를 3살까지 보려고 육아휴직한 엄마들을 동네에서 많이 만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긴 엄마들은 모두 아이와 애착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 것일까. 2016년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동 수는 전국에 145만 1215명이었다는데 그 아이들 모두 엄마와의 애착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나중에 커서 심신발달이 늦게 되는 걸까?

이와 관련하여 최근 흥미로운 기사를 접하게 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일본 스가하라 교수가 일본인 모자 269쌍을 12년간 추적 조사하였는데 "아이가 3살 미만일 때 엄마가 일하더라도 문제행동과 모자 관계와의 관련성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 한다(관련 링크).

미국에서도 2014년에 비슷한 연구 결과가 나왔는데 아이가 2살 이전에 엄마가 일하더라도 5살이 된 시점에서 아이의 학습능력과 문제행동간 관련성은 인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이 연구를 진행한 학자들 모두 3살까지가 대단히 중요한 시기임은 인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엄마의 마음 건강, 부부 사이, 보육의 질 등이라는 설명이다.

"우리는 모두 이상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한 배를 탄 처지라는 사실을, 자신의 괴로움을 말하되 그것으로 남들을 괴롭히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도 우리가 하려는 일의 일부라는 사실을." (리베카 솔닛,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p.28)

저는 아이도 사랑하지만, 일도 사랑합니다

 저는 아이도 사랑하지만, 일도 사랑합니다
 저는 아이도 사랑하지만, 일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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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사회 진출로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추세다. 다수의 일하는 여성들이 아이를 낳는 시대가 됐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와 상관없이 일하는 여성이 아이를 가지면 여전히 퇴사의 압박을 받는다. 퇴사 후 아이를 키우다가 사회로 돌아가려고 하면 소위 '경력단절녀'가 되어 자신을 받아줄 곳이 없다.

미혼인 친구가 회사에 사표를 냈을 때 겪은 일이라고 한다. 일이 힘들어서 그만둔다고 이야기하자 팀장이 "결혼할 때까지 내가 데리고 있으려고 했는데~"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친구는 그 날의 일을 곱씹으며 '그럼 나는 결혼하면 당연히 사표를 써야 하는 존재였던가' 씁쓸했다고 했다.

낮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여성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하기보단 아이를 낳아도 회사에서 잘리지 않는 사회, 아이를 키우기 위해 정시에 퇴근할 수 있는 사회,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도록 보육원의 질을 높이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것은 뒤로 미루고 일하는 엄마에게만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고 죄책감을 심어줘선 안 된다.

"사람들이 여성의 정체성의 핵심을 자동으로 어머니 됨과 연결 짓는 것은 아이야말로 우리가 지닌 사랑의 능력을 충족시킬 대상이라고 믿는 탓도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자기 후손 말고도 사랑할 대상이 너무 많고, 우리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것들이 너무 많으며, 그 밖에도 사랑이 해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리베카 솔닛,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p.25)

나도 나의 아이들을 사랑한다. 그러나 내가 하는 일도 사랑한다. 나의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강제로 빼앗겨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가 고국으로 돌아오는 일도 중요하다(기자가 하는 일은 문화재 환수운동이다).

오늘도 어디선가 우리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것들이 많다, 그것들에도 사랑을 줄 수 있도록 '애는 엄마가 키워야 해'라는 말로 일하는 엄마를 괴롭히기보단 '퍼스널 스페이스', '마음의 거리'를 지켜주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창비·오마이뉴스의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공모 기사입니다. (공모 관련 링크 : https://goo.gl/9xo4z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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