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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렇게 시작됐다. 9월 7일 사드가 배치된 날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눈물을, 어떤 사람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중에 뭐라도 해야겠다는 적극적인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 단체(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회원들은 우선 신문 광고라도 내자는 데 뜻을 모았다.

그리고 8, 9일 양일간 1421명의 사람들이 사드 반대 철회를 촉구하는 선언에 동참했다. 그리고 11일 <한겨레 신문>에 광고를 실었다.

 전국 1421명 시민들의 사드배치 철회 촉구 광고
 전국 1421명 시민들의 사드배치 철회 촉구 광고
ⓒ 겨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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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사드 배치 철회를 촉구하는 광고를 실었다. 9월 11일(월) 자 <한겨레> 26면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사드 배치 철회를 촉구하는 광고를 실었다. 9월 11일(월) 자 <한겨레> 26면
ⓒ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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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열정적인 사람들이 있었던 반면, 어떤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광고 게재에 대한 반대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를 더 믿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온라인에 올린 광고 제안글을 보고 사무실로 전화를 주신 분도 계셨다.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 행동하는 거 보면서 좋게 생각했는데, 이번 문제는 다시 생각하라"는 조언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 때문에 <한겨레>가 욕 먹는 거 아니냐"라고도 했다.

온라인에서 성주의 소식, 기사들을 보면 댓글창이 시끌시끌하다. 9월 7일 사드가 배치된 그날 이후 시민들의 의견은 크게 엇갈리기 시작했다.

성주 소성리의 평화가 깨지던 그날 밤

9월 6일 밤, 가로등 하나 없이 컴컴하던 소성리 시골길에는 경찰들이 가득했다. 나를 포함 서너 명이 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서 있던 경찰 중 몇 명이 따라와 물었다. "어디 가십니까?" 헉 하고 놀랐지만 우리에겐 대답할 의무가 없었다. 그러더니 경찰들이 뒤따라오기 시작했다.

왜 따라오시냐고 물어도, 시켜서 하는 것이라는 답변뿐이었다. 경찰은 계속 우리를 따라왔고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걸었다. 그리고 우리 앞에는 곧 경찰 '벽'이 나타났다. 왜 소성리로 가지도 못하게 하는 걸까? 우리에게는 통행할 자유가 있고 집회하고 시위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경찰 벽은 헌법보다 가까운 현실이었다. 결국 우리는 소성리의 논두렁을 따라 돌아돌아서 마을회관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밤 12시, 문재인 정부가 예고한 9월 7일이 되자 경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동이 틀 때까지, 경찰은 주민들을 진압하고 해산시켰다. 후에 기사를 보니 모인 사람들은 400여 명, 배치한 경찰은 8000여 명이었다고 한다. 사람 1명을 경찰 20명이 막은 셈이었다.

정부는 야간 진압의 위험함을 몰랐을까

 시민들을 해산시키는 경찰앞에 선 신부님. 그렇지만 경찰은 가톨릭 사제와 원불교 교무 등 종교인들까지 해산시켰다.
 시민들을 해산시키는 경찰앞에 선 신부님. 그렇지만 경찰은 가톨릭 사제와 원불교 교무 등 종교인들까지 해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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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주 소성리 마을회관 앞 좁은 길에서. 앉아 있는 시민들을 경찰이 하나 둘씩 뜯어내기 시작했다
 성주 소성리 마을회관 앞 좁은 길에서. 앉아 있는 시민들을 경찰이 하나 둘씩 뜯어내기 시작했다
ⓒ 겨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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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성주에 모인 사람들에게는 '혹시나' 하는 기대가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때처럼 반대하는 사람들을 '강제로 해산하고' 사드 배치를 강행하지는 않을 것이라 기대했다. 국방부에서 야간 배치는 없을 것이라고 했던 말도 믿었다.

그러나 소성리의 밤은 참담했다.

길은 좁았고, 경찰은 너무 많았으며, 밤은 어두웠다. 포위망을 좁혀오듯 경찰이 우리를 둘러쌌다. 팔짱을 끼고 주저앉은 사람들을 경찰이 하나하나씩 뜯어내기 시작하면서는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됐다.

내 앞에서 사람들이 사지가 붙들려 끌려갔고, 내 위로 경찰이 넘어지기도 했다. 119를 목이 터져라 불러도 들리지 않았으며, 바닥에 쓰러진 서로를 간신히 피해야 했다. 중상자가 없었던 것은 정말 '운'이었다. 정부는 모를 리 없었다. 야간 진압이 얼마나 위험한지.

사드 배치 시간표 정해져 있었나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이날 청와대 일부 실무진이 "진입 작업을 중단하는 게 좋다"는 의견을 전달했으나, 임종석 비서실장은 "그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단다. 결국 사드 배치 시간표는 정해져 있었던 것일까?

게다가 그날 밤, 대통령은 국내에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요한 국내 일정 때마다 해외로 출국하던 경험이 쌓인 우리에게는 더욱 실망스러운 일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사드 배치가 '부담스러웠던' 것일까.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사드 배치 철회'를 전면적으로 공약에 내걸지는 않았지만, '정당한 절차'를 밞아야 한다고 수 차례 밝혀왔다.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와 국회 동의 절차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래서 성주 소성리 부녀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발사대 4기 국내 도입 사실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며 경위 조사를 지시했을 때만 해도 기뻤다. 문재인 정부를 믿었던 내가 잘못한 것인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

어떤 사람들이 문재인 정부의 사드 배치에 이렇게나 실망한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기대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는 1년이 걸릴 것이라는 이야기를 믿었고, 최소한 국회 동의 절차가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사드 배치를 강행했다. 약속한 절차도 지켜지지 않았다. 어떤 이들은 문재인 정부에게 더 큰 그림이 있을 것이라며 사드 배치에도 타당한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혹은 어쩔 수 없는 국제 정치의 냉혹한 현실을 운운한다.

