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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고 출퇴근하기 좋은 초가을날.
 자전거 타고 출퇴근하기 좋은 초가을날.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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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가 지나고 날이 선선해지자, 여름 무더위에 하지 못했던 자전거를 출퇴근을 시작했다. 한낮의 햇볕은 아직 따갑지만 이른 아침과 저녁 시간은 자전거타고 달리기 더없이 좋은 요즘이다. 집 베란다 구석에 내내 접혀 있다가 주인의 손길이 반가운지 자전거 페달을 돌릴 때 마다 '촤르륵 촤르륵' 경쾌한 소리를 낸다. 저녁시간 강변길에서 들려오는 풀벌레소리와 왠지 잘 어울려 절로 발에 힘이 들어간다.

'자출(자전거 출퇴근)'의 큰 즐거움은 퇴근길에 있다. 하루 일을 마치고 강변을 따라 자전거 타고 집으로 가는 길. 하루하루가 다른 7시 무렵의 풍경은 변화하는 계절을 확연히 보여주고 있다. 여름의 열기가 남아 환했던 오후 7시에서, 땅거미와 함께 노을이 지는 저녁 7시 풍경은 매일 매일이 조금씩 다르다. 퇴근할 때 마다 오늘은 또 어떤 풍경 속을 달리게 될까 설레는 기분도 좋다.  

평화롭고 안온한 분위기의 초가을 저녁.
 평화롭고 안온한 분위기의 초가을 저녁.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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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을 지나 한강 자전거도로로 들어서자 귓가에 스치듯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와 덥지도 춥지도 않은 상쾌한 강바람이 흘러나와 햇살의 흔적을 지워갔다. 하루 동안 팽팽하게 긴장됐던 신경이 스르르 누그러지는 기분이다. 얼굴과 팔뚝에 닿는 바람에서 결이 느껴졌다. 지난여름 한강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녔던 잠자리의 날개같이 부드럽고 까슬한 바람이다.

(초)미세먼지가 뒤덮은 지난 봄날을 생각하면, 초가을 이맘때가 연중 가장 좋은 때지 싶다. 지난여름 도시의 온갖 소음을 압도했던 매미는 암컷을 찾길 단념했는지 '지짓 지짓' 배터리 닳은 라디오처럼 소리에 기운이 없어 좀 안됐다.  

가을을 알리는 풀벌레 소리 가득한 강변길.
 가을을 알리는 풀벌레 소리 가득한 강변길.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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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에 꼬리를 물고 강변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이 보였다. 대부분이 나 홀로 운전자다. 내가 사는 도시 서울은 출퇴근 때 나 홀로 운전자가 70%를 넘는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몸무게가 100킬로그램이 안 되는 한 사람을 나르기 위해 1000킬로그램이 넘는 차를 움직이는 게 과연 합당한 일일까! 게다가 대기를 오염시키는 공해물질까지 뿜으며...10킬로그램 나가는 내 애마 자전거는 7배가 넘게 무거운 주인을 태우고 잘도 달리니 참 기특한 녀석이다. 자전거는 인간이 만든 가장 훌륭한 발명품 가운데 하나가 틀림없다.

정체가 일상이 된 강변도로는 야근을 밥 먹듯 하는 회사인간을 양산하기도 했다. 주로 자가용을 타고 다니던 직원들이었는데, 어차피 찻길이 막혀 귀가가 늦어지니 야근을 하다 도로정체 없이 퇴근한다는 거다. 게다가 회사에선 야근하는 사람들에게 식대를 지원해주었다. 후일 나도 자가용을 장만했지만 정체도 싫고 야근도 싫어 출퇴근용으로 사용하진 않았다.

노을도 하늘의 빛깔도 매일 매일이 다르다.
 노을도 하늘의 빛깔도 매일 매일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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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태양.
 하루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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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해질녘 노을은 그날의 기온과 날씨에 따라 색과 느낌이 달라 지나갈 적마다 새로운 느낌이 든다. 부드럽고 포근한 분홍빛이나 노란색으로 저물다가도 어떤 날은 더없이 강렬하고 황홀한 붉은 색채로 하늘을 물들인다. 때마침 라디오 DJ 배철수 아저씨가 오래 들어 꺼끌꺼끌한 LP판 같은 목소리로 음악을 틀어주었다.

노래 하나하나가 평화롭고 안온한 초가을 저녁풍경과 잘 맞는다. 가을날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풀 같은 스팅의 노래, 애수가 느껴지는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목소리, 천주교 사제가 작사한 것 같은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노래...오늘도 고생 많았다고, 수고했다고 위로해 주는 듯하다.

Lights will guide you home / 빛이 너를 집으로 안내해서 
And ignite your bones / 너의 맘 속 깊은 곳까지 밝혀줄 꺼야 
And I will try to fix you / 그리고 내가 너를 다시 일으켜 세워줄게 
- Coldplay의 노래 <Fix you> 가운데 

시시각각 변화하는 한강을 바라보며 오르는 노을계단.
 시시각각 변화하는 한강을 바라보며 오르는 노을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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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한강 풍경의 정점은 노을공원(마포구 상암동 486-6)이다. 한강가(난지한강공원)에서 노을공원 전망대로 오르는 나무로 된 노을계단이 이어져 있다. 계단 앞에 자전거 거치대가 마련돼 있어 저무는 노을이 마음에 드는 날 들르게 되는 곳이다. 이름처럼 서울에서 석양이 가장 아름답게 펼쳐진다는 공원으로 캠핑장과 조각공원도 있다.

지그재그로 이어진 나무계단은 발 아래로 펼쳐지는 한강 풍경을 보며 오르느라 덜 힘들다. 노을계단 끝에 오르면 하늘문이 열리고 도시와 너른 한강이 환하게 눈앞에 펼쳐진다. 계단을 오르느라 들었던 기분 좋은 피로감이 몸 곳곳으로 퍼져갔다.

조용히 노을을 보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을 때 찾으면 좋다.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바라보며 도심 속 여유를 느껴볼 수 있는 드문 곳이기 때문이다. 어떤 스카이라운지보다 자연적이고 고즈넉한 서울 속 녹지공간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서울시 '내 손안에 서울'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자전거출퇴근, #한강, #한강노을, #난지한강공원, #노을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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