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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에이즈 감염 이야기가 온통 언론을 달구었습니다. 상담실에서 감염인 내담자는 "에이즈 감염인 뉴스가 나오면 마치 내가 죄를 저지른 듯 마음이 움츠려 들어요"라고 합니다.

누가 뭐랄까? 쭈뼛쭈뼛 주변이 돌아봐지고 머리가 곤두서기도 합니다. 혹시 누가 내 감염 사실을 떠올릴라 싶어, 자신의 감염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의식되기도 합니다. 이럴 땐 내가 가족으로부터 떨어져 혼자 산다는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며 숨을 몰아쉽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 다른 한 분은 보건소에 찾아가 "감염인 전수조사를 한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이제 어떡해요?"라고 불안해 하셨다고 합니다. 보건소 선생님에게 상담실을 안내 받고 전화를 하셨습니다. 목소리도 크게 못내는 위축된 상황임이 느껴졌습니다. 조심스레 하시는 얘기를 듣고 "감염인 전수조사는 불가능하고 잘못된 말입니다"라고 했지만 그분의 불안은 도무지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불안한 마음을 공감하는 한편, 그럴 수가 없음을 조목조목 이야기 드렸더니, 십여 분 통화 후에 불안한 마음이 진정되었다며 편해진 목소리로 전화를 끊으십니다.

감염 사실을 아는 감염인의 경우는 투약만 철저히 한다면 타인을 감염시키는 감염률은 아주 낮아집니다. 이제 에이즈는 감기보다 간염보다 감염률이 훨씬 낮은 만성질환입니다. 에이즈는 성관계 시 콘돔만 사용한다면 쉽게 감염되지 않습니다.

여중생 성매매는 여중생이 학교 밖으로 나오는 문제, 가출 청소년 문제, 미성년 성매매 문제, 교육환경, 부모교육, 안전한 가정, 미성년을 찾는 그릇된 남성 성문화, 성을 구매하는 근본적 문제 등 함께 다뤄져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이즈 감염인의 도덕성과 불안을 유발시키는 뉴스가 핫이슈가 되는 것은 뉴스의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에이즈의 문제를 뉴스로 다루고 싶다면 오해와 편견을 심어주는 부정적 정보보다 감염경로나 정확한 에이즈 지식을 전달하면서 시민들이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습니다.

상담실에서 내담자와 함께 찾아본 댓글에서는 "감염 사실을 몰랐다면 둘 다 피해자일 수 있다"는 글이 있었습니다. 인터넷으로 에이즈를 검색한 시민들의 댓글은 기사를 쓰는 기자들보다 더 앞서가는 세상입니다. 감염의 확산은 사회에 책임이 있습니다. 불안 조성은 수많은 감염 사실을 모르는 감염인을 양산할 수 있습니다. 불안하니 에이즈 검사를 기피하게 되고 그 상태로 성관계를 하는 경우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감염인을 때려잡는 마녀사냥식이 아닌 올바르고 객관적인 정보가 함께하는 에이즈 기사였다면 많은 사람들이 정확한 정보를 인식하고 해결방안까지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지 모릅니다. 또한, 이번 같은 사건에서도 지은 죄도 없이 마음이 쪼그라드는 감염인은 없었을 것입니다.

당신이 쓴 기사 뒤에 사람이 있다면 우선멈춤을 하시기를 바랍니다. 특히 에이즈 기사를 쓰실 때는 주의해 주십시오. 그 기사 뒤에는 에이즈의 '에'자만 뉴스에 나와도 놀라는 감염인들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소수이자 심리적 취약계층으로 목소리조차 내기 어려운 이들이 에이즈의 뉴스 뒤에 있음을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더불어 멋진 댓글 수준의 기사를 써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차명희 시민기자는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 상담팀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의 인권필진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별별인권이야기'는 일상생활 속 인권이야기로 소통하고 연대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 오마이뉴스에서 인권필진 네트워크 연재기사를 검색하여 보시려면, 검색창에서 'humandg'로 검색하시면 됩니다



태그:#에이즈, #여중생 성매매, #감염인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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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와 함께 차별없는 인권공동체 실현을 위하여 '별별 인권이야기'를 전하는 시민기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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