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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동구 중동 '골목풍경'
 대전 동구 중동 '골목풍경'
ⓒ 권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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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동구 중동 '골목풍경'
 대전 동구 중동 '골목풍경'
ⓒ 권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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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 중구 은행동에서 대전역 방향으로 걷다 보면 일제강점기 병기 운반 목적으로 처음 지어졌다는 목척교가 등장한다. 목척교를 건넘과 동시에 점차 멀어지는 사람과 사람사이. 혼잡했던 은행동에서 도망치듯 목척교를 건너면, 조금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거리를 쏘다니며 반짝이던 사람들의 시선은, 목척교를 지나 그 빛을 서서히 거둔다. 관심받지 못하는 거리는 조금 많이 쓸쓸하고, 생각보다 훨씬 더 안타깝다. 한때 대전 상권을 쥐락펴락했던 중앙시장 입구 역시 대전 동구 중동이지만, 전통재래시장 자체를 찾는 사람들 역시 줄어들고 말았다.

대체 성심당에서 빵을 사던 수많은 사람들은 어디로 다 흩어져 버렸단 말인가. 고작 그 짧은 사이에 말이다. 목척교는 마치 엄청난 고행을 감수해야 발 디딜 수 있는 험준한 산이라도 돼버린 듯, 고행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현저히 적다.

옛날, 아주 옛날, 중동의 작은 구멍가게에는 전국에서 찾아온 사람들이 중동에 있는 한 한의원에 대해 묻는 통에 정신이 없을 정도였단다. 소문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줬던 동네, 중동.

과거 찬란했던 인기는 빛바랜 추억이 돼버렸다. 그런 동네에 여전히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소문난 밥집이 있다고 한다. 낮은 담장이 이어진 좁은 골목의 숨결을 천천히 느끼며 걷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식당의 이름은 '왕관식당'이다.

 왕관식당이 자리한 중동 골목
 왕관식당이 자리한 중동 골목
ⓒ 권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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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대를 잇다'

대전역을 끼고 수많은 인파를 마주한 세월은 흘러버렸다. 그간 마을은 변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변했다. 변하지 않는 마을에 실망하고 지쳐 떠난 사람들도 부지기수지만, 떠나지 않는 이들이 여전히 중동 마을에 있다.

마을에는 끊어지지 않는 명맥이 있다. 아버지가 40년 운영하던 한약방을 대를 이어 운영하는 어르신이 계신다. 젊은 인력이 부족한 건어물상가에는, 아들에게 상점을 물려주고 싶은 아버지의 소박한 바람이 있다.

왕관식당은 중동 마을의 '대를 잇는' 가업 풍경의 정점을 찍는 곳이다. 시어머니가 시작했던 식당을 며느리가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는 곳. 무려 30년 이상의 세월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그간 변하지 않은 메뉴와 그 맛이 여전히 사람들의 발길을 잇는다는 것 또한 감탄스럽다.

 하루 딱 두시간 장사
 하루 딱 두시간 장사
ⓒ 권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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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딱 2시간

중동 인쇄거리 근처 빈티지하고 아담한 골목. 골목 식구 중 하나인 왕관식당의 콩나물 냄새가 퍼지는 시간은 하루 딱 2시간이다.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로 제한돼 있는 식당 영업방침은 조금 많이 특별하고 흥미롭게 여겨진다.

이곳의 점심시간은 근처 직장인들의 입소문에만 오르내리지 않는다. 왕관식당의 콩나물밥과 육회를 먹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이들도 꽤 늘었다. 제한된 시간, 구수한 콩나물 냄새 그리고 2시간 동안 끊이질 않는 사람들….

줄 서서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풍경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식사를 앞둔 이들의 표정은 그리 불쾌해 보이지만은 않다. 오히려 편안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루 딱 2시간만 장사하는 이곳의 매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하다'는 것이다.

 왕관식당 '콩나물밥과 육회'
 왕관식당 '콩나물밥과 육회'
ⓒ 권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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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밥 그리고 육회

어릴 적 엄마가 해주신 콩나물밥을 기억한다. 그 구수한 내음은, 다 큰 자식이 엄마 품에 안기고픈 낯부끄러운 충동을 일으킨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며 '엄마가 해주신 집밥 먹으러 왔어요'라면서 능청스럽게 얘기하고픈 심정. 그 맛도 일품이지만, 콩나물밥이 주는 향토적 정서가 많은 이들의 점심시간을 채워주리라 여겨진다.

 추억이 뒤섞인 밥상
 추억이 뒤섞인 밥상
ⓒ 권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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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글탱글한 밥알에 소복소복 얹은 콩나물. 양념장을 털어 넣고, 추가로 주문한 육회까지 한데 모아 쓱쓱 비비면 왕관식당 특유의 콩나물밥이 완성이 된다.

숟가락 가득 떠서 입에 넣는 순간, 엄마가 생각난다. 돌아가신 할머니를 비롯해 온가족 모두 모여 같은 그릇에, 똑같은 콩나물에, 그리고 양념장까지 고루 나눠 먹던 유년시절의 밥상이 떠오른다.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중동 좁은 골목의 한 귀퉁이에 자리한 밥집. 그곳의 세월엔 많은 이들의 소박한 추억이 여전히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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