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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중단과 청소년 노동인권 실현 대책회의(대표 하인호, 아래 '대책회의')는 올해 3월부터 현장실습생 사망 사건에 대응해오면서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재학생, 졸업생과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를 공론화하고, 정부에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즉각 중단과 대안적 직업교육 체계 마련을 요구해 왔습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런 목소리를 외면하고 8월 25일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직업계고 현장실습제도 개선방안(안)'을 제출하며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을 '학습(취업준비)중심 현장실습'으로 개선하고, 올해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교육부가 제시하는 '학습(취업준비)중심 현장실습'은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를 바탕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의 근거법률인 '일학습병행지원에관한 법률안'은 아직 국회 계류 중이어서 법적 근거도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게다가 시범시행을 경험한 학생, 교사 등 학교현장에서의 우려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의 실상을 시민여러분에게 알리고, 올바른 직업교육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과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에 대한 연속 기고를 기획하였습니다. - 기자 말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는 고교단계의 일·학습병행제로 2015년 3월 9개 학교에서 시범 시행된 이래 2017년 1월 현재 198개에서 시행되고 있다.

일학습병행제는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인재를 기르기 위해 기업이 재학생을 학습근로자로 채용하여 학교 등 교육기관과 함께 일터에서 체계적인 직업훈련을 제공하고 훈련을 마친 자의 역량을 평가하여 자격 또는 학위 등을 인정하는 사업이다. 기업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일학습병행제 훈련프로그램을 운영하려면 일정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

4년제 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IPP형 일학습병행제, 특성화고-전문대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유니테크 등의 사업이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와 같은 맥락에서 시행되고 있는 일학습병행제다.

특성화고와 참여기업 등이 사업단을 구성해 교육부·고용노동부의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사업선정 공모에 사업신청을 하면 정부가 도제학교를 선정한 뒤 예산지원¹⁾ 및 사업관리를 한다.

선정된 특성화고의 도제반 학생들²⁾ 1학년 2학기 또는 2학년 1학기 때부터 참여기업에 학습근로자³⁾로 채용돼 학교와 채용기업을 오가며 직업교육훈련을 받고 해당 기업에서 임금을 받는다. 구체적인 운영방식은 <그림1>과 같다.

 <그림1>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운영모형
출처 : 교육부(2015.7.), 2015년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지원사업 추진 계획/ 한국직업능력개발원, 2015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운영 매뉴얼, p. 19.
 <그림1>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운영모형 출처 : 교육부(2015.7.), 2015년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지원사업 추진 계획/ 한국직업능력개발원, 2015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운영 매뉴얼, p. 19.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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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운영모형
출처 : 교육부(2015.7.), 2015년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지원사업 추진 계획/ 한국직업능력개발원, 2015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운영 매뉴얼, p. 19.

일간정시제는 오전은 학교에서 오후는 도제교육센터나 채용기업에서, 주간정시제는 1주 중 1~2일은 학교에서 2~3일은 도제교육센터나 채용기업에서, 구간정시제는 1개월은 학교에서, 다음 1개월은 도제교육센터나 채용기업에서 직업교육훈련을 받는 것이다.

사업단(특성화고)은 이 같은 운영방식 중 하나를 채택해 도제반 학생들이 졸업 때까지 학교와 채용기업을 오가며 직업교육훈련을 받도록 하고, 도제반 학생들은 졸업 후 해당 기업의 일반 근로자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런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는, 현재의 특성화고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보다 더 일찍 시작하게 되고, 지위가 (학습) 근로자가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정부 예산지원이 있다는 점도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과 다른 점이다.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와 특성화고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 비교표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와 특성화고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 비교표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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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학생들이 현장을 잘 모르고 나간다든지, 현장에서 제대로 배울 기회가 부족하다든지, 하는 일에 실망하는 점은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과 다를 바 없다.

학생들이 '당했다'는 도제학교

필자는 2016년 8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서울지역 도제학교 10개교 2학년 학생 및 교사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면담 등을 통해 기본 실태 파악 및 노동인권 컨설팅을 했다.