그러나 사드만이 아니다. 박근혜 적폐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한일 '위안부' 합의, 한일군사협정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사드가 배치되던 그 다음날, 문재인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만났다. 북핵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이야기하며 당분간 과거사 문제를 다루지 않겠다고 말했다.

'적폐'와 '정치 현실', 어떻게 구분할까

 지난 8월, 겨레하나는 한일군사협정을 폐기할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체결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8월 24일자로 1년 연장되었다
 지난 8월, 겨레하나는 한일군사협정을 폐기할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체결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8월 24일자로 1년 연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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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문재인 정부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1년 연장했다. 이명박 정부가 시도하다가 들끓는 국민들의 반발로 무산됐고, 박근혜 정부가 기자들까지 출입금지시키며 강행했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다.

이 협정이 왜 문제인지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정확히 설명한 바 있다. 지난 2016년 11월 9일 민주당은 협정체결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야당들과 공동 발의하며 "이 협정 체결은 일본 정부가 한반도에서 집단적 자위권을 자유로이 행사할 수 있도록 용인하고, 미국 주도의 한·미·일 미사일방어 협력을 강화시킨다"라면서 "지역질서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키고 한반도 안보 불안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짚었다. 그리고 당시 우상호 원내대표 등 야3당 국회의원 162명이 서명했다.

이외에도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외교 적폐로 알려진 한일 '위안부' 합의도 그대로다. 일본에게 10억 엔을 받아 운영한다던 '화해치유재단' 역시 유지되고 있다. 어떤 것이 적폐이고, 어떤 것이 어쩔 수 없는 정치 현실일까? 마냥 문재인 정부를 믿고 '기다리면' 다 해결될까.

사드 반대한다고 하면, '북핵 찬성해?'라고 묻는 사람들

어떤 이들은 사드를 반대한다고 하면 북한 핵을 찬성하느냐고 묻는다. 당연히 북한 핵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과 사드는 북한 핵실험이나 ICBM급 미사일을 막을 수 없는 무기라는 '팩트'를 설명하면, 그래도 북한 핵 때문에 한국 안보가 위험하다는 결론으로 '점프'한다.

사실 우리는 알고 있다. 사드는 북한 핵이나 미사일을 방어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무기다. 다만 북한 핵을 빌미로 자국의 군사이익을 챙기려는 미국과 일본이 있고, 사드가 실제 자신들을 타겟으로 하고 있음이 못마땅한 중국과 러시아가 있고, 그 사이에 끼어 이도저도 못하는 한국이 있을 뿐이다.

사드는 이제 한국이 미국과 일본의 손을 맞잡고 전쟁 준비를 하겠다는 메시지의 시작이고 북·중·러 vs. 한·미·일이라는 대결구도를 강화하며, 군사긴장을 격화시키는 기능을 하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 정부가 사드를 '임시' 배치하며 미국과 일본의 손을 잡았다. 그래서 한국사회에 북한 핵 위협은 줄어들었나? 사드 배치 다음으로 '전술핵 배치'가 거론되고 있을 뿐이다. 과연 우리가 원하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이 핵전쟁을 준비하자는 것이었던가.

 사드 배치로 어지럽혀진 소성리 마을회관 앞.
 사드 배치로 어지럽혀진 소성리 마을회관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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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주에 걸린 서북청년단의 현수막
 성주에 걸린 서북청년단의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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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소성리의 밤을 잊지 말아야

그래서 우리는 문재인 정부에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한다. 사드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최선이 아니라 오히려 최악의 선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평화를 위해서 군사적으로도 대비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지만, 사드는 군사 방어적 측면에서도 큰 이익이 없다. 성주에서 사드가 가동되기 시작하는 순간, 미국의 군사전략에서 한반도는 좀 더 효용성 높은 군사기지가 될 것이다. 혹여나 한반도 주변에서 전쟁이 벌어진다면 다른 나라에게 군사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비약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이렇게 말한다.

"성주의 사드는 동북아 미사일방어의 꼭짓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미국은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길들이려고 하며, 한국을 일본 말 잘 듣는 나라로 순화시키기 위해 위안부 문제도 말 못하게 막는 것 아닌가."

 성주 주민들은 아직도 사드가 아닌 평화를 원한다. 사드가 배치된 날, 성주 소성리 한 집에 걸려있는 현수막
 성주 주민들은 아직도 사드가 아닌 평화를 원한다. 사드가 배치된 날, 성주 소성리 한 집에 걸려있는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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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평화가 깨어지던 소성리의 그날 밤을 기억한다. 사드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강제로 해산시키고, 경찰을 동원해 사드를 강제 반입했다는 사실도 잊지 않을 것이다. 신문광고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사드 철회를 촉구하는 행동들을 이어나갈 것이다. 한반도에는 사드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아직 더 많다는 것을 알리고 싶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소성리의 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성주 주민들의 평화가 해산당하던 그 순간, 사드 배치를 온몸으로 반대했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를 그 누구보다 응원하고 싶다. 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외교 정책을 바로잡고, 한반도의 주권과 평화를 회복하는 길에 문재인 정부가 가장 큰 역할을 하게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하나님은 평화통일 시민단체인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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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사드,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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