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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드러나고 있는 지난 정권 국정원의 모습은 그야말로 추악합니다. 국정원은 '댓글 부대'를 만들어 여론을 조작하려 했고, 보수단체에 직접 기업체를 통해 지원하려 했으며,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방송에 편성까지 개입하려 했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검은돈'인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직접 상납해 뇌물로 사용했던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국가의 안보를 위해 국민의 세금으로 운용하는 조직의 끔찍한 모습에 모두가 경악하고 있는데요. <조선일보>는 그런 추악한 모습이 '권력의 본질'이라며 정치 보복 프레임을 꺼내 들었습니다.

적폐청산이 무척이나 불편한 최보식 선임기자

<조선일보>는 <최보식 칼럼/역사라는 게 이렇게 초라한 것인가>(11/3 최보식 선임기자 http://bit.ly/2zrjpE8)에서 "정권이 한번 바뀌었다고 이렇게 단기간에 과거 정권 인사들이 굴비 엮이듯 소환되고 구속된 적은 없었다"면서 "새 정권이 들어서면 통과의례처럼 한바탕 청소는 해왔다. 본보기로 과거 인물 몇 명을 금품 수수나 횡령 등 개인 비리로 손을 봤던 게 사실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정부에서 나오는 적폐청산 작업을 '새 정권이 들어와 손을 보는 것'으로 판단한 건데요. 최보식 기자는 "보수 정권이 어설프고 무능했는지 모르나 그전의 진보 정권과 비교해 고만고만하지 훨씬 더 부패했다고 보지 않는다"라며 "지금은 보수 정권이 다시 못 나오게 아예 씨를 말리겠다고 작심한 것으로 비친다"라고 했습니다.

최 기자가 그렇게 판단한 근거는 "현 정권은 필요한 타이밍마다 과거 청와대나 국정원의 문건을 언론에 흘린다. 정말 탁월한 언론 감각과 홍보 역량이다"라고 비꼬면서 "그렇게 보도된 문건만 보면 보수 정권은 몰래 음모나 기획하고 불법적인 지시만 일삼는 집단"이라고 평했습니다. 최 기자는 "이 때문에 보수 정권에서 일했거나 협력한 것은 '부역 행위'처럼 됐고, 현 정권과 다른 정치적 입장과 이념은 적폐 대상으로 몰리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검찰 수사를 맡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박근혜 정권에도 일했다는 사실은 모르는 듯합니다. 최 기자는 "보수 정권에서 추진했던 핵심 정책과 사업마다 관련자들을 찍어내고 있다. 터럭을 불어 헤쳐 그 속의 허물을 찾듯이 하며 법 규정 위반 사례를 들이대면 꼼짝없다"라고도 판단했는데요. 현재 문제가 된 사업들은 '국정원 댓글부대'와 같이 적법하지 못하거나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처럼 정권에서 무리하게 추진한 정책들입니다.

 
△ 국정원의 추악한 모습 두둔하는 조선일보 최보식 칼럼(11/3)
 △ 국정원의 추악한 모습 두둔하는 조선일보 최보식 칼럼(11/3)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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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최 기자는 과거 정권들이 이렇게 불법을 저지른 사유를 변명하는데요. 최 기자는 "정권을 잡으려는 것은 자신들이 옳다는 방향으로 나라를 끌고 가기 위해서"라며 "보수 정권은 그 나름대로 자신이 옳다는 보수 가치와 나라가 나아갈 방향을 위해 그렇게 했을 것이다"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과정에서 편법과 변칙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편법과 변칙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진보 정권 시절에도 써왔고, 아마 현 정권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말도 안 나오는 편법과 변칙을 '다 그래 왔다'는 식으로 무마하려 한 것인데요. 그러면서 이를 "권력의 속성이고 정치적 행위이기 때문이다"라고 판단했습니다. 불법을 '권력의 속성'으로 변명하며 동시에 '정치적 행위'를 마치 추악한 것처럼 비유한 것입니다.

적폐의 잘못 인정하는 척하면서 '너네도 그렇지'라며 물타기

이어 최 기자는 현재 드러난 지난 정권의 잘못들을 인정하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이내 곧 '지금 정부도 그렇다'며 반박했는데요. "보수 정권에서 자기 성향에 맞는 인사들을 골라 쓰고 우파 단체를 편법 지원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 정권에서 코드 인사를 하고 좌파 단체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국정원이 기업체를 압박해 우파 단체들을 지원한 것과 이전에도 열심히 활동했던 시민단체들을 매도하는 것이 같은 단위에서 비교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시민사회단체들 일반을 '우파 단체'와 대비되는 '좌파 단체'로 퉁치는 것 역시 매우 부적절한 매도입니다.

