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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포은 정몽주가 살아 돌아와 임고서원 충효문화수련원에서 사람들을 만난다면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해 그림으로 표현했다.
 만약 포은 정몽주가 살아 돌아와 임고서원 충효문화수련원에서 사람들을 만난다면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해 그림으로 표현했다.
ⓒ 경북매일 자료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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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색깔의 한복을 갖춰 입은 학생들의 몸가짐이 평소와는 달라 보였다. 예절 담당 강사의 조언에 따라 줄지어 손을 씻은 후 쪽마루에 오르는 열일곱 소년·소녀들의 움직임이 의젓하고 단정했다.

영천시 임고면 포은로에 위치한 임고서원 충효문화수련원(원장 김명환)은 평소에도 이런 교육생들이 적지 않게 방문하는 곳이다.

비단 초·중·고교 학생들만이 아니다. 전통문화와 왕조시대 역사에 관심을 가진 성인 관광객과 각종 교육을 진행하는 공무원, 한국에 호의적인 눈길을 보내는 외국인들까지 충효문화수련원을 찾는 사람들의 층위는 넓고 다양하다.

강의실과 예절실, 식당과 숙박시설을 갖춘 충효관과 수업과 토론을 진행할 수 있는 대강당과 소강당으로 이뤄진 연수관이 충효문화수련관의 주요 시설이다. 지난해 이곳을 찾은 수련생은 모두 1만5천300여 명. 예상을 뛰어넘는 많은 숫자다.

포은의 정신을 계승하고 미래세대에게 한국의 전통과 역사를 효과적으로 교육·소개하기 위해 마련된 충효문화수련원은 영천에서 어느 정도의 위상을 가진 것인지 김명환 원장에게 물었다.

"어느 때부턴가 영천의 문화관광에서 임고서원과 충효문화수련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이전에는 은해사와 거조암부터 찾던 관광객들이 요즘엔 임고서원을 먼저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충효문화수련원에도 입소의 방법과 교육과정을 묻는 전화가 자주 걸려온다. 그에 발맞춰 현재 50여 명 정도가 수용 가능한 숙박공간을 대폭 늘이기 위해 제2숙박동 건립이 진행 중이다. 내년에 완공되면 수련원을 찾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은 정몽주의 사상을 선양하려는 영천시의 노력

영천시청도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문화와 관광의 인프라로 활용하는 21세기적 흐름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2012년부터 진행된 ▲ 임고서원 성역화사업 ▲ 생가 등 포은 유적지 성역화사업 ▲ 충효문화수련원 교육시설 확충 등이 그간 기울여온 노력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외국 학생들이 충효문화수련원을 찾아 한복을 입고 우리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있다.
 외국 학생들이 충효문화수련원을 찾아 한복을 입고 우리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있다.
ⓒ 경북매일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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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고서원 충효문화수련원을 찾은 학생들이 한국의 전통문화와 예절을 배우고 있다.
 임고서원 충효문화수련원을 찾은 학생들이 한국의 전통문화와 예절을 배우고 있다.
ⓒ 경북매일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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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원 예절실에 모인 학생들을 지켜봤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온라인게임과 화려한 옷을 입고 무대에서 춤추는 또래의 연예인들이 평소 이들의 관심사였겠지만 그날은 달랐다. 점잖게 앉아 책을 펼치고 선현들의 행적을 더듬는 아이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또한 믿음직했다.

충효문화수련원은 경상북도에서 유일하게 '선비아카데미 전문·교양과정'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수련원과 별빛중학교, 포은초등학교 등이 교육공간으로 사용된다. 영천시 일원이 선비정신을 되살리는 공간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전문과정이 유림(儒林)과 시민을 위한 것이라면, 교양과정은 아이들을 위한 <사자소학(四字小學·어린이용 한자 교과서)> <명심보감(明心寶鑑·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어린이 인문교양서> 교육이 프로그램의 주된 내용이다. 이는 선현이 축조한 학문과 정신의 탑을 학생들이 다듬어 다시 세우려는 노력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보였다.

전통에 현대적 요소 가미시켜 교육의 효과 높여

김명환 원장은 말했다.

"요즘 같은 때일수록 충효를 실천하고 신의를 지킨 포은의 행적을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수련원의 교육을 포함해 영화와 드라마, 오페라와 음악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포은이 지향했던 숭고한 이념을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임고서원 충효문화수련원 김 원장과 5명의 직원, 10명의 강사들은 "어떤 방식이 아이들에게 우리의 역사를 올바로 이해시키는데 도움이 될까"라는 고민을 오늘도 하고 있다. 그 고민은 한국의 미래 청사진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지금까지 충효문화수련원은 전통문화를 위주로 한 교육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수련원을 찾는 아이들에게 '의미'와 함께 '재미'까지 전달해주기 위해 수업에 현대적 요소를 가미하려고 한다. "보다 높은 교육 효과를 얻기 위해서"라는 게 이원석 교학부장의 설명이다.

붉고 아름다운 배롱나무꽃이 흐드러진 여름날 임고서원의 풍경.
 붉고 아름다운 배롱나무꽃이 흐드러진 여름날 임고서원의 풍경.
ⓒ 경북매일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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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웠던 취재를 마친 후 임고서원과 충효문화수련원을 한 번 더 천천히 돌아봤다. 사파이어 색채로 빛나는 푸른 하늘과 붉게 핀 배롱나무꽃이 대조를 이루며 여름이 무르익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어디선가 희미하게 달콤한 향기가 밀려오는 듯했다. 인간이 역사와 전통을 배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당장은 별 소용이 없지만, 살아가는 내내 작지만 꼭 필요한 도움을 주는 은은한 향기 같은 것이 아닐까.


태그:#임고서원, #충효문화수련원, #영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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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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