도제학교에 대해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컨설팅 당시 한 학교 도제반과 진행한 교육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학생들에게 '도제교육(사업장) 하면 떠오르는 단어 혹은 생각'을 종이에 적어보게 했는데, 학생들이 적어준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학생들이 적어준 내용①
 학생들이 적어준 내용①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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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내가 원하는 도제교육(사업장)의 모습'을 종이에 적어보게 했다. 이 내용만 봐도 당시 학생들이 느끼고 있는 도제학교에 대한 생각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이 적어준 내용②
 학생들이 적어준 내용②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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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기초설문조사에서 도제반 학생들의 사업장 1일 노동시간은 7시간 이하 65.8%, 7시간 초과~8시간 이하 25.5%, 8시간 초과~9시간 이하 8.1%, 9시간 초과 0.7%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장근로 경험에 대해 응답자의 91.9%가 '없다'를 선택했고, '한 달 1~2번 한다' 1.9%, '한 주 1~2번 한다' 1.3%, '자주 한다' 2.5%로 나타났다. 휴일 노동의 경우 응답자의 94.4%가 '없다'고 답했고, 1명이 한 주 1회라고 답했다(나머지는 무응답). 임금수준은 대체로 최저임금 수준이었다.

학교․공동실습장 교육내용과 사업장 직업훈련 간 연관성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23.8%가 '관련 있다', 43.8%가 '관련 없다', 31.3%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61.3%가 도제학교에 '만족한다'고 답했고, 13.1%는 '불만'이라고 답했으며 25.0%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학교는 을, 교사는 영업사원

법적 근거도 없는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사업이 현행 산업체파견 현장실습보다도 빠른 시기인 1학년 말부터 특성화고 학생들을 산업체로 보내 학습권과 노동권을 침해하고 있다. 이는 위에 소개한 설문조사를 비롯한 지난해 진행한 컨설팅 교육 등에서도 밝혀진 셈이다.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의 문제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도제반을 중단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 대한 대책이나 선택권 보장이 미흡했다.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도제반에 불만족하거나 힘들어하여 진로를 바꾸고자 고민하는 학생들이 있을 텐데, 도제반을 중단하면 학교는 복귀자에 대해 일반 학급으로 옮기는 것 외에 다른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미 교과과정의 진도 차이로 발생한 격차 등을 해소할 방안이 없다.

따라서 도제반을 시작한 학생은 시간이 흐를수록 중도 포기가 어려운 조건에 놓이게 되고, 학교나 담당교사 입장에서도 중도 포기를 원하는 학생들이 생기면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진로 수정을 고민하는 학생의 고민을 적극적으로 해결해주기 노력하기보다 기존 진로를 계속 유지할 것을 권고할 유인이 크다. 이러한 상황은 학교 현장에서 학생 개개인의 선택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둘째, 참여기업 확보 업무를 맡은 학교가 참여기업에 대해 '을'의 지위에 놓이게 되면서 불명확한 훈련계약이 체결될 가능성이 컸다. 도제학교 사업을 신청할 때 참여기업 확보가 필수적인데 현행 제도에서는 학교가 알아서 참여기업을 확보해 사업 신청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학교 교사가 기업을 찾아다니며 사업에 참여할 것을 설득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졸업 후 일반근로자 전환, 근로기준법 준수 등 도제학교 내용과 훈련계약 내용을 정확하고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실제 기초설문조사에서 졸업 후 채용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응답자는 전체의 36.9%에 불과했다.

또한, 도제학교 진행 과정에서도 학교가 기업 직업교육훈련프로그램 등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을 텐데 '을'의 지위에 있는 학교로서는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 보였다(심지어 일부 학교에서는 기업의 행정업무까지 대신 맡아 처리하고 있었다).

