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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러 페미니즘 이슈가 부상하면서 영페미니스트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아는 페미'는 현재 페미니즘 운동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는 영페미니스트를 조명하고, 그들의 참신한 활동을 알리는 기획입니다. '무언갈 아는' 페미, '내가 아는' 페미를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이 기사 한눈에

  • 두잉 대표 김한려일씨는 '인간이 신을 만들었다는 것'을 아는 페미
  • 두잉 대표 김한려일씨의 페미니스트 모먼트는 '살아가면서 차츰'
  • 두잉 대표 김한려일씨의 다음 페미니스트 모먼트는 '새로운 페미니스트들의 연대가 시작될 때'
페미니즘 멀티카페 '두잉'의 서가 현재 약 900여 권의 페미니즘 도서가 더 많은 페미니스트들을 기다리고 있다. 도서목록은 두잉의 온라인 매체에 공지되어 원하는 책이 있는지 미리 알아볼 수 있다.
▲ 페미니즘 멀티카페 '두잉'의 서가 현재 약 900여 권의 페미니즘 도서가 더 많은 페미니스트들을 기다리고 있다. 도서목록은 두잉의 온라인 매체에 공지되어 원하는 책이 있는지 미리 알아볼 수 있다.
ⓒ 두잉(D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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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많은 사람들이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고 있다. '아직 잘 알지는 못하지만 관심 가지고 공부하고 싶은 부분'으로 페미니즘이 언급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이 눈에 띈다. 이런 사람들이 반길 공간이 있다. 이곳에서 페미니즘을 '하라'는 듯 'Doing'(두잉)이라는 간판을 건 페미니즘 멀티 카페다.

두잉은 서울 강남구 청담역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900여 권의 책이 구비된 도서관이자, 페미니즘 강연, 세미나, 독서모임, 영화 상영회, 상담, 미술전시 등이 이루어지는 부지런한 공간이다. 페미니즘을 더 알고 싶지만 책을 사기엔 비용이 부담되는 사람, 혼자보다 다양한 사람과 대화를 통해 페미니즘을 체득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이처럼 고마운 공간이 없을 것이다.

'지금의 페미니즘'을 실천한다는 측면에서 '영페미'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두잉의 기획자이자 대표, 김한려일씨를 지난 2일 만났다. 두잉은 매달 다양한 행사로 일정표를 채워 온라인에 공유하고, 다양한 사람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페미니스트들의 발길이 모이는 곳, 페미니즘의 가능성을 끌어 모으고 있는 북카페 두잉의 이야기를 전한다.

두잉의 과거, 페미니스트들의 공간이 필요해

- 두잉은 대표님이 대학원생이던 시절부터 꿈꾼 공간이라고 하던데, 페미니스트들의 아지트를 꿈꾸게 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대표님의 '페미니즘 모먼트'가 궁금합니다.
"'모먼트'라고 하기는 조금 그렇고, 저는 살면서 차츰 페미니스트가 되었어요. 하지만 차별에 대한 것을 처음 느낀 것은 가정에서였어요. 소위 말하는 폭력가정이었거든요. 저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리는 모습을 보고 자랐고, 학생시절 밤새 술 취한 아버지의 푸념을 듣다가 잠도 제대로 못자고 학교에 가곤 했어요. 어릴 때부터 죽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 폭력적인 환경에서 자라면 우울하지 않을 수가 없죠.

그랬던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예수를 알고서 생각했어요. '아 자살하지 말아야지.' 예수는 저에게 막대한 영향을 줬어요. 자살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예수가 어떤 인간인지에 엄청 관심이 있었어요. 그래서 신학을 공부하게 되었죠.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예수는 페미니스트였거든요. 예수는 그 시대에도 인종이나 계급, 성별에 관계없이 모두 동등하다고 했어요. 그 시대는 여자를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아서 사람 수를 세어도 여성은 제외했고, 간통이 일어나면 피해여성을 돌로 쳐 죽이는 율법이 있었어요. 그런 시대에 예수는 '죄가 없는 자는 돌을 던지라'고 했던 거예요. 멋지지 않아요?

예수는 페미니스트였으니 저도 페미니스트로 살게 되었죠. 그런데 교회 안은 바깥보다 더 반(反)페미니즘적이거든요. 저는 기독교 방송에서 일한 적도 있었는데, 교회 안에서 페미니즘과 부딪히는 것들 때문에 많이 힘들었어요.

종교를 알고서 페미니스트가 되었지만, 교회에서 말하는 비본질적인 율법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제가 끌려서 읽게 된 책들이 페미니즘 문학작품이었어요. 일부러 찾아 읽은 것이 아니라, 그냥 읽다 보니 그런 것들이었죠. 책과 내가 서로 맞으면 밑줄까지 그으면서 읽게 되는 그런 것 있잖아요."

