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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밤 7시, 광양여고 독서실에서 열린 사제동행 독서동아리 연합토론 모습
 3일밤 7시, 광양여고 독서실에서 열린 사제동행 독서동아리 연합토론 모습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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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금) 오후 7시, 전남 광양에 있는 광양여고 도서관에서 광양고와 광양여고 학생 42명이 참가한 가운데 사제동행 독서동아리 연합토론이 진행됐다. 이 행사는 순천과 광양지구에 근무하는 국어교사들이 주도했는데, 이날은 명혜정 교사 외 4명의 교사가 함께 했다.

토론대상이 된 도서는 안소영 작가의 <갑신년의 세친구>. 세 친구는 갑신정변의 주역인 김옥균, 박영효, 홍영식이다. 책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광양고등학교 국어교사인 배선미씨가 설명했다.

"갑신정변 당시의 정세파악과 개혁에 대한 젊은 그룹의 시각과 판단 등에 대해 이야기했으면 하는 것이 선정이유입니다. 북핵이나 사드배치, 미국과의 관계 등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과도 연결시킬 수 있었으면 하고요."

<갑신년의 세친구>는 <열하일기>를 쓴 연암 박지원의 손자 박규수의 사랑방에서 함께 공부 했던 김옥균, 홍영식, 박영효에 관한 이야기다. 그들은 서양의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여 조선의 개혁을 꿈꾸고자 갑신정변을 일으켰다.

갑신정변 무렵 세 청년은 뜻을 같이했지만 마지막 순간의 결과는 달랐다. 정변이 실패하자 홍영식은 왕을 따르겠다며 죽음을 택했고, 일본으로 망명한 김옥균은 조선의 개혁을 위해 애썼지만 결국 암살당했다. 세 친구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박영효는 조선에서 일본이 내린 후작 작위를 받아 영화를 누리며 살았다.

광양여고 김지숙 교사가 학생들을 8개 팀으로 나누고 각 팀에서 팀명을 정한 후 토론을 통해 논제를 정하도록 지시했다. 10여분간 활발한 토론을 마친 학생들이 주제를 설정했다.

재치있는 팀명이 많이 나왔다. 초등학교 동창이란 뜻의 동창회, 수능이 378일 남았다는 뜻의 378, 이과와 문과학생이 모였다는 뜻의 통합형인재 등등. 각 팀이 설정한 주제들은 다음과 같다.

 독서토론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기념촬영했다
 독서토론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기념촬영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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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눈 – 폭력을 동반한 혁명이 필요할까?
동창회 – 친일파가 우리나라의 발전에 기여했는가?
정유년의 5친구 – 미래를 위해 개혁하는 것이 진정으로 백성을 위한 정치인가?
포인트 – 김옥균은 친일파이다.
ALL 2 NOT 2 – 이성보다 감정이 앞선 행동이 좋은 결과를 낳는다.
378 – 윗사람이 아랫사람의 일을 책임지는 것이 옳은가?
통합형인재 – 급진개화파, 이들의 행동은 과연 저평가 받아야만 하는가?
써치 – 후에 변절해버린 박영효의 행동은 옳은가?


고등학생의 생각이라고 볼 수 없는 사려 깊은 논제들이 나왔다. 각팀 대표로부터 주제 선정이유를 들은 학생들은 자신의 마음에 든 주제가 적힌 포스터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자리에 앉았다. 한 명이 두 장의 포스트잇을 붙일 수 있고 교사도 참여했으니 붙일 수 있는 포스트잇의 총량은 90여 장이다. 

독서토론동아리 룰은 이렇다. 우선 8개의 주제 중 2개를 선정한다. 선정된 첫 번째 주제에 대한 찬반 의견을 가진 4팀이 먼저 토론을 마치고 나면 두 번째 주제를 맡은 4팀이 토론을 하는 방식이다. 학생들이 선정한 첫 번째 주제는 포스트잇 20장을 받은 '폭력을 동반한 혁명이 필요할까?'였다. 사회를 맡은 명혜정 교사가 토론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다음은 명혜정 교사가 설정한 토론순서이다.

▶입론 – 주장과 근거 ▶ 교차질의 – 주장이나 근거에 대한 질의 ▶대답 – 교차질의에 대한 즉답 ▶반론 – 한 조를 택해서 근거를 들어 반론 주장 ▶ 반박 – 반론에 대한 즉답 ▶최종발언 – 토론 후  모둠에 대한 의견

 첫번째 주제에는  '폭력을 동반한 혁명이 필요할까?"가 선정됐다
 첫번째 주제에는 '폭력을 동반한 혁명이 필요할까?"가 선정됐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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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치' 팀에 속한 김희중 학생이 혁명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역사를 보면 혁명은 폭력을 수반합니다. 간디와 촛불혁명을 제외하면 폭력을 수반했습니다. 폭력을 수반하지 않은 혁명은 실패한 경우가 많았고 더 많은 희생을 치른 경우가 많았습니다."

