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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시민들이 나서다

강원 동해시 옛 남호초등학교 자리에 세우려던 특수학교가 지역 주민 반발에 발목이 잡힌  가운데 특수학교 설립을 바라는 동해시민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페이스북 '동해·삼척 시민의 광장'의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주민 의견을 묻는 제안에 173명이 참여하여 찬성 의견을 보였다. 9월 22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학부모들이 나서 천곡동에서 특수학교 설립 지지 서명 운동을 벌였다.

서명 운동을 제안한 학부모들은 "우리 지역 장애학생들이 하루 두세 시간씩 걸려 통학한다는 사실을 여태 몰랐다"며, "장애 때문에 학교 다닐 기회를 빼앗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반대에 묻혔던 목소리들이다. 

"우리는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 부모 마음으로 특수학교가 들어설 수 있게 마음을 모으면 좋겠다."
"동해가 장애인이든 아니든 살기 좋은 행복도시로 이름 나면 좋겠다. 아이 있는 집들이 학교 가까운 데로 이사 오면 동네도 살아나지 않겠나."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해온 지역 주민이라고 할 말이 없는 게 아니다. 특수학교가 들어설 옛 남호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주민을 만났다.

"멀쩡히 있던 학교를 아파트 들어선다고 평릉으로 덜렁 옮겨가더니 이제는 힘 없는 늙은이, 못 사는 사람들 산다고 여기다 짓는 거지. 안 그래? 그렇게 좋으면 잘 사는 사람들 사는 데 지어야 하는 거 아닌가."
"뭐, 언제 주민들 말을 듣기나 하나. 끝까지 반대해도 짓긴 짓겠지. 그래도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보여줘야지."

동해시민 서명 운동  페이스북 ‘동해·삼척 시민의 광장’에서 한 온라인투표와 9월 22일 동해 천곡동에서 한 서명 운동 결과
▲ 동해시민 서명 운동 페이스북 ‘동해·삼척 시민의 광장’에서 한 온라인투표와 9월 22일 동해 천곡동에서 한 서명 운동 결과
ⓒ 이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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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시와 정치인들도 주민 설득 나서야

침묵하던 시민들이 비로소 말문을 열었다. 마땅한 목소리다. 아무도 무릎 꿇지 않아도 진작부터 귀를 기울여 들어야 할 말이다. 지금 아니면 듣지 못할 말처럼 절실하게 들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겪어온 아픔과 겪지 않아야 할 고통에 공감하고 응답해야 한다.

동해시는 '시민중심 경제중심 행복도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하지만 이번 특수학교 논란 과정에서 동해시든 기초의회든 행복도시를 만들기 위해 과연 무엇을 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앞서 도교육청은 앞서 2014년부터 동해에 특수학교를 세우려고 애써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동해시와 기초의원들은 도대체 무엇을 했나. 이를 나무라는 소리도 적지 않다.

"말로만 행복도시니 어쩌니 하고 말하지 눈치 보느라 주민들끼리 얼굴 붉히는 일에는 좀처럼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

사실 마음이 부딪히고 엇갈리는 일일수록 정치와 행정의 역할은 사뭇 크다. 하지만 기초의원을 포함한 지역 정치인들은 정작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갈등을 푸는 일에 앞장 서는 이가 없다. 그저 강원도교육청과 장애학생 학부모와 지역 주민의 갈등일 뿐이다.

결국 지역 주민과 장애학생 모두를 피해자로 내몰고 있다. 길게 보면 특수학교는 어떻게든 들어설 것이다. 지난 21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제13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장애학생이 일반학생보다 더 먼 학교를 다녀야하는 세상은 '거꾸로 된 세상'이라고 꼬집으며 특수학교를 필요한 만큼 지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같은 날 민병희 강원도교육감도 강릉 오성학교 간담회에서 자신이 무릎 꿇는 일이 있더라도 지역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아 동해특수학교가 계획대로 설립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에서 특수학교가 들어서면 어찌 되겠나. 

모든 사람이 오늘을 위해 산다고 상상해 봐요

지난 9월 5일 서울 강서구 옛 공진초등학교 자리에 특수학교를 짓겠다는 공청회에서 장애학생 학부모가 무릎을 꿇었고 지역 주민도 무릎을 꿇었다. 강당 이곳저곳에서 차갑고 딱딱한 말이 터져 나오고 "쇼하지 마라"는 소리까지 들으며 공청회는 끝난다. 그 난장판에  '이매진(Imagine)'이 흘러나왔다. 노래는 평화와 인류애를 노래했지만 우리 현실은 아프고 슬펐다. 학교 있던 자리에 다시 학교 짓는 일조차 어렵다.

바라든 바라지 않든 우리는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우리 나라 인구의 스물에 하나꼴로 장애인이다. 날 때부터 장애인은 아니었다. 뒤로 병을 앓거나 사고로 장애인이 되었다. 터놓고 말하지 않아서 그렇지 감춰진 장애인도 많다.

우리는 너나없이 장애인이 될 수 있고 어느 나라 어느 동네 어느 집에서든 장애인은 있다는 말이다. 평생을 두고 아무런 장애 없이 살아간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자연스런 귀결로 사람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가를 수 있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 장애가 있거나 없거나 사람은 하나 하나가 다 귀하다. 그래서 노랫말처럼 헛된 꿈, 혼자만 꾸는 꿈이 아니라 함께 하는 꿈, 특수학교가 이웃에게 손뼉 받으며 세워지는 세상을 상상해 본다.

천국이 없다고 상상해 봐요. 마음 먹으면 쉬운 일이에요. 우리 발 아래에 지옥 같은 건 없고 머리 위로 푸른 하늘만 있다고, 모든 사람이 오늘을 위해 산다고 상상해 봐요.-'Imagine'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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