두잉의 서가 서가에 붙은 북카페 두잉의 로고
▲ 두잉의 서가 서가에 붙은 북카페 두잉의 로고
ⓒ 두잉(D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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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미니스트로서의 정체성은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것이군요.
"무엇보다 강인한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었던 계기는 결혼이었어요. 결혼만큼 성차별을 심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봐요. 결혼할 때 저와 남편은 둘 다 신학대학원생이었어요. 그런데 저는 남편과는 달리 학교생활과 육아, 교회 일, 가사노동을 병행해야 했고 수업을 들을 때도 차별당해야 했어요.

같은 수업을 듣는데 제 앞에서 교수가 자기는 부부가 같이 수업을 들으면 부인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고 했고, 정말 그 과목은 유일하게 제 점수가 더 낮았어요. 이밖에도 가사 노동, 돌봄 노동, 시댁 관계에서의 불평등까지 결혼제도는 완벽히 남자들을 위한 것이죠. 10년 동안의 결혼생활과 이혼을 겪으면서 저는 뼛속 깊이 페미니스트가 될 수밖에 없었어요."

- 이야기를 들으니 두잉을 꿈꾸게 된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안전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끼셨겠네요. 두잉에서는 대표님이 직접 이야기를 들어주는 '페미니즘 상담'도 한다고 알고 있는데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되나요?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습니다.
"페미니즘 상담은 내담자의 문제를 페미니즘적인 시각으로 보는 거예요. 가부장제의 시각으로 보면 우울한 사람의 문제가 정신이 약해서, 의지가 약해서인 것으로 보여요. 그러나 개인의 우울이라도 원인은 구조적인 데 있어요.

페미니즘 상담은 내담자에게 당신이 겪는 문제가 당신의 탓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주는데, 그것을 제가 말해주는 것이 아니고 내담자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그렇게 구성할 수 있게 돕는 거죠. 저는 철저히 그 사람의 입장이 돼서 이야기를 들어줘요. 이야기 치료법이라고 하는데, 사람들이 처음엔 자기학대적인 이야기를 하다가도 자기 시각으로 이야기를 다시 구성하면서 조금씩 달라져요.

그리고 저는 그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로 계속 지지받을 수 있는 그룹을 만날 수 있게 지원하죠. 자기를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행운이잖아요. 그리고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끼리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고요. 혼자서는 상담을 받아도 한계가 있어요. 서로 이야기를 들어주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그런 경험을 한 게 당신만이 아니라고, 당신은 옳다고 지지해줄 수 있는 사람들 간의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해요."

- 두잉이 지향하는 '페미니스트들의 아지트'라는 의미가 아주 중요하게 다가오네요. 이 안에서 새로운 관계가 탄생하는 거군요.
"네, 우리는 한 줌인데 뿔뿔이 흩어져 있고 주변은 차별적인 시선들이 가득하니까요. 나는 눈이 두 개인데 주변엔 다 눈이 하나인 사람들뿐이라면 내가 이상한 사람처럼 느껴지잖아요. 주변 사람들과 다른 나 자신은 위축될 수밖에 없어요. 페미니스트들도 그럴 거예요. 하지만 매주 독서토론을 하러 오고, 상담을 받고, 자신을 지지해주는 친구가 생기면 나 자신은 보다 견고해질 수 있겠죠.

또 하나, 상담하게 된 이유가 사람들이 더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예요. 힘들 때 상담을 받고 싶어도 마땅한 곳을 찾는 게 어렵잖아요. 병원을 찾아가는 것도, 상담을 어디서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는 일도 마냥 쉽지가 않아요. 그런데 동네 카페에서 상담을 한다면 보다 쉽게 찾아올 수 있으니까요. 그런 문턱이 낮은 상담소를 만들고 싶었던 거죠."

두잉의 현재, 더 많은 페미니스트

- 궁금했던 것이, 독립서적을 취급하는 서점은 조금 있는 편이지만 도서관은 더욱 흔치 않은데요. 두잉이 도서관으로 운영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그건 제가 혼자 일하기 때문이에요. 책은 수익률이 20%밖에 남지 않아요. 배송까지 할 경우에는 마진이 하나도 남지 않죠. 책을 팔아 수익을 남기려면 출판사에서 직접 입고해야 하는데 출판사들도 다 영세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윤을 남기는 것은 거대자본들뿐이고 독립서점들은 이윤을 많이 남길 수가 없어요.

