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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교보교육대상'의 참사람육성 부문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여태전(57) 남해 상주중학교 교장은 "배움과 성찰에 목마른 사람이 되라는 채찍으로 여기겠다"며 "삶과 교육을 분리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재)교보교육재단이 17일 교보교육대상 수상자를 발표했는데, 경남 남해 시골 학교의 교장이 '참사랑육성' 부문 대상에 뽑힌 것이다. 여 교장은 수상에 대해 "'남해상주 동고동락 협동조합' 식구들이 다함께 만들어낸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감사했다.

경상대를 나온 여태전 교장은 양산 개운중, 효암고를 거쳐 진주 삼현여고, 산청 간디학교에 이어 전국 최초 기숙형 공립 대안학교인 경남 태봉고등학교 교장을 거쳐 지금은 상주중 교장으로 있다.

상주중은 한때 폐교 위기에 놓여 있었는데 지금은 전국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이 찾는 학교가 되었다. 교보교육재단은 여 교장에 대해 '대안교육의 대부'로 불린다고 했다.

<오마이뉴스> 등에 기고문을 써오기도 한 여태전 교장은 '도서관에 미친 사람'으로 불렸다. 그는 옮겨 다니는 학교마다 '학교 도서관 살리기' 업무를 맡아 열정을 쏟아왔다. 그는 도서 전산화 작업과 학생도서위원제도, 교내 교사독서회 등을 운영하며 책 읽는 분위기 조성에 앞장섰다.

그가 '대안교육의 대부'로 불리게 된 것은 간디학교를 만나면서 부터다. 석사와 박사과정을 이수하면서 간디학교를 연구했고, 박사학위 논문 "간디학교의 대안 찾기 : 그 삶과 교육에 관한 질적 연구"는 이후 단행본으로 출간되어, 한국 대안교육운동과 혁신학교운동의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2010년 개교한 태봉고 첫 교장을 맡았던 그는 이곳에서 '공교육의 희망 징검돌'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학생-학부모-교사의 3주체가 함께 참여했고, 이는 2014년 그가 태봉고 교장을 그만둘 때 <공립 대안 태봉고 이야기>라는 책으로 나와 관심을 끌기도 했다.

폐교 위기의 시골 학교를 살리기도 했다. 태봉고 교장의 경험을 살려 사립 상주중 교장으로 부임한 그는 '학교 되살리기'에 매진했다. 그는 상주중을 '경남 최초의 대안교육 특성화 중학교'로 전환했고, 기숙사도 지었다. 지금은 전교생 6학급 90명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남해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찾고 있다.

'돌아오는 농촌, 다시 사는 마을학교'가 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여 교장은 '남해금산 교육마을'을 만들자고 호소했고, 입소문으로 2년 동안 대도시에서 상주면으로 10가구가 이주해 왔다.

여 교장은 연대·실천으로 '남해상주 동고동락 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하고, 상주중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상주학원은 지난해 12월 교육부 공모사업의 하나로 '민간위탁형 공립 대안학교' 운영자로 지정되었다. 이에 상주학원은 2019년에 남해에 '보물섬고등학교'를 개교한다.

여태전 남해 상주중학교 교장.
 여태전 남해 상주중학교 교장.
ⓒ 교보교육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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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현국 이사장님께 큰절 올린다"

여태전 교장은 이번 수상에 교사로 첫발을 내디뎠던 때를 떠올렸다. 그는 "양산 효암학원 채현국 이사장님이 저를 교직의 길로 이끌어주셔서 오늘의 저를 있게 했다"며 "늘 마음 속으로 큰 절을 올린다"고 했다.

그는 "효암학원에 11년을 살면서 저는 학교가 행복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 챘고, 교사의 삶이 제가 어릴 때부터 동경해왔던 그런 직업이 아니라는 사실을 눈치 챘다"며 "그래서 저는 교직 첫걸음부터 '쉽고 편안한 길은 스스로를 멸망케 한다'는 채현국 이사장님의 말씀을 가슴에 품었다"고 했다. 

그는 "누군가가 저에게 당신의 교육철학이 뭐냐고 물으면 참으로 곤혹스럽다"며 "저에게도 분명한 신념과 철학은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을 한마디로 말씀드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저는 이런 말들을 강조하면서 지극정성을 다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다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꿈과 감성을 일깨우는 행복교육-인문학적 소양과 상상력 기르기'를 교육 비전으로 삼고 있다"며 "삶과 교육을 분리해서는 안된다. 살아가는 대로 가르치고 배운 대로 살아가야 한다. 삶이 곧 교육이다. 그 삶과 교육은 끊임없는 만남과 기다림의 연속이다"고 했다.

여 교장은 "이 길은 돈과 권력과 명예보다도 사람을 더 소중히 여기고,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가치와 철학을 담고 있다"며 "제가 꿈꾸는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서로 배우고 더불어 사는 행복한 사람 육성'에 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을 "성장이 멈춰버린 '꼰대'가 아니라 끊임없이 배우고 성찰하기를 반복하면서 참된 '어른'으로 거듭나려고 노력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괜히 제가 욕심을 내어 누군가에게 돌아가야 할 상을 제가 가로채는 건 아닌지 하는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며 "세상에는 이름도 소문도 없이 공동의 선을 지향하며 빛과 소금 역할을 하는 분들이 참으로 많다. 그분들의 아름답고 숭고한 삶을 생각하면서 오늘 제가 받는 칭찬과 격려를 또 다른 채찍과 꾸중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그는 "그리하여 매 순간 배움과 성찰의 끈을 놓지 않겠다. 칭찬에도 우쭐대지 않고 꾸중에도 기죽지 않는 자유롭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자 힘쓰겠다"고 했다.

교보교육재단은 김정안 서울시교육청 학교혁신지원센터장(창의인재육성부문), 이규선 평생교육실천협의회장(평생교육부문), 협동조합 소요(미래교육 콘텐츠개발 부문)를 함께 수상자로 선정했다.

시상식은 18일 서울 태평로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리고, 대상 수상자에게는 각각 상금 3000만원과 상패가 주어진다.


태그:#여태전, #남해 상주중학교, #교보교육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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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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