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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엄마의 단감을 온라인으로 팔아드릴 때의 일이다. 한 아주머니가 단감을 택배로 받았는데 절반이 부서졌다고 항의해 단감을 부친 엄마에게 확인했다. "한 번도 그런 일이 없는데 멀쩡한 단감이 부서졌다는 게 말이 되나" 엄마는 직접 전화를 걸었고, 급기야 그분을 울리고 말았다. 힘들여 농사지은 단감을 버려야 하는 데다 소비자가 나를 속이고 있다는 생각에 분노한 엄마지만 농산물 유통업을 하고 있는 내게 과일 파손은 흔한 일이다.

운반 및 물류 시스템의 개선으로 전국 1일 택배 시대를 열었지만, 농산물 배송 상자가 15㎏에서 10㎏으로 작아지는데 수십 년이 걸렸다. 소비자와 생산자 직거래 시 파손의 책임 공방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도 많은데 나는 상자 외부가 찌그러지거나 파손되지 않았을 경우 농산물의 파손 책임은 생산자에게 있다고 본다. 소비자는 농산물뿐 아니라 패키지 포장까지도 상품으로 보기 때문이다.

무릉외갓집 포장 상자 제철 제주의 다양한 농산물을 담은 포장상자로 십자패드를 삽입하여 파손을 줄였다
▲ 무릉외갓집 포장 상자 제철 제주의 다양한 농산물을 담은 포장상자로 십자패드를 삽입하여 파손을 줄였다
ⓒ 무릉외갓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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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상자에 제주의 제철 농산물을 매달 5~6가지 넣어 집 앞까지 배송하는 서비스. 나는 이 일을 지난 7년 동안 해오며 직접 택배 박스를 받아서 열어본 적이 없다. 지인들에게 이번 달 박스는 문제가 없는지를 통화하고 있지만, 눈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던 중 포장개발 연구소를 운영하는 김수일 소장을 만나 샘플박스를 몇 개월 배송하게 되었는데 연구소에서 보내온 사진이 가히 놀라웠다. 5~6가지 농산물이 비빔밥(?)처럼 잘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무릉외갓집의 디자인 리뉴얼을 담당한 정은아 실장을 만나 어느 정도는 해소가 되었다. 그는 소비자 회원이 꾸러미 상자를 열었을 때 농산물 품목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박스 크기와 디자인을 제안했고 우리는 이 포장박스 안에 열십자(+)의 종이 패드를 삽입함으로써 농산물이 섞이고 파손되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었다.

제주는 가을철 감귤을 수확하고 택배 배송하느라 분주하다. 감귤 껍질이 얇고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에 택배 배송 시 부패와 파손 문제가 심각하다.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고품질 감귤임에도 불구하고 상자 개봉 시에 파손된 과일로 인해 가격과 이미지 모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농가에서는 직접 나무 송판을 잘라서 10㎏ 상자의 중앙에 십자 지지대를 만들어 배송하는 경우도 보았다. 무릉리에서 '원형농장'을 운영하며 소비자와 직거래를 해온 김정언 농부의 아이디어다. 그는 감귤 충성고객의 집까지 다음 로드뷰로 확인할 정도로 소비자에게 관심이 많고 매년 콜라비, 브로컬리도 감귤 상자에 넣어 보낸다.

몇 년 전 무릉외갓집에 방문한 적이 있는 김미경 교수(안철수 대표 부인)는 무릉외갓집의 십자 패드 포장 방법을 특허출원하고 조금 더 나은 포장 및 배송 방법을 끊임없이 개발하라고 조언한 적이 있는데 그때 나는 흘려들었다. 그 후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함께 불란지 학습조직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버지와 아들 감귤농장' 김평진 대표가 택배 감귤 손상을 줄이는 '나눔, 모둠 칸막이 상자'를 개발해 특허를 출원하고 제품생산에 들어갔다. 단순히 종이로 상자 안의 공간을 구획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브랜드를 새겨 넣을 수도 있고 별도의 메시지를 인쇄할 수도 있는 다용도 제품을 고안해낸 것이다.

최근에는 포도 알갱이 파손 없이 배송할 수 있는 포장방법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초창기 거봉 포도를 꾸러미 상자에 넣었다가 알알이 부서지거나 포도즙이 흘러 난리가 났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제 포도도 택배가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여름에는 농산물 파손과 부패가 종종 일어나는데 무릉외갓집은 냉장 파우치 안에 아이스팩을 넣고 신선 제품을 유통해왔다. 그게 아니면 두꺼운 스티로폼 박스 안에 농산물을 넣고 포장해야 하는데 부피도 부피거니와 가격도 만만치 않았는데 최근엔 박스 내지에 보냉지가 부착된 형태의 박스가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포장방법이 점점 개선되면서 예전에 유통이 어려웠던 농산물이 이제 신선하게, 있는 그대로 집 앞으로 배송되는 시대가 왔다.

포장재 또한 브랜드인 시대 무릉외갓집 브랜드 전시회 포스터
▲ 포장재 또한 브랜드인 시대 무릉외갓집 브랜드 전시회 포스터
ⓒ 무릉외갓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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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개선하기 위해 생산자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해 새로운 포장재를 개발한 경우도 있고 농민들의 요구를 포장업체에서 수렴해 특허를 낸 경우도 많다. 향후 농업 분야에 농산물을 팔아서가 아니라 지적 재산과 콘텐츠만으로도 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날 것이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현장을 잘 알고 기록하고 또 배워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홍창욱 무릉외갓집 실장. 서귀포 지역의 주간신문 <서귀포신문>(www.seogwipo.co.kr)에 실렸습니다.



서귀포에 살고 있는 뽀뇨아빠입니다.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라는 책을 썼고 서귀포신문에 '홍창욱의 생생농업활력농촌', 한겨레 베이비트리에 '홍창욱의 저녁이 있는 삶'을 연재하고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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