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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상은 1913년 경주에서 지금의 서울 남산 밑 총독관저에 있다가 1937년 새로운 총독관저가 완성되자 자리를 옮기는데 그곳이 지금의 청와대 자리다. 미남불상이라고도 부른다.
▲ 청와대 불상 이 불상은 1913년 경주에서 지금의 서울 남산 밑 총독관저에 있다가 1937년 새로운 총독관저가 완성되자 자리를 옮기는데 그곳이 지금의 청와대 자리다. 미남불상이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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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3년의 어느 날, 무단통치로 악명 높았던 초대 조선총독 데라우치가 경주를 순시했다. 이때, 데라우치는 당시 경주금융조합 이사 '오히라'(小平)의 집에 잠시 머물렀는데, 그곳에서 석굴암 본존불과 닮은 석가여래좌상을 목격하게 된다. 데라우치는 이 석가여래좌상을 매우 탐내는 눈치를 보이면서 오히라의 집을 떠났다.

며칠 뒤, 데라우치가 순시를 마치고 지금의 서울 남산 밑 조선총독관저로 돌아왔다. 그는 관저에 도착하자마자 경주 오히라 집에서 본 석가여래좌상이 도착해 있는 걸 발견했다. 데라우치는 이걸 보고 무척 기뻐했다고 한다.

데라우치가 반한 경주 불상의 수난사

초대 조선총독으로  헌병을 앞세운 무단통치로 악명 높았다.
▲ 데라우치 마사타케 초대 조선총독으로 헌병을 앞세운 무단통치로 악명 높았다.
ⓒ 문화재제자리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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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사이에 경주에서 서울로 올라온 석가여래좌상은 좌대부(座臺部, 불상이 앉는 위치)의 하대석(下臺石, 밑을 받치는 돌)을 구비하지 못한 상태였다. 조선총독부는 1939년이 돼서야 하대석을 찾으려고 했다. 총독부박물관 조사관은 경주까지 내려갔으나 하대석을 찾지 못했는데, 데라우치와 석가여래좌상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서로 남겨놨다.

"데라우치 총독이 경주를 순시할 제 그 석불을 보되, 재삼 되돌아보며 숙시(熟視)하기에 당시 소장자였던 오히라가 총독의 마음에 몹시 들었음을 눈치 채고 즉시 서울 총독관저로 운반하였다고 함."

이 불상은 남산 밑의 총독관저에 있다가 1937년 새로운 총독관저가 완성되자 옮겨가게 됐다. 그곳이 바로 지금의 청와대 자리다. 현재 대통령 관저 뒤편에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돼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일재 잔재 청산 필요하다"... 청와대 "시간이 필요하다"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는 지난 8월 7일, 청와대와 국회에 청와대 불상 제자리찾기에 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 청와대 불상 제자리찾기에 관한 진정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는 지난 8월 7일, 청와대와 국회에 청와대 불상 제자리찾기에 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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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대표 김영준)는 지난 7일, 청와대와 국회에 청와대 불상 제자리 찾기에 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 취지는 다음과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 청산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과거 권위주의 시절의 청와대로부터 벗어나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취임 후 첫 번째 광복절을 맞아 청와대에 있는 일제 잔재 청산에 앞장서 달라."

청와대 불상이 원래 있던 경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수차례 언론 기사화된 바 있다.

대통령 비서실은 2017년 8월 22일 “(청와대) 경내에 위치한 불상의 이운 문제에 대해서는 종교계 및 관련 전문가 등의 다양한 의견 수렴 등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항으로 앞으로 시간을 두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결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 청와대 불상에 대한 대통령 비서실 답변 대통령 비서실은 2017년 8월 22일 “(청와대) 경내에 위치한 불상의 이운 문제에 대해서는 종교계 및 관련 전문가 등의 다양한 의견 수렴 등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항으로 앞으로 시간을 두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결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 구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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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진정에 대해 청와대는 어떤 반응을 내놨을까. 지난 22일 청와대 비서실로부터 답신이 도착했다. 청와대 비서실은 "(청와대) 경내에 위치한 불상의 이운 문제에 대해서는 종교계 및 관련 전문가 등의 다양한 의견 수렴 등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항으로 앞으로 시간을 두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결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23일에는 경주시청에서 신라문화원·경주발전협의회 등 경주지역 문화·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경북 경주를 떠난 지 105년 된 청와대 불상은 지역으로 돌아와야 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강제로 떼어진 문화재가 원래의 자리를 되찾게 된다면, 과거 권위주의 시대와는 확연히 달리진 모습을 국민들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효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일제 잔재 청산에도 한몫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과연 청와대 불상은 경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영남일보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태그:#청와대불상, #데라우치총독,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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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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