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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콘서트' 논란에 휩싸인 재미동포 신은미씨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피고발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변호사 김종귀씨와 함께 입구를 들어서고 있는 모습.
 '종북콘서트' 논란에 휩싸인 재미동포 신은미씨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피고발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변호사 김종귀씨와 함께 입구를 들어서고 있는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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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70년을 앞둔 2014년의 마지막 달, '재미동포 아줌마' 신은미씨가 남한에서 분단 종식을 염원하는 평화 통일 콘서트를 하고 있었다. '이명박근혜' 정부 출범 7년 동안 남북 교역과 왕래가 단절된 상태에서 그녀는 북과 남을 넘나들며 남북의 실상을 양측에 전해왔다.

지난 4월에도 신은미씨는 북녘 방문을 통해 보고 들은 것을, 또 북녘 동포와 수양가족의 인연까지 맺고 지내는 이야기를 전국을 돌며 수많은 이들에게 들려줬다. 통일을 하려면 남과 북 서로를 조금 더 많이 알아야 한다는 그녀의 진솔한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보냈다.

나는 '남북연합방 경제체제'를 시작으로, '남북평화체제'를 먼저 이루고 '미국의 선물, 우리 겨레의 핵'을 남과 북이 공동관리해 핵 비확산을 보장하자는 내용의 전국순회강연을 3주 동안 신은미씨와 같은 시기에 진행했다.

지난 봄 강연 당시에는 <조선일보> <동아일보> 그리고 두 신문사가 소유한 종편 TV의 주의를 끌지 못했는지 여론은 조용했다. 하지만, 이번 12월은 달랐다. <조선> <동아> 등 수구신문·방송은 지난봄 강연 내용과 다를 게 없는 신은미씨의 토크콘서트에 '종북콘서트'라는 이름을 붙이고 여론몰이를 했다.

신은미에 손뼉 치던 남한, 돌변하다

"북녘 산천이 오염되지 않아 깨끗"하고 "대동강 맥주가 맛있다"는 말을 두고 북을 고무·찬양한 종북 발언이라고 규정했다. 북을 두고 '지상낙원'이라고 말한 적도 없는데 종편 TV 방송에 출연한 탈북인들과 시사평론가라는 사람들이 신은미씨에 격렬한 비난을 퍼부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종북몰이 마녀사냥'에 신은미씨는 당황했다. 참담함을 느낀 그녀는 강연 취소까지 고민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녀는 강연을 초청한 여러 단체의 성원과 국내·해외동포들의 격려와 성원에 힘입어 남북화해를 위한 전국순회강연 일정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2011년 이래 북녘의 수도 평양에서 시작해 농촌·어촌·산악 지역과 고적지 그리고 관광지를 여행하며 본 모습, 그리고 북녘동포들과 나눈 이야기를 담은 신은미씨 부부의 여행기는 <오마이뉴스>에 53차례에 걸쳐 연재됐고, 누적 조회수는 수백 만에 이른다. 그만큼 남한 사람들은 북녘 소식에 관심과 흥미가 있었던 모양이다. 이어 첫 번째 연재 기사는 책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로 엮여 출판됐고,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로 선정돼 전국 공공도서관에 비치됐다.

그녀가 북에서 만난 순박한 동포들의 모습이 남녘 동포들의 가슴에도 와닿았던 것이다. 게다가 통일부는 남북화해와 통일에 기여한 그녀의 활동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누리집에 올려놓기도 했다.

수구세력은 불안했나

평양역 앞
 평양역 앞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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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6년 동안 평양의학대학병원에 직접 가 인공고·무릎관절 치환수술을 북녘의사들과 함께해왔기에 그녀가 북녘의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안다. 농촌에 초가집 같은 게 보이지 않고 단층 연립주택들이 정돈돼 세워져 있는 모습과 트랙터로 농작물을 수확하는 모습, 지방 도시에서도 열리고 있는 자유시장의 모습 등은 남한 동포들에게 모두 새로웠을 것이다.

이런 모습은 수구언론이 쏟아내는 굶주린 꽃제비들이나 젊은 탈북여성들이 종편에 출연해 남한 청춘들과 웃고 떠들며 고향땅을 저주하는 모습과도 달랐을 게다. 평양 거리에 늘어난 택시들이며 남한의 성냥갑 같은 아파트가 아니라 원형·타원형 등 다양한 모습의 고층 살림집(아파트)도, 또 도로변에 깔린 푸른 잔디의 모습들을 보는 것도 불편했던 모양이다.

미국에 사는 동포 아줌마가 슈퍼마켓에 들어가 출산을 앞둔 수양딸에게 먹일 미역과 소고기를 사는 모습은 충격적이었을 수도 있다. 미국에서 온 수양 부모를 대접하기 위해 준비한 음식 사진을 보면서 '저것이 어떻게 북한 사람들이 매일 먹는 음식이냐'라며 열을 올리는 탈북 여성들의 목소리와 이에 맞장구치는 토론자들의 고함은 처량하게 들렸다.