이 공간으로 돈을 벌 생각을 하기는 어려운데, 그에 비해 인력은 많이 필요해요. 그런데 두잉은 저 혼자 기획했거든요. 혼자서는 도저히 책의 유통을 서점 규모로 책임질 방도가 나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사업등록은 서점으로 냈지만 결국 도서관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했죠. 그런데 10월에는 도서전처럼 출판사가 직접 두잉에 와서 책을 판매하는 행사를 할 계획이 있긴 합니다."

- 그럼 책 판매가 법적으로는 가능한 건가요?
"네. 가끔 제가 구입한 신간도서와 사람들이 기증하는 도서가 중복되기도 하거든요. 그러면 기증도서를 서가에 두고 제가 구입한 책은 판매용으로 둬요. 지금은 단골들만 알고 있는 사실인데 그런 책들은 50%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어요."

- 혼자서 많은 일을 감당하시는 만큼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많을 것 같은데요. 어떤 부분에 가장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사실 개인사업자로 시작하고 싶지 않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일단 이렇게 시작한 상태예요. 그래서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개인 사업자가 아닌 형태로 바꾸는 것이 목표예요. 협동조합이든 주식회사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형태, 예를 들면 사회적 기업 등을 알아볼 생각이에요. 마침 그런 일에 경험이 있는 분이 도와주겠다고 하셔서 차차 추진해나갈 생각입니다. 지역구에서 책값을 지원해주는 동네책방 제도도 알아보고 있고요. 도움이 될 만한 정보도 중요하지만 그런 일을 같이할 사람들의 손길도 이어지면 좋겠어요.

그리고 후원을 통해서 연대해주시는 방법도 열려있어요. 현재 쿠폰과 멤버십 제도를 만들어서 블로그에 공지를 올려두었답니다. 개인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긴 하지만, 후원의 밤을 열거나 세미나 등 행사가 있을 때마다 후원 창구를 열라는 제안을 듣기도 했어요. 그래서 지금 고민 중에 있어요. 저는 이런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던 것이지 모든 일을 내가 하는 것이 꿈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뜻이 있는 그룹이 이 공간을 활용하고 싶다면 그것도 환영이에요.

곧 두잉 안에 입점할 업체가 있기도 해요. 일정 정도의 입점료를 내고 이 공간에서 같이 활동할 수가 있어요. 두잉 안에서 여러 방식의 협력이 이루어지면 좋겠어요. 어떤 방식이든 누구든 지금 노력 중인 여러 방향에서 저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거나 윈-윈 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으시다면, 얼마든지 환영이에요."

- 책을 기증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까요?
"페미니즘 서적 중에 고전은 절판된 것도 많아서 구하기가 힘들고, 원래 가격보다 훨씬 비싼 값을 치르고 구입하기도 해요. 고전서적을 기증해주신다면 그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같은 공간 안에 업체가 입점할 예정이라니 두잉이 그렇게 넓지 않은 공간임에도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런데 '페미니즘 멀티카페'라는 수식어 때문에 다른 카페와는 다르게 유의사항이 있을 것 같다는 오해를 받지는 않나요?
"맞아요. 회원이어야만 이용할 수 있냐는 전화를 받기도 하고, 도서관인데도 '책 그냥 읽어도 되나요?'라는 질문을 받곤 해요. 동네 사람들이 들어왔다가 유난히 조용한 분위기에 머쓱해 하며 되돌아가기도 했어요. 그래서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조명에 장식도 했어요. 이용료가 따로 있거나 회원만 이용 가능한 줄 알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요. 편하게 이용하시면 됩니다.

다른 카페에서도 소음이 있어도 사람들이 책 잘 읽잖아요. 사람들이 자꾸 떠들어도 되냐고 물어봐요. 당연히 떠들어도 되죠! 사람들이 떠들수록 저는 그게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요. 어딜 가서 그렇게 활기차게 페미니즘 얘기하는 걸 듣겠어요. 그리고 저녁에는 사람들이 와서 맥주를 마시면 좋겠어요. 맥주와 수다! 그리고 독서모임 환영이에요. 이걸 사람들이 많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두잉에서 진행된 행사 여성주의 자기방어 훈련이 진행되는 현장. 두잉에서는 이밖의 각종  행사와 세미나가 이루어지고, 페미니즘 굿즈가 판매되고 있으며,독서모임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 두잉에서 진행된 행사 여성주의 자기방어 훈련이 진행되는 현장. 두잉에서는 이밖의 각종 행사와 세미나가 이루어지고, 페미니즘 굿즈가 판매되고 있으며,독서모임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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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잉의 미래, 연대하는 페미니즘

- <아는 페미>의 공식 질문이 있는데요. 자신을 "00을 아는 페미다"로 정의한다면 어떤 말이 들어갔으면 하시나요?
"나는 '인간이 신을 만들었다'를 아는 페미다.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는 것은 그냥 '믿는'것이고, 인간이 신을 만들었다는 것은 '아는'것이죠. 자유의지를 사용하지 않는 기독교 신앙은 오히려 진리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본래의 '예수정신'과 현재 기독교라는 '종교'는 관계가 없어요.

