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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포'라는 표현을 보고 적지않이 놀랐다.
 '교포'라는 표현을 보고 적지않이 놀랐다.
ⓒ 대한민국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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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일이다. 한미정상회담을 하러 워싱턴D.C.에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소식을 전하는 청와대 공식 페이스북에 이런 글귀가 올라왔다.

"몇 시간 전부터 기다리셨다는 우리 교포들... 많은 교민분들과..."

적지않이 놀랐다. 그란 미주 한인들과 함께했다는 간담회장에 '문재인 대통령 재미동포 초청 오찬'이라고 적혀 있는 사진을 보고는 마음이 좀 놓였다.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모국에서는 아직도 재외동포를 '교포' 또는 '교민'이라고 표기하나 싶어서다.

나는 한국에서 의대 공부를 마치고 군의관으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한 뒤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정형외과 수련 몇 년 뒤 한국을 방문했을 때였다. 나처럼 미국에 사는 사람들을 '재미교포'라고 부른다기에 조금은 서먹했다.

하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1960년대, 대학생 시절 한일국교가 정상화돼 일본에 사는 동포들이 모국을 방문했을 때 그들을 '재일교포'라고 불렀으니 말이다. 1980년대, 중국 다음으로 모국 밖에서 우리 겨레가 가장 많이 살고 있다는 로스앤젤레스로 거처를 옮겼다. 여러 겨레말 라디오, TV 방송과 겨레글 한글신문, 잡지에 모두 '교포사회', '교민사회', '범교포대회', '교민회'라고 쓰고 있어 스스로도 '교포'라는 말에 익숙해지고 말았다.

'교포'와 '동포' 그리고 '친구'와 '동무'

그러다가 1992년 10월, 나는 재미한인의사회 학술교류방문단의 일원으로 난생처음 북녘에 갔다. 평양에 도착하니 우리를 맞이하러 나온 분들은 '해외동포원호위원회' 소속이라고 했다. 우리들을 병원과 기념비적 유적 등지에 안내하면서 '재미동포' 또는 '동포 의사 선생'이라고 소개했다.

미국 한인 사회에서 익숙해진 그 '재미교포'가 아니고 '동포'라는 말이 되레 가깝게 느껴졌다. 한편 안내하는 그들은 명함도 건네주지 않기에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라 물어봤더니 그저 '아무개 동무' 하면 된다고 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동무'라는 말에 좀 섬뜩했다. 내가 초등학생, 중학생 시절 우리는 서로를 '동무'라고 불렀는데, 남북전쟁을 겪은 뒤 '동무'는 북에서 쓰는 말이라며 슬그머니 안 쓰게 되고 말았다. 그렇게 자연스럽던 말을 못 쓰게 되자 당시 어른들이 쓰던 '친구'라는, 우리 또래들에겐 좀 거북한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 그 정답던 말 '동무'가 사라지고, 어린 학생들도 서로를 '친구'라고 불렀다. '친구'의 역사는 오늘에까지 이른다.

북녘에서 돌아온 뒤 여러 생각을 하게 됐다. '동무'란 말이 없어진 것이 내내 아쉬웠다. 더불어, 내겐 좀 거북하게 느껴져 온 '교포'라는 말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중국에 사는 우리 민족은 대개 '조선족', 러시아에 살고 있는 동포는 '고려인'이라 하는데, 왜 일본의 경우는 '재일교포'로 부르는지 의구심도 생겼다.

'교포', '교민'이 아닙니다

일제강점기에 많은 분이 징병이나 징용으로 끌려갔기에 그랬나 하는 막연한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교포'나 '교민'의 참뜻이 무엇일까 사전을 뒤졌다. 해박한 분들이 '교포', '교민'뿐 아니라 쉽게만 생각해온 '동포'(同胞)의 의미도 잘 밝혀놨다. 즉 '동포'는 "같은 핏줄을 이어받은 사람들로 나라 안에 살든 밖에 살든 같은 민족의식을 가진 모두"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교포'(僑胞)가 의미하는 바는 나의 무지를 일깨웠고, 또 '교민'(僑民)도 그 쓰임새가 다른 것을 알고 놀랐다. 