따라서 도제학교 담당교사의 업무강도는 더욱 높아지고, 훈련계약의 불명확함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학생들이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시급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셋째, 도제학교 취지에 부합한 직업교육훈련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의심스러웠고 파악하기도 힘들었다. 학생들에게 업무 내용에 관해 물었을 때, 전공 관련 업무를 했다는 답변도 있었으나 '고철 나르기, 청소, 포장, 제품운반, 부직포 뜯기, 잡일, 전화 상담, 박스 작업, 단순노동' 의 답변도 적지 않았다.

현재 사업장 내 직업교육훈련프로그램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모니터링 결과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도제학교의 핵심은 기업에서 실시하는 직업교육훈련프로그램의 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확인하기 위한 점검이나 접근이 매우 제한되어 있어 도제학교 제도 개선에 제약조건이 되고 있다.

넷째, 청소년이 일터에 겪는 부당한 대우가 도제학교 사업장에서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었다. 나이 많은 직원에 의한 욕설과 무시하는 태도 등이 힘들다고 호소하는 학생이 많았으며, 무조건 반말을 하거나 근무시간이 아닌데도 호출해서 개인 심부름을 시키거나 과외 노동을 시키는 등의 부당함을 호소하기도 하였다. 또 나이 많은 직원과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경우 통제와 감시로 힘들다고 얘기하는 사례도 있었다.

직업교육에 대해 학생과 교사의 의견을 묻는 것부터
모든 제도가 완벽할 수 없거니와 설사 완벽에 가까운 제도라 하더라도 모든 사람이 만족할 수는 없다. 중등교육과정 직업교육훈련이 학생 당사자의 진로와 장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제도의 문제점으로 학생이 (일생에 걸쳐) 입을 수 있는 피해나 불이익을 최소화하려면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이를 수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문제점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당사자이며, 문제의 상황에 직면했을 때 당사자가 이를 거부할 수 있게끔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여겨진다. 또한, 당사자 스스로 본인의 진로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때는 다른 진로를 수월히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교육이라 생각한다.

지금껏 살펴본 산학일체형 도제학교가 정착된 '제도'가 아닌 일학습병행제의 특성화고 버전으로 법적 근거도 없이 갑자기 튀어 나온 '사업'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난 2014년 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스위스의 베른 상공업 직업학교를 방문한 것을 계기로 도입, 2015년 9개교에서 시범 실시하여, 작년인 2016년 전국 60개 특성화고 2,674명의 학생이 830개 기업에서 도제학교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에는 187개교 학생 7천명으로 확대한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사업'때문에 학생들은 1학년 2학기부터 학습권과 노동권을 침해받고 있다.

직업교육훈련을 받는 당사자인 학생, 직업교육제도를 운영하는 교사 등 당사자의 선택권을 존중하고 보장하는 논의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무엇보다 교육부의 안목있는 교육적 고민이 더욱 요구된다.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의 시범시행 시점부터 지금까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다종다양한 인권침해문제를 호소하는 학생들의 의견에 어떻게 답을 할 것인지 교육부의 입장이 궁금하다.

* 각주
1) 학교 및 도제교육센터에 대해서는 시설장비비와 운영비, 전담인력 인건비, 교원연수비, 사업 설명회 예산 등을 지원하고, 참여기업에 대해서는 현장훈련 학습도구 개발비, 현장훈련비, 훈련지원금, 기업현장교사 수당 및 HRD 담당자 수당 등을 지원한다.
2) 같은 학년에 비도제반에 소속된 학생, 즉 산학일체형 도제학교가 아닌 기존 특성화고 교과과정을 이수하는 학생이 있고,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교과과정을 이수하는 도제반 학생들이 나눠져 있다.
3)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서의 법적 지위를 갖는다.

덧붙임 : 지난 9월 8일 강원도 소재 한 공업고등학교 도제업무 담당교사가 학생을 받아줄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특성화고 학생들이 사고와 자살로 숨지는 사건에 이어 교사의 사망사건을 마주하며 참담한 심정입니다.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중단,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에 대한 전면 검토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덧붙이는 글 | 권혁태 시민기자는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노무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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