극단적으로 말하면 저는 페미니즘이 교회 안에 있을 수가 없다고 봐요. 지금 교회 안에서 스스로 깨어있다고 생각하는 종교인들은 성경을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해석하려고 노력해요. 하지만 애초에 성경은 가부장적인 시각 안에서 만들어졌어요. 종교도 사람이 만든 것이잖아요. 교회를 개혁하려고 하려할 게 아니라 그 신앙부터 내려놓아야 해요.

사람은 그 자신이 삶의 주체여야 한다는 것을 기독교인들은 몰라요. 자신의 인생이 신에 의해 예정되어 있거나 신의 뜻에 따라 살아야 한다고 믿잖아요. 페미니즘이 말하는 것에 특히 근본주의 기독교가 반발하는 것은 '예수정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율법주의에 갇혀있기 때문이죠. 예수가 타파하고자 했던 것이 바로 그 율법주의인데 말이에요. 자기 인생의 주체는 자신이어야 해요. 종교로부터 해방되어야만 비로소 '사람'이 되는 거고 더 굳건하게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어요.

하지만 지금 교회 안에서 교회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생각하는 지도자'들의 존재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교회 안에도 여러 층위의 사람이 있잖아요. 종교인들에게 절대적인 율법으로 읽히는 성경을 페미니스트적으로 해석해주는 사람들의 역할도 분명히 필요하죠. 그런 사람들이 많아져야 해요. 지금 한국에서 역사를 뒤로 잡아당기는 매우 문제적인 집단이 기독교 집단이에요.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세뇌된 신앙'을 따르고 있어요. 이 문제를 없애려면 사람들이 자신의 '이원론'적 사고방식을 매 순간 자각해야 해요. 가부장제도 이원론에 그 뿌리가 있으니까요. 종교도 그 안에서 만들어진 것이고요."

- 마지막으로, 다음 '페미니즘 모먼트'가 찾아온다면 언제일 거라고 생각 하시나요?
"앞으로의 일은 모르는 거지만, 때를 말하기보다는 생각하는 바가 있기는 해요.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도 여러 입장차가 있잖아요. 레즈비언 배제나 게이·트랜스젠더 혐오도 있고, 최근의 '퀴어 페미니즘'과 그 이전의 입장 간의 갈등도 있죠. 제1세계라 명명되는 나라의 페미니즘과 제3세계라고 명명되는 나라들 간의 입장 차이 같은 것들도 있고요.

현재 우리나라 페미니즘 안에서도 혐오와 배제가 있죠. 그런 현상이 전혀 없을 수는 없어요. 그러나 저는 논쟁을 넘어 비방이 되고, 타인의 존재와 입장을 지워버리는 그런 싸움에서 소모되는 에너지가 안타까워요. 성평등법 제정이나 낙태죄 폐지나 생리대 문제 등, 페미니즘 의제들에 한목소리를 내고 함께 싸울 수 있다는 게 중요해요. 세상을 바꾸는 방향으로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거죠.

불과 1, 2년 사이에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한 사람이 많아졌잖아요. 그래서 더 논쟁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봐요. 하지만 '누가 얼마만큼 다르기 때문에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성장하는 중에 있어요. n개의 페미니즘은 없어요. 저는 하나의 페미니즘 안에 n개의 입장과 색깔이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페미니즘은 '각자답게' 살아도 '똑같은 인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거 아닌가요? 사람은 제각기 다른데, 어떻게 모두 같은 생각을 할 수 있겠어요? 토론은 치열하게 하되 비방하거나 비아냥거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페미니즘은 다양한 입장을 인지하고, 존중하는 거잖아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억지로 바꾸려 하지 말고,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함께 목소리 내는 일에 함께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연대죠.

우리 모두는 페미니스트이고, 그러니까 서로 지지해주면 좋겠어요. 운동의 결이 조금 다른 활동을 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는 언제나 하나예요. 저는 지금 나타나는 새로운 페미니스트들의 연대가 성장해서, 그 힘이 붐업되는 제2기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두잉을 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두잉에 와서 책을 읽고, 토론하고, 지속적인 지지그룹을 만들어 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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