또한 최 기자는 "보수 정권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피해를 봤다는 예술인과 대중문화인들이 들고일어났지만, 현 정권 들어서는 종편 TV에 나와 떠들어대던 소위 우파 성향의 정치 평론가들이 대거 물갈이됐다. 현 정치세력에 의해 찍혔다고 보면 된다"는 주장했는데요. 단순히 정치적 의견표현을 했다는 이유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던 프로그램을 강제로 종영시키고, 이미 찍어둔 촬영분을 삭제했으며, 생계를 잡고 흔든 사건이 지난 정권들의 블랙리스트였습니다. 반면 최 기자가 '물갈이'되었다고 표현한 이들은 이미 숱한 막말로 문제되었고, 수많은 방송심의규정을 어긴 후에야 겨우 프로그램에서 사라졌습니다. 게다가 여전히 종편에는 막말 패널이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현 정권에 의해 찍혔다'는 근거 없는 의혹으로 이를 비교할 순 없습니다.

'국정원 댓글부대'가 '권력의 속성'이라며 탈원전 비난

최 기자가 양비론 다음으로 사용한 변명은 '권력의 속성'이었습니다. 최 기자는 "권력이란 그런 것이다. 어떤 권력도 투명하거나 순수할 수가 없다"면서 "이런 권력의 세상을 알면 지난 정권 전체를 '적폐'로 몰수가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법의 경계선에서 너무 멀리 벗어났거나 개인 착복 비리에 대해서만 칼을 들이댔다. 지금은 정권의 국정 방침에 따라 제도와 직책에서 관행적으로 해왔던 업무 행위까지 심판대에 세우고 있는 것이다"고 판단했는데요. 여론을 조작하고 돈을 상납했으며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보도지침을 내렸으며 기업을 종용해 화이트리스트를 지원한 행위가 어떻게 '국정 방침에 따라 제도와 직책에서 관행적으로 해왔던 업무 행위'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최 기자는 이어 그 예시로 "한 국정원 전직 간부는 당시 정국 안정을 위해 좌파 성향의 유언비어와 선동 글을 막는 것도 직무에 속했다. 그는 댓글 외곽팀과 보수 단체에 국정원 예산 10억원을 지원해 '국고손실죄' 죄목으로 구속됐다"는 사례를 들었습니다. '정국 안정을 위해 좌파 성향의 유언비어와 선동 글을 막는 것'이 어떻게 합법적인 직무에 속하는지 모르겠지만, 설령 그것이 정부 정책에 대한 설명과 홍보가 되더라도 그것은 공식적인 홍보 담당 조직에서 실명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게다가 이를 국가의 안보를 지키라고 책정된 국정원 예산으로 실행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국고손실죄'가 맞습니다. 그러나 최 선임기자는 이를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비교하는 논리의 비약을 보였습니다. 최 선임기자는 "문 대통령이 건설 중이던 신고리 5·6호 원전을 법적 근거도 없이 중단시켜 1000억 원 이상을 날렸다"면서 "이런 경우에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 정권은 그런 국정원 간부의 적폐와는 '클래스'가 다르다고 보는 것 같다. 과연 1000억 원 이상 공중에 날려버린 자신들의 행위는 '정의'이며 '공공선'을 위한 것이라고 홍보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기본적으로 국민들이 바라는 정책을 결정하면서 민주적 과정과 법적 정당성을 얻기 위한 공사 중단 및 공론화 과정이 불법으로 국정을 농단하는데 사용된 비용과 비교를 할 수 있는 지점인지부터 의문입니다.

최 기자는 억지 주장으로 칼럼을 채우고선 마무리로 김춘수 시인의 사례를 들었습니다. 정치적 색을 띠지 않았던 시인이었으나, 정권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의원직을 내려줬다는 것입니다. 결국 의원직을 마치고 교단에 돌아가자 학생들은 '어용학자 물러나라'라고 반대했고, 이를 본 시인이 "역사라는 게 이렇게 초라한 것인가"라고 느꼈다며 회고한 부분을 인용했습니다. 그러면서 "좋은 말을 너무 자주 외치면 그걸 이용하는 무리가 생긴다. 문 대통령도 이 뜻을 알 것이다"라며 마무리되었는데요. 본인이야말로 불법을 옹호하기 위해 말을 이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해봐야 할 것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1월 3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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