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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 텔레비전에서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찬성이냐, 반대냐 하고 얘기를 하는 데 내가 보면 북조선 실정을 전혀 모르고 딴소리를 하더군요. 이런 사람들이 북조선을 보게 해야 합니다."

2000년 8월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한 언론사 사장들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적대국 지도자의 발언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지만 새겨볼 만한 부분이 적지 않다. 서울과 휴전선의 거리는 불과 50km도 채 되지 않지만, 남북한은 섬과 섬으로 떨어진 듯 전혀 다른 세상이다. 반세기 넘게 상대를 적으로 간주한 결과 민족의 동질성은커녕 적대감과 이질성은 더욱 확대됐다. 심리적 거리가 멀어지면서 북한을 보는 시각 또한 객관성을 잃은 경우가 많다.    

김 위원장의 발언 이후 언론 보도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제1차 남북정상회담의 주역이었던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각각 2009년, 2011년 세상을 떴다. 남한은 네 차례의 정권교체를 겪었고, 북한은 세계사에 유례 없는 3대 세습으로 독재 권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강산과 세상은 변했지만 유독 북한을 보는 시각은 그대로다. 종편에서 하루 종일 북한 뉴스를 다루는 앵커와 패널을 생각하면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인다.

특히 직접 취재할 수 없고, 정보 자체가 제한돼 언론이 오보를 내거나 축소, 과장하더라도 북한 관련 뉴스는 사실 확인이 거의 불가능하다. '믿거나 말거나' 식의 정보가 난무하면서 '혐북'을 조성하는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북한을 이해하려면 해외 뉴스를 보라'는 어느 외신 기자의 말이 새삼 떠오르는 이유다. 

북한 보도, 이념·정치 편향성 '심각'

 취재를 벌이고 있는 기자들의 모습.(무료 이미지)
 취재를 벌이고 있는 기자들의 모습.(무료 이미지)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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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다'는 말이 있다. 현실을 재구성하고, 여론을 모으는 데 언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사람들은 세상의 모든 일을 겪을 수 없기 때문에 언론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 신문과 방송에서 보고, 듣고, 읽는 정보는 개인의 생각과 의견, 인식을 형성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명제가 맞는다면, '언론이 사회를 만든다'는 데 큰 이견이 없을 듯하다.  

문제는 언론 보도가 객관적일까 하는 점이다. 그간 학계에선 북한 관련 보도가 상당히 이념적이고 편향성을 보였다는 주장이 수없이 제기됐다. 

대표적으로 김동윤 대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정권 시기별 '북핵 실험 및 미사일 발사' 관련 보도양상과 프레임>이라는 논문에서 "북한의 핵실험과 대량살상 무기 개발 관련 소식이 불거질 때마다 우리 신문이 보여준 이념 편향적 보도는 사회통합에 기여하기보다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부추겼다"며 "이 과정에서 언론의 사회적 책임이나 공론장으로서 규범적인 역할은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비판했다. 언론이 과도하게 안보위기를 조성하면서 시민사회의 이성적, 합리적 대안 도출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언론사 소유주가 누구인지, 정치적 지향점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보도 논조, 프레임 역시 큰 차이를 보인다. 공공성과 객관성을 규범적 가치로 내걸지만, 현실에선 특정 정파의 이익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2011년 펴낸 <북한 관련 뉴스 보도 현황 연구>를 보면, 국내 공중파 방송사 3사의 안보위기 관련 보도는 정부 시기별로 뚜렷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KBS가 238건(36.4%)로 가장 많았고, MBC는 221건(33.8%), SBS가 194건(29.7%)으로 뒤를 이었다. 정부별로는 김대중 정부 74건(11.3%), 노무현 정부 147건(22.5%), 이명박 정부는 432건(66.2)으로 나와 시기별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 정부의 대북정책과 남북관계, 한반도 상황에 따라 방송사의 보도 태도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보고서는 "북한 관련 뉴스의 가장 큰 문제는 객관성과 신뢰성이 결여되어있다는 점"이라며 "정보원의 부족과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기제가 부족하고 북한 현장을 직접 확인할 수 없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 대안으로 "언론사 간의 크로스체킹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상호협조를 통해 정보의 신빙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언론 및 유관기관, '평화적 보도' 약속하기도

물론 언론계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언론사와 유관기관들은 제1차 남북정상회담 전후로 평화와 통일을 지향한다는 보도준칙을 마련했다. 적대적이고 특정 이데올로기를 강조하는 보도를 최소화하자는 취지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과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등의 언론단체들이 1995년 공동으로 만든 '평화통일과 남북화해·협력을 위한 보도·제작 준칙'이 대표적이다. 5개 항으로 이루어진 이 준칙은 남북한의 현실과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기 위한 것으로, 냉전 시대 형성된 선입관과 편견을 벗어나 객관적인 보도를 강조했다.

이어 KBS가 1998년 '북한 관련 보도 기본원칙'을 제정했고, 2000년에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정상회담 보도준칙'을 만들었다. MBC 역시 2008년에 7장으로 구성된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남북이 대화와 협력을 바탕으로 민족화합과 평화통일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다른 준칙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련의 조치들은 언론사가 직접 냉전 이데올로기를 해체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특히 남한 언론사 사장단이 북한 언론 기관과 맺은 '남북언론합의문(2000)'은 실질적인 성과를 낸 것이어서 눈여겨 볼만하다. 5개 항으로 이루어진 이 합의문은 언론교류 및 비방·중상 보도 중지가 핵심이었다.

당시 송영승 <경향신문> 정치부장은 언론 잡지 <신문과 방송>에 "북한의 조선로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에 남한을 비난하는 기사가 현저히 줄었다"며 "남한의 신문과 방송에서도 북한을 적으로만 간주하거나 북한의 위협이나 취약점을 과장하는 보도에 변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남북한 언론사들의 합의와 이행 여부가 북한의 대남선전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제한된 정보가 공포감 조성

 '2017 방공유도탄 사격대회'에서 실사격 훈련을 하고 있는 방공유도탄 무기체계 '천궁'
 '2017 방공유도탄 사격대회'에서 실사격 훈련을 하고 있는 방공유도탄 무기체계 '천궁'
ⓒ 국방부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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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가 개방될수록, 대면 횟수가 높아질수록 이질성은 얕아지는 법이다. 상대의 마음을 읽어 보다 입체적인 전략을 세울 수도 있다. 70여 년간 소통이 단절된 남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제한된 제도 속에서 생산된 북한 뉴스는 통합을 저해하는 주된 요인이 됐다. 시민사회는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합의를 이뤄내기 어려웠다.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다른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자신이 쓴 <커뮤니케이션 사상가들>이라는 책에서 "대중의 지지와 복종을 얻어내는 데에 적의 창출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적이야말로 가장 큰 문제다"며 "적은 실체가 모호할 때에 대중에게 더욱 큰 공포감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적에 대한 집착은 정치적 사고와 행동을 극도로 제약하기 때문에 지배 집단의 대중조작은 훨씬 쉬워진다"고 주장했다.

북한 관련 정보가 베일에 가려질수록, 왜곡된 상태로 유통될수록 공포는 극대화될 우려가 크다. 강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과거 권력 집단은 정치적 반대집단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북한을 활용하기도 했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자행된 소위 '막걸리 보안법' 등은 야당 정치인과 재야 지식인, 청년들의 입을 틀어막는데 유용한 도구였다.

2000년대 언론 및 유관기관들이 만든 보도준칙이 일회성에 그치고, 언론사 간 협력과 제도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북한 공포증'은 더욱 확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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