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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테레사 제이콥스 오렌지카운티 시장이 제리 데밍스 경찰서장과 재난 담당 부서장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허리케인 브리핑을 하고 있다.
 8일 오후 테레사 제이콥스 오렌지카운티 시장이 제리 데밍스 경찰서장과 재난 담당 부서장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허리케인 브리핑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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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하비가 텍사스 일대에 막대한 피해를 남긴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5등급 초강력 허리케인 어마(Irma)가 미 대륙을 향해 북상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최남단 플로리다에 초비상이 걸렸다. 풍속 185마일(296km) 허리케인 어마는 이미 카리브해에서 14명의 사망자와 수십만 명의 이재민을 내고 9일 오후부터 마이애미를 비롯한 플로리다 전역을 덮칠 것으로 예상된다.

릭 스캇 플로리다 주지사는 지난 5일 비상사태를 선포한 가운데 쿠바에 가까운 키스(keys, 여러 섬들로 이어진 군도) 지역을 포함하는 먼로, 마이애미-데이드, 브라워드 카운티 주민 20만 명에게 우선 대피 명령을 내린 데 이어 7일에는 중동부 해변인디언 리버, 브레바드 카운티 주민 30만 명에게도 긴급 대피명령을 내렸다.

미 기상국은 마이애미를 덮치고 플로리다 동부의 일부 해변 도시들을 훑고 대서양 동북단으로 항진할 것으로 예상한어마가 쿠바 등허리를 타고 방향을 틀어 플로리다 전역을 강타할 것이란 예보를 8일 내놓았다. 이에 따라 조지아, 사우스 캐롤라이나, 노스캐롤라이나주까지 허리케인의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어 이들 3개 주 정부도 8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허리케인에 따른 홍수 주의보를 내렸다.

8일 CBS(채널6) 방송이 허리케인 어마 소식을 전하고 있다. 플로리다 지역의 일부 방송들은 8일 오후부터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허리케인 속보를 시시각각으로 전하고 있다.
 8일 CBS(채널6) 방송이 허리케인 어마 소식을 전하고 있다. 플로리다 지역의 일부 방송들은 8일 오후부터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허리케인 속보를 시시각각으로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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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주 정부는 당초 예보와는 달리 어마가 플로리다 전역을 덮칠 것이란 예보가 나오자 방송과 소셜네트워크를 포함한 미디어를 통해 시시각각으로 허리케인의 진행 상황을 주민들에게 브리핑하고 있다. 주 정부는 이에 앞선 7일주 방위군 7천 명에게 동원 명령을 내리고 재난 예상지역에서 상시 대기토록 했다.

릭 스캇 주지사는 6일부터 플로리다 전역의 유료 도로의 요금 징수 시스탬 가동을 중단하도록 했다. 원활한 교통소통을 통해 주민들이 순조롭게 허리케인에 대비하고 쉽게 대피하도록 취한 조치이다. 8일 오전부터는 마이애미 남부 지역의 주민들은 플로리다 중앙을 가로지르는 턴파이크 고속도로와 주간 도로 75를 통해, 미 항공우주국(NASA) 본부가 있는 케이프 케너버럴 권역 3개 해변 도시 주민들은 주간 도로 95번을 통해 북부를 향해 대피행렬을 이루고 있다.

<올랜도센티널>을 비롯한 지역 미디어들은 8일 오후 9시 현재 560만 명의 주민들이 고속도로에 나와 있으며 느린 속도로 북쪽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플로리다 전체 인구 25% 이상이 피난길에 나선 셈이다.