"폭력을 수반한 혁명에 반대한다"는 이정석 학생의 주장에 황은채 학생이 "폭력은 마지막 수단"이라고 주장하자 이정건 학생이 거들고 나섰다. "혁명은 폭력을 수반하지만 최근의 촛불혁명은 우리사회의 역사를 바꿨습니다."

반론에 대한 허진선 학생의 반박이 나왔다. "폭력을 사용해 더 많은 인권을 보장할 수 있다면 폭력이 필요한 것 아닌가요?" 나동우 학생이 폭력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렸다. "세월호 사건이라는 엄청난 폭력 후에 촛불혁명이 일어났습니다."

국가폭력에 대한 신랄한 질문도 계속됐다. 김정윤 학생이 "군사정권이 국가재난상황이라며 국민의 인권을 제한했는데 이게 옳은가요?"라고 질문했다.

 역사는 승자의 역사라며 이들을 친일파로만 매도하는 게 옳은가를 질문하는 이정건(왼쪽) 학생 모습
 역사는 승자의 역사라며 이들을 친일파로만 매도하는 게 옳은가를 질문하는 이정건(왼쪽) 학생 모습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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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주제인 '친일파가 우리나라의 발전에 기여했는가?'에 대한 토론시간이 됐다. 발전에 대한 토론이 이뤄지기 전에 친일파에 대한 명칭 정리가 먼저라는 생각이 든 이정건 학생이 이들을 친일파로 규정짓는 문제에 대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역사는 승자의 역사입니다. 이들은 혁명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했지만 패배했습니다. 역사에서는 친일파로 비난 받았지만 책에서는 개혁을 위해 힘쓴 젊은이로 나옵니다. 이들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할까요?"

 독서토론반인 광양여고 1학년 학생들이 선배들의 토론수업을 참관했다
 독서토론반인 광양여고 1학년 학생들이 선배들의 토론수업을 참관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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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일파는 일본을 등에 업고 우리나라의 독립을 방해한 사람들이라며 학생들에게 김옥균이 친일파냐?"고 묻는 정평곤 학생 모습.
 "친일파는 일본을 등에 업고 우리나라의 독립을 방해한 사람들이라며 학생들에게 김옥균이 친일파냐?"고 묻는 정평곤 학생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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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평곤 학생이 답변을 하며 학생들에게 숙제를 던졌다.

"친일파는 일본을 등에 업고 우리나라의 독립을 방해한 사람들을 말합니다. 김옥균이 친일파인가에 대한 정의는 여러분이 내려주세요."

 독서토론수업의 사회를 맡은 명혜정 교사가 토론수업과정과 절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독서토론수업의 사회를 맡은 명혜정 교사가 토론수업과정과 절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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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방향이 인물에 포커스를 맞춰 다소 엉뚱한 곳으로 흐르자 사회를 맡은 명혜정 교사가 정리하고 나섰다.

"토론은 자기주장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정치는 상대방을 받아들이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분은 오늘 정치행위를 한 겁니다."

장채은 학생이 두 번째 주제를 발의한 '378조'에게 질문을 던졌다. "일본을 통해 서양문물이 들어왔다고 하지만 우리의 전통문화를 말살했습니다. 그래서 발전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답변에 나선 정지민 학생의 대답이다.

 학생들이 두번째로 선정한  토론주제는 '친일파가 우리나라의 발전에 기여했는가?'이다
 학생들이 두번째로 선정한 토론주제는 '친일파가 우리나라의 발전에 기여했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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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일파가 우리나라의 발전에 기여했는가?'를 묻는 질문에 왕정체제 해체, 구습타파, 철도부설 등의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말하는 정지민 학생
 '친일파가 우리나라의 발전에 기여했는가?'를 묻는 질문에 왕정체제 해체, 구습타파, 철도부설 등의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말하는 정지민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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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지역에 따라 버려야할 것들과 순차적으로 해결해야할 일들이 있습니다. 당시 조선에는 청나라에서 들어온 물건과 일본을 통해 들어온 물건이 있었어요. 왕정체제 해체, 구습타파와 철도부설 등 신식문물의 발전에 기여한 측면이 있어요."

밤 10시가 넘어 토론을 끝마칠 시간이 되자 명혜정 교사가 "토론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 바뀐 학생이 있으면 발표해보라"고 했고, 이지선 학생이 나섰다.

 최종 마무리를 지은 이지선 학생 모습. "일본의 지배로 재정악화와 전통문화 말살 등의 힘든 과정을 겪고 일어선 여러분 모두는 승자입니다"라고 종결지었다
 최종 마무리를 지은 이지선 학생 모습. "일본의 지배로 재정악화와 전통문화 말살 등의 힘든 과정을 겪고 일어선 여러분 모두는 승자입니다"라고 종결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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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지배로 재정악화, 전통문화 말살 등의 아픔을 겪은 우리들. 역사의 변화를 딛고 일어선 여러분 모두가 승자입니다."

이지선 학생의 발언에 모두가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게임만하고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학생들일 것만 같던 학생들은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다. 비록 4강에 둘러싸여 난처한 입장에 빠진 대한민국이지만 이들에게서 희망을 보았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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