북이 고난의 행군을 하던 10여 년 전, 탈북한 여성들과 고위직에 있다가 망명했다는 남성 몇몇은 최근 4~5년 사이 북에 다녀온 재미동포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그들이 찍어온 사진을 두고 '완전한 거짓'이라며 열을 올렸다. 그리고 '맞짱토론'을 하자고 덤볐다.

남북 교역 중단에도 불구하고 힘겹게 경제발전에 총력을 기울여 조금씩 밝은 모습을 보여주는 북이 남한의 수구세력에게 불안감으로 작용한 모양이다. 남한의 수구세력에게 북이란 '사람이 계속 굶어 죽어나가야 하는 나라'인가. 남한의 수구세력은 북이 식량난, 에너지난, 경제난에 처했을 때에는 비아냥댔다. 그러다가 북이 겨우 경제 사정이 회복돼 번듯한 건물과 상점을 세우는 것을 보면서는 '저기는 노동당 간부들만 가는 곳'이라고 폄하한다.

아직도 원한을 씻지 못한 남한의 어버이들이나 그 어버이들에 오도된 젊은이들에게 북은 '잘 먹거나 잘살아서도 안 되는 상대'인 모양이다.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며 거리를 활보하는 남녀 인민들의 모습도,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장난기 어린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용납되지 않는가 보다.

신은미씨는 그동안 여행기를 통해 북에도 남한과 똑같은 감성을 지닌 동포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려왔다. 지난 가을 한국기자협회·한국PD연합회·전국언론노조는 신은미씨의 공로를 인정해 통일언론상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2014년 12월, 신은미씨는 졸지에 '북의 지령과 돈을 받고 공작을 한다'라는 이야기까지 듣게 됐다(재미동포들은 자비로 북을 방문한다). 신은미씨는 북을 방문하면서 느낀 바가 있어 남과 북에 도움이 될 길을 찾고 있었던 것일 뿐이다.

서로 알아가도 부족한 지금 '종북몰이'라니

굽 높은 신발을 신은 멋쟁이 북한 여학생
 굽 높은 신발을 신은 멋쟁이 북한 여학생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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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분단 70년을 살고 있는 남과 북의 최고의 덕목은 '통일'이다. 통일을 하려면 남북이 서로를 알아야 한다. 그래서 나쁜 점은 조용히 꾸짖고, 좋은 점은 크게 칭찬하며 서로 친북하고 친남해야 한다. 북에서 배울 게 있다면 배우고, 남에서 배울 게 있다면 배워야 남과 북이 평화적으로 하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신은미씨를 둘러싼 남한의 '종북몰이'는 남북 상호이해와 거리가 멀다. 남과 북의 실상을 양측에 알려 통일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해외동포의 양심과 표현의 자유는 국가보안법에 얽혀 유린되고 있다. 남북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 외세는 북을 늘 악마화해 왔다. 최근 남한의 여론 몰이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남한은 결국 통일을 하지 않겠다는 말인가.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는 해외동포의 마음은 착잡하다. 통일의 그날, 오늘 남과 북의 친남·친북, 종북·숭남주의자들은 통일애국훈장을 받아야 할 터인데 말이다.

수구언론의 선동에 자극받아 일어선 반북단체들의 강연 방해에도 신은미씨는 의연하게 강연일정을 계속 이어왔다. 그러던 중 지난 10일 전북 익산에 있는 한 성당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폭발물 투척 사건이 벌어졌다.

나는 이 사건을 접하면서 무척 놀랐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남한의 수구보수층에서는 테러범을 '열사'라고 추켜세우며 모금운동까지 벌였다는 사실이었다. 할 말조차 잃어 버렸다. 내가 사는 미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테러범과 그 배후세력을 규명해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을 것이다.

폭발물을 투척하고 테러범에 돈을 모아주는 풍경, 이것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모습일까. 상식과 합리성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세월호 유가족이 단식농성을 벌이는 자리에서 폭식시위를 하는 나라가 내 모국의 야만성이라 생각하니 두렵기까지 하다.

밖에서 보는 남한은 커다란 역량과 위세를 키워온 것으로 보인다. 나는 내 모국이 자랑스럽고 든든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왜 북이나 통일과 관련한 일에는 대범하지 못하고 소국의 면모를 보이는지 의문이다.

해외동포들은 분단의 현장에 살지는 않지만, 남과 북이 집안싸움만 하며 외세의 농간에 놀아나는 모습을 보면서 무척 안타깝다. 남한은 조국의 통일에 기여하기 위해 신은미씨를 향한 '종북몰이'를 접고, 남북 분단 종식의 길로 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오인동씨는 재미동포 정형외과 의사입니다. 저서로는 <평양에 두고 온 수술가방>(2010) <통일의 날이 참다운 광복의 날이다>(2010) <꼬레아Corea, 코리아Korea>(2008) 등이 있습니다.



태그:#신은미, #재미동포, #종북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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