'북으로 북으로' 자동차 행렬... 4달러 병물 박스가 20달러에

6일 오전 올랜도 북부 롱우드의 윈딕시 식품점의 비어버린 진열대. 식품점은 물론 일상용품점 등의 진열대는 허리케인 비상식품이나 건전지 등이 일찌감치 동이 났다.
▲ 비어버린 식품 진열대 6일 오전 올랜도 북부 롱우드의 윈딕시 식품점의 비어버린 진열대. 식품점은 물론 일상용품점 등의 진열대는 허리케인 비상식품이나 건전지 등이 일찌감치 동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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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등급 또는 5등급의 초강력 허리케인을 직통으로 맞게 될 것이 확실시되는 마이애미지역은 7일 오후부터, 마이애미와 4~5시간 거리의 중앙 플로리다 지역은 8일 오후부터 각급 학교는 물론 관공서와 은행들이 문을 닫았다. 월마트, 퍼블릭스, 윈딕시 등 생활용품과 식품을 파는 대형 상점들과 건축 자재 등을 취급하는 홈디포와 라우스 등은 공식 통금이 발효될 때까지 주민들의 허리케인대비를 위해 문을 열기로 했다.

주 정부는 일찌감치 재난 담당 부서, 경찰, 주 방위청 등의 간부들로 구성된 허리케인대책본부를 가동하고 대피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비상 식품과 재난 대비 물품 등의 원활한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릭 스캇 주지사는 6일 성명을 통해 주유소는 물론 일반 상점들이 평상시보다 지나치게 초과된 가격을 받을 경우 주 재난 규정에 따라 처벌하겠다고 발표하고, 주민들에게는 부당한 가격을 받는 상점들을 핫라인을 통해 신고하도록 당부했다.

일부 상점에서는 주 정부의 권유와 단속에도 불구하고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으며, 가격 올려받기도 발각되고 있다. 7일 오후 올랜도 북부 롱우드 지역의 한 주요소 겸 편의점에서는 평소 4~5달러를 받던 24개 들이 플라스틱 병물 박스를 20달러에 판매해 경찰에 고발되었다. 주 정부는 부당요금 1건당 1천 달러의 벌금을 물리고 있다.

▲ 초강력 허리케인 어마가 미 대륙 남부를 향해 북상한다는 소식에 알려진 6일 오후 플로리다 올랜도의 한 그로서리 풍경. 한 여성이 물병을 카트에 가득 실어 나르고 있다.
 ▲ 초강력 허리케인 어마가 미 대륙 남부를 향해 북상한다는 소식에 알려진 6일 오후 플로리다 올랜도의 한 그로서리 풍경. 한 여성이 물병을 카트에 가득 실어 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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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현재 상당수 식품점들에서는 플라스틱 병물, 배터리, 버너용 가스 등은 동이 난 상태다. 일부 소형 소매점에서는 고객당 1갤론 들이 물 판매를 두 통으로, 4개들이 버너 가스 캔은 한 팩으로 제한하고 있다. 400달러 이상을 호가하는 소형 자가발전기는 어느 곳에서도 구할 수 없을 정도로 일찍 동 나버렸다.

주 정부는 조지아 앨라배마 등 남부 주들은 물론 뉴욕과 워싱턴 등지의 대형 공급처들과 수시로 연락하여 물품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힘쓰고 있다. 지역의 한 중형 생활용품점 주인은 "매일 물품을 실은 대형 트럭이 오기로 되어 있지만, 허리케인이 닥치게 되면 발이 묶여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 정부는 일단 어마가 지난 2004년 8월 플로리다 전 지역을 휩쓸어 27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150억 달러의 재산 피해를 낸 허리케인 찰리와 비슷하다고 보고 피해 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6일부터 이미 주내 전력 회사 인력들을 대기시키고 있다. 주간 고속도로 75번과 95번 등 주요 고속도로에는 주 정부 협조 요청을 받은 타주 전기공사 차량들이 줄을 이어 플로리다로 향하고 있는 것이 목격됐다.

3등급 강풍을 동반한 허리케인 찰리는 플로리다 전역에 홍수를 동반하여 인명 피해는 물론 엄청난 침수 피해를 가져왔고, 복구하는 데만 6개월이 넘게 걸렸다. 주 정부는 저지대와 바닷가, 호수 인근의 주민들, 그리고 이동식 주택 거주자들에게는 강제 대피명령을 내렸다. 각 도시 시청과 경찰서 주차면 한 켠에는 산더미처럼 모래를 쌓아두어 주민들이 홍수를 대비해 담아가도록 하고 있다.

