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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임 개인전 포스터.
 송정임 개인전 포스터.
ⓒ 송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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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2017년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의 청년들이 여러 방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걸. 갈수록 심각해지는 청년실업과 젊은이들 대부분이 고민하게 되는 미래. 학업이나 일을 마친 후 편안히 쉴 방 한 칸을 구하기가 쉽지 않고, 부모님의 과도한 기대는 절망감을 불러오기 일쑤다.

그러나, 21세기 청춘들만이 괴로움을 겪는 것은 아니다. 화가이자 <블루 플라크, 스물세 번의 노크>를 쓴 작가이기도 한 송정임은 이렇게 고백한다.

"홍대 앞은 청춘의 거리다. 내가 처음 이곳에 왔던 30년 전에도 젊음은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때를 돌아보면 햇살처럼 밝은 추억만이 건져지는 건 아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현실의 부조리, 무능력과 무지는 나와 친구들을 고민하게 했다."

웃는 얼굴 속에 숨겨진 세상살이에 대한 압박감. 그걸 알고 있는 '지난날의 청춘' 송정임이 자신의 그림을 통해 '오늘날의 청춘'을 위로하고자 나섰다. 오는 26일부터 서울 마포구 서교동 윤디자인 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 '용기를 내!'를 통해서다.

자신의 전시회를 '용기를 내'로 이름 붙인 이유는 명백하다. 이에 관해 송정임은 아래와 같이 말했다.

"지금의 홍대 거리를 메우고 있는 청년들 또한 가능성과 건강한 에너지로 찬란한 듯하지만, 내부엔 30년 전 나와 같은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희망과 낙관을 가지라고 강변하진 않겠다. 다만 '용기를 내'라며 어깨를 감싸주고 싶을 뿐."

송정임의 그림에서 확인하는 아픈 현실과 아픔의 탈출법

송정임 작 '용기를 내'
 송정임 작 '용기를 내'
ⓒ 송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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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를 내'라는 제목이 붙은 송정임의 그림을 본다. 거기에 쓰인 한 줄의 문장이 아프게 다가온다. '걱정 마세요. 세상 모든 게 슬픈 것은 아니니까요.' 이 글귀는 루이제 린저의 '모든 것은 지나간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고통 역시 그렇다'는 진술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해준다.

송정임 작 '저수지로 날아간 공’
 송정임 작 '저수지로 날아간 공’
ⓒ 송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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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과 짙은 녹색이 선명한 대비를 이루는 작품 '저수지로 날아간 공'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공간인 동시에 그것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기도 한 어린 시절의 저수지를 떠올리며 그린 듯하다. 그렇다. 모든 사람의 삶에는 공포와 환희가 섞여 있는 법. 그중 한 단어만을 일생 누리고 살아가는 이들은 세상에 없다.

송정임 작 '안 보이는 남자'
 송정임 작 '안 보이는 남자'
ⓒ 송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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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가로등 아래 안면 윤곽을 확인하기 힘든 사람이 벤치에 앉아 있는 '안 보이는 남자'는 제목부터가 의미심장하다. 이 그림은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상실한 오늘날 청춘들의 현실을 아프게 드러내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때론 처참한 현실을 직시하는 게 그 현실의 탈출방법을 찾게 해주는 게 아닐까?

송정임 작 '골목의 발레리나'
 송정임 작 '골목의 발레리나'
ⓒ 송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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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회를 통해 송정임은 누구도 부정하기 힘든 오늘날 청춘의 고통을 그림으로 드러내게 된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나는 내가 살고 싶은 미래를 창조하기에 충분한 능력을 가졌는가?" "나의 열정과 사랑은 보상받을 수 있을까?" "세상이 내 재능을 알아줄 날이 올까?"라는 수많은 의문이 가슴 앞으로 성큼 다가선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누군가의 말처럼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청춘이란 고뇌와 비탄 속에 존재했고, 그렇기에 아름다운 것인데. 송정임 개인전 '용기를 내!'는 11월 7일까지 계속된다.


태그:#송정임, #용기를 내,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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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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