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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원전 주변지역, 갑상선암 피해자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피해주민들과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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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몇 마디 했다고 말을 못하겠네. 내가 얼마나 건강했는데 원전 때문에..."

기자회견을 마친 황분희씨는 거듭 손으로 목 주변을 감쌌다. 회견장에서 낭랑하던 목소리는 벌써 잠겨있었다.

황분희씨를 비롯한 부산 고리·경주 월성 등 원전 주변지역 갑상선암 피해자들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갑상선암(갑상샘암) 피해자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월성 원전 인근 경주시 양남면에서 30년 넘게 거주해온 황씨는 지난 2011년 갑작스레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 그는 비슷한 피해를 당한 고리(부산)·월성(경주)·한빛(영광)·한울(울진) 등 4개 원전 주변지역 618명의 주민들과 함께 갑상선암 발병에 따른 피해보상을 요구하며 2015년부터 한수원을 상대로 공동소송을 하고 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들뿐만 아니라 고리원전 주변에 거주하는 이진섭씨 가족은 일찌감치 2012년부터 5년째 법정 다툼을 하고 있다. 도대체 피해자들이 언제까지 이렇게 힘겹고 기약 없는 법률 소송에 기대 스스로를 구제해야 하나"라며 호소했다. 그는 이어 "정부와 한수원이 자신들의 사업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전 주변 지역 주민들, 방사능 관련 암 발병률 더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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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원전 주변지역, 갑상선암 피해자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피해주민들과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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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원전이 피해자들의 갑상선암 발병에 영향을 미쳤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왔다.

원전 인근 지역 갑상선암 피해자들의 건강상태를 조사한 백도명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기본적으로 이 4개 지역에 원자력 발전소가 들어선 이후 1992년부터 2011까지 20년 동안 이뤄진 추적 조사 결과 갑상선암이 다른 대조 지역에 비해 여성에게서 2.5배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이 확인된 바 있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이어 "이 연구 결과에 대한 논란이 있어 다시 후속 연구도 수행했지만,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서도, 또한 갑상선암뿐 아니라 방사능 관련 암들이 다른 지역보다 더 높게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방사선과 관련 없는 암들은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해영 의원도 "연구 결과에서 보듯이 원전 주변 인근 주민들의 갑상선암 발병 비율이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나고 있다"라며 "피해자들이 지리한 법정 소송을 이어가고 있는데, 법적 해결에 앞서 정부 차원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 구제 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 변화에 호응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황대권 영광핵발전소안전성확보공동행동 대표는 "원전 주변 지역 주민은 지난 40년간 발전소 가동에 따른 여러 피해를 감내했다. 비록 늦었지만 정부도 진흥 중심의 원전 정책에서 벗어나 안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라며 평가한 뒤 "안전 중심의 새로운 에너지 정책은 지난 시기 피해 주민을 구제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