즉 '교포'의 교(僑)는 외국에 산다는 뜻인데, 한자의 뜻으로 보면 '우거(寓居)할 교'다. 여기서 우(寓)는 잠시 머물러 살 또는 덧붙여 살 우이고, 거(居)는 거처할 또는 살 거의 뜻이 있다. 정리해 말하면 같은 민족이라는 게다. 그러니 교포는 '외국에 나가 임시로 살고 있는(더부살이 하는) 자국민'이라는 뜻이다. 즉, '모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떠돌며 모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나그네 같은 인생들을 빗대어 쓰는 말'이란다. 그러니 누가 우리를 '교포'라고 부른다면 우리를 비아냥대는 셈이 되고, 우리 자신이 우리를 '교포'라고 부르면 스스로 자기를 낮추는 셈이 된다. 그리고 모국을 떠나 외국에서 사는 분이 그 나라의 영주권이나 국적을 취득하면 '교포'의 개념을 잃어버리는 것이라 했다.

한편, '교민'(僑民)은 외국에 거주하지만, 모국 정부의 관할 아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에 유학생이나 주재원 등을 가리키는 경우에 쓰는 것이 적절하단다. 이렇게 '교포'와 '교민'의 의미가 명료해지다 보니 우리 재미동포가 자신을 '교포'라고 하면 마치 우리 자신을 '엽전'이라  비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엽전 같은 신세의 사람이라면 자신을 값싸게 처신하며 살게 되기 쉽고, 상대방도 우리를 낮게 취급하게 된다. 우리 자신을 과장해서도 안 되지만, 모국의 동포들 역시 부정적인 뜻을 내포한 '교포'나 의미가 다른 '교민'이라는 단어를 쓰도록 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나는 6.15남북공동선언이 나온 그해 가을, 로스앤젤레스의 한 재미동포 신문에 "우리는 '재미교포'가 아니고, '재미동포'이다"라는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오늘날 모국의 남과 북 인구의 10%에 달하는 750만 명이 세계 여러 나라에 살고 있다. 현재 모국의 북이나 남에서도 '바다 건너' 밖에서 사는 동포를 '해외동포'로 더 많이 쓰고 있다. 사실 우리 동포들은 일본이나 미국처럼 '바다 건너 나라들'에만 사는 것도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와의 국경선이 압록강과 두만강이니 '강 건너 나라'에도 살지만 '강외동포'라고 하진 않는다. 세계 각국에 있는 모국의 남측 대사관은 주재국 우리 동포들을 '재외동포'라 쓰고 북은 '해외동포'라고 쓴다. 또 남녘에서는 모국 밖에서 사는 동포들을 위한 <재외동포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남과 북 사이에 '해외' 또는 '재외동포' 용어 사용에 대한 정리가 있어야 겠다. 동포들이 사는 나라에 따라 다르겠지만, 미국의 경우, 우리 자신을 '미주 한인', '재미한인', '재미한인사회', '미주한인사회', '미주동포' 또는 '동포사회' 등으로 표기한다.

전 세계에는 750만 동포가 있습니다
 모국을 떠나 외국에 와서 살게 된 동기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모국을 떠나 외국에 와서 살게 된 동기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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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을 떠나 외국에 와서 살게 된 동기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예컨대 선진 학문과 기술을 연마한 뒤 모국에 돌아가려 하다가 여러 이유로 남아 살게 된 동포들도, 또 이민으로 온 사람들도 많다.

어쨌든, 외국에 와서 사는 동포들은 낯설고 물선 땅에서 도전하며, 극복하는 진취적이고, 당찬 근면성을 지닌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다른 어느 나라 이민 1세대보다 가장 빠르게 잘 정착한 민족이고, 2세들의 교육에도 헌신적인 독특한 동포들이다.

우리는 모국을 등지고 떠돌아 다니는 나그네 같은 '교포'가 아니다. 우리는 제2의 조국으로 선택한 나라에 뿌리를 내리며 새 삶을 사는 '재외·해외동포'들이다. 새로운 세계관을 터득하며 사는 우리는 떠나온 모국을 사랑하고, 모국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 사는 750만 재외·해외동포들은 우리 겨레의 큰 자산이다. 더 이상 재외·해외교포라 부르지 마시라. 지금 이 글을 맺는 나는 미국에 살고 있는 '재미동포'다.


미국 LA의 인공관절 수술 전문 정형외과의사, 수필가, 저자. 하버드의대병원(MGH) 정형외과 조교수/ MIT 생체공학 강사 역임 L.A Philharmonic 교향악단 이사 역임, 한겨레통일문화상 수상(2011년) 6.15선언실천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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