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 기자회견을 보도하는 AFP 뉴스 갈무리.
ⓒ AFP	관련사진보기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과 대화 채널을 유지하고 있으며, 북한의 대화 의지를 타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AP, AF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틸러슨 장관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 왕이 외교부장과의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대화에 나설 의지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북한과 독자적 채널 유지... 대화 원한다"

틸러슨 장관은 "우리는 북한에 대화하고 싶냐고 물으며 계속 주시하고 있다"라며 "북한과 소통할 수 있는 라인(lines of communication)을 가지고 있으며, 정전 사태처럼 암담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과 2~3개의 대화 채널을 열어두고 있으며, 우리는 서로 대화할 수 있다"라고 거듭 밝혔다. 또한 북한과 소통하기 위해 중국이 중간 역할을 했느냐는 질문에 "우리의 독자적인 채널들"이라고 답했다.

틸러슨 장관의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정부의 고위 인사가 북미 채널의 존재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며 대화하고 싶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은 사실상 처음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AFP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초반에도 북미 접촉이 있었지만, 주로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었다"라며 "더구나 그 접촉들은 양측의 깊은 불신을 해소하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틸러슨 장관도 "지금의 전체적인 사태는 다소 과열됐다(overheated)"라며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사태를 진정시키는 것이며, 만약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중단한다면 그렇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미국 정부의 목표는 평화와 안정"이라며 "우리는 대화를 통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를 희망하며, 이것이 바로 평화적인 해결(peaceful resolution)"이라고 강조했다.

틸러슨 장관이 언급한 북미 소통 채널은?

전문가들은 틸러슨 장관이 언급한 채널로 북한의 대미협상을 총괄하는 최선희 외무성 미국 국장,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오토 웜비어 송환을 위해 방북했던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북한에서 미국의 외교 업무를 대신하는 평양 주재 스웨덴대사관 등을 꼽았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위협과 모욕을 주고받으며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북미 채널을 거론한 것은 의미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도 "틸러슨 장관의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수년간 비공식 채널을 통해 협상하며 이란 핵 합의를 이끌어냈던 오바마 행정부처럼 북핵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틸러슨 장관은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했지만, 이란은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보유했다는 차이가 있다"라며 "이란과의 조잡한 핵 합의를 북한에 꿰어맞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한·중·일 순방을 앞두고 있으며, 내년 봄까지는 대규모 한미 군사연합훈련이 없어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북미 협상을 마련할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또다시 도발을 강행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말 폭탄'을 던진다면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