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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학생부 종합전형)만큼 호불호가 확실한 입시제도도 드물다. 그런데 문제는 이 호불호가 완벽하게 이분법으로 나뉘어져 도무지 접합점이 없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제도는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려나가면 대체로 좋은 방향으로 가지만, 학종은 그렇지 않다. 단점은 단점대로 항상 존재하면서 장점은 장점대로 있는 모순관계라는 것이 문제이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늪처럼 학종이 가진 문제는 해결보다는 점점 더 꼬여가는 것이 오늘날 우리 대학입시가 처한 현실이다.

학교현장의 교사로서 학종을 잘 살려가고픈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교사의 양심을 걸고 잘못된 것은 짚고 넘어가는 것이 도리이기 때문에 이 글을 쓴다. 학종은 도대체 왜 문제인지 제대로 파헤쳐 보자. 학종이 가진 장점이야 수업이 바뀌고, 학교교육이 정상화되고, 아이들에게 진로탐색의 기회를 주고, 결과보다는 과정 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등등 수없이 많지만 그런 감언이설 다 집어치우고 학종이 가진 문제점을 집중 성토해본다.

첫째, 학종은 대기만성형 인재를 허락하지 않는다. 청소년 시절 좀 놀다가 공부를 하는 아이들도 많은데 그런 아이들은 자연도태되는 구조가 학종이다. 청소년 시기 누구나 한 번쯤은 방황을 할 수도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왜 이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도 할 수 있는 게 청소년들이다. 그런데 학종은 한순간의 방황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방황하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는 구조가 학종이다. 고교시절 방황하다가 재수 삼수를 해서 대학을 갈 수 도 있다. 그러나 학종은 재수로 대학 가는 길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둘째, 학종은 모든 교육활동을 보여주기 식으로 만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수업시간에 발표하는 것이든, 봉사활동이든, 동아리 활동이든 모든 활동이 학생부에 기록되어야 학종에 써먹을 수가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선생님~ 이거 학생부에 들어가나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아이들은 활동 그 자체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활동의 결과가 어떻게 기록될 것인가에만 관심을 갖게 된다. 교육적이어야 할 학교에서 벌어지는 비교육적 처사들이다. 그만큼 가식적인 학생부가 만들어질 개연성이 큰 것이다.

셋째, 학종의 핵심은 학생부이다. 그런데 이 학생부가 배후 조종 당한다면 어떨까? 작금의 대한민국에서 학생부가 배후 조종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교육 업자에 의해 배후 조종되든, 학부모에 의해 배후 조종되든 공정하지 못한 학생부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교사들은 학생부 기록을 놓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학부모들 때문에 어이없어 하고 있다. 심지어는 더욱더 은밀한 방법으로 배후조종되는 경우도 많다. 아이의 학교 내 동아리 활동에 대학 교수인 아빠가 실험쥐를 보내서 이를 가지고 실험을 하고 그 결과를 학생부에 적는다. 뱁새들은 절대 따라가지 못할 황새들의 학생부이다.

넷째, 학종은 소심형 인재들이 설 곳이 없게 만든다. 학생에 따라서는 '나는 뭐 활동이구 뭐구 그냥 혼자 조용히 앉아서 공부를 하고 싶다'라는 아이들도 많다. 그러나 학종 시대에 이런 학생들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수업 시간도 마찬가지이다. 한번 더 손을 들고 교사의 눈에 띄어야 학생부에 기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현장의 교사들도 이러한 소심형 인재들을 관찰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실력은 더 있지만 교사의 눈에 띄는 덜 실력 있는 아이가 학생부에 더 잘 기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섯째, 학종은 중위권 학생들에게 서러움을 안겨준다. 현 9등급제 하에서 중위권인 4,5,6등급 학생들은 한 교실에서 54%이다. 학교에서 대다수를 차지하는 학생들이다. 그런데 학종 체제에서 이 아이들에게는 희망이 사라졌다. 학종의 출발인 입학사정관제의 원래 취지는 내신성적보다는 색다른 특기나 소질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지금은 도로 내신성적으로 아미타불이 되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중위권 학생들은 내신성적도 안되고, 수능에서도 밀리고, 학종에 필요한 각종 비교과 활동에서도 밀리고 밀려 처참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목적 없이 표류하는 배와 같은 신세가 된 중위권 학생들이다.

이외에도 학종은 셀프 학생부 논란, 부활하는 신 고교등급제, 사회적 신뢰 시스템 부재 상태에서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입시제도가 가능한가의 문제, 기록하다 죽을 수도 있는 교사 업무 과다, 활동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실제 학생부 기록에서는 차이가 나지 않는 현상,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학종이 오히려 선행학습을 부추기는 현실, 순종적인 아이들을 만드는 문제 등등 수도 없이 많다. 그런데 문제는 서두에서도 말했듯이 학종이 확대되면 확대될수록 이러한 현상들이 점점 더 심해진다는 것이다. 마치 늪처럼.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교사로 산다는 것'의 저자 김재훈입니다. 선생님 노릇하기 녹록하지 않은 요즘 우리들에게 힘이 되는 메세지를 찾아 떠납니다.~~^^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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