6만 한인 동포들도 초긴장... 일요예배 취소

7일 오후 플로리다 샌포드 경찰서 파킹랏 한 켠에서 모래주머니에 모래를 퍼 담고 있는 주민들
 7일 오후 플로리다 샌포드 경찰서 파킹랏 한 켠에서 모래주머니에 모래를 퍼 담고 있는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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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마이애미, 올랜도, 탬파, 잭슨빌, 게인스빌, 탤러하시 등 적게는 2천 명 많게는 1만 5천여 명씩 플로리다 전역에 거주하고 있는 6만여명의 한인들도 허리케인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1992년에 5등급 초대형 허리케인앤드류를 맞아 큰 피해(사망 65명 사망, 재산피해 265억 달러)를 경험한 한인들은 크게 긴장하고 있다. 일찌감치 타주의 친척 집으로 피신을 간 한인들이 있는가 하면, 11일께 다소 약해진 허리케인을 맞을 가능성이 있는 탬파나 올랜도로 피신해 온 한인들도 있다.

2만 5천여 명의 한인들이 살고 있는 올랜도와 탬파 등 플로리다 중부지역은 2등급 또는 1등급의 허리케인이 닥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두 지역 50여 개의 한인교회들은 일요일인 10일 오전부터 허리케인의 영향권에 들어 통금이실시될 것으로 예상하고 예배를 전면 취소했다. 최근의 한류 붐을 타고 북적이던 올랜도 지역의 한국 식당들은 문을 열고 있지만 6일께부터는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손님이 줄어 울상을 짓고 있다.

멕시코만과 대서양 지역의 허리케인은 6월부터 시작하여 11월에 끝난다. 허리케인어마는 이 지역에 닥친 9번째 허리케인이다. 브라질의 산후앙 동편해역에서 10번째 3등급 허리케인 호세(Jose)가 북상하고 있어 불안감이 계속되고 있다.

허리케인 등급은 어떻게 나눠지나?

허리케인은 통상 가장 약한 카테고리 1등급에서 가장 강한 카테고리 5등급으로 나뉘어 진다. 1등급은 풍속 74마일~95마일(118km~152km)로, 지반이 약한 곳에 세워져 있는 이동식(mobile home) 주택과 어른 팔뚝 두께의 관엽수, 간판 등을 파괴한다.

2등급은 풍속 96마일~110마일(153km~177km). 이는 튼튼한 이동식 주택에 심한 피해를 입히고 지반이 약한 곳에 심겨진 아름드리 나무를 넘어뜨리며, 일반 주택의 지붕과 유리 창문을 날릴 정도의 허리케인이다.

3등급은 풍속 111마일~130마일(178km~209km)의 허리케인으로, 웬만한 이동식 주택과 직경 50cm 이상의 두께의 나무를 넘어뜨리고, 빌딩에 금이 가게 하는 등의 피해를 입힌다.

4등급은 풍속 131마일~155마일(210km~249km)에 이르는 것으로, 어지간한 일반 주택을 심하게 파괴하거나 무너뜨리고, 직경 1m 이상의 나무를 뿌리째 뽑아 날려버린다. 이번에 텍사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가 4등급이다.

5등급은 풍속 156(250km)마일 이상의 초강력 허리케인. 지상에 서 있는 나무란 나무는 모두 쓰러뜨리고, 일반 주택과 작은 빌딩을 뒤엎고, 강을 잇는 다리까지도 쓰러뜨린다.

1992년 마이애미 지역을 강타한 허리케인 '앤드류'는 5등급이었다. 이번의 어마 역시 5등급으로 풍속 185마일의 초강력 허리케인이다.

덧붙이는 글 | 코리아위클리에도 올려졌습니다.



태그:#허리케인 어마, #플로리다, #마이애미, #올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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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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