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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한국의 교실 풍경엔 큰 차이가 있답니다. 이 차이도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가 다르거든요. 그래서인지 초등학교를  primary school, 중고등학교를 secondaryschool 이라고 하기도 해요. 초중등을 통틀어 적용되는 원칙이 하나 있는데, 아이들이 어른의 감독 없이 지내는 시간을 최소화한다는 거에요. 저학년일수록 학생들을 절대 혼자 놓아 두지 않고요, 고등학생 정도 되면 점심시간 정도는 혼자 식당으로 걸어 가게 하는 정도지요.

또 하나의 차이는 한국과 달리 조용한 교실보다는 아이들이 움직이기도 하고 이야기도 하고 약간은 소란스러워 보이는 듯한 교실이 더 흔하답니다. 흑인이나 중남미 학생의 비율이 많을수록 교실 속 수다가 많아지는데, 그렇다고 백인 학생들이 조용한 것만은 또 아니에요. 전반적으로 한국 학생들에 비하면 덜 조용하고 질문하기를 덜 두려워 하고 실패에 대해 덜 상처 받는다는 게 제 인상이었어요.

그럼 먼저 초등학교 교실을 살펴볼까요? 초등학교 (1학년에서 5학년까지) 는 하루 수업시간이 보통 중학교 (6학년 - 8학년)나 고등학교 (9학년 - 12학년) 보다 30-60분 정도 짧은 편이에요. 중고교가 8시간이라면 초등학교는 7시간 정도. 담임 선생님이 영어, 수학, 과학, 사회를 가르치고 음악, 미술, 체육은 담당 선생님이 따로 있어서 음악과 미술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체육은 거의 매일 하는 거 같고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생과 교사들은 한 교실에 있답니다.

한국처럼 1교시, 2교시 이렇게 정해진 시간표도 없고 교시마다 종을 치지도 않아요. 담임 마음대로 – 네, 담임의 재량이랍니다 – 시간표를 정해서 칠판에 써 놓는 정도인데, 이것도 영어와 수학의 최소 권장 시수를 지키는 정도에서 조정이 가능해요. 이렇게 시간표를 써 놓는다 해도 영어에서 수학으로 바꿀 때 쉬는 시간이 없어요. 그냥 영어 책 집어넣고 수학 할 거니까 자리배치 옮기는 정도이에요. 과목이나 활동 전환에 시간이 많이 걸리다 보니 노래를 만들어서 노래를 부르면서 활동정리를 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럼 이렇게 하루종일 쉬는 시간이 없는데 화장실은 어떻게 가는지 궁금하죠? 화장실이 가고 싶으면 손을 들고, 허락을 받으면 한명씩 가게 되어 있어요. 학교마다 다른데 두 교실 사이에 화장실을 아예 설치해 놓은 곳도 있고, 그냥 학교 여기저기 화장실이 있기도 하고요. 그렇게 오전 수업을 하면 선생님의 인도를 따라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고요, 보통 돌아오는 길에 단체로 아이들이 화장실을 쓰도록 한답니다. 선생님들은 담당 교사만 남아서 아이들을 감독하고 나머지 분들은 교무실에 가서 식사를 끝내고 다시 아이들을 데리러 오고요. 임

시교사를 할 때 저는 단체로 화장실을 쓰게 하는 부분이 고민이었어요. 여학생 화장실이야 무슨 소리가 나면 들여다 보기라도 하는데, 남학생 화장실의 경우는 이게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방도가 있어야지요. 제 말은 잘 안 듣는데 자기 담임 선생님 말은 무서워 하는 거 같았어요. 점심을 먹은 뒤에는 오후 활동이 진행되는데 이 때 보통 야외 휴식시간이 20-25분 정도 주어져요. 운동장으로 나가 그냥 노는 거에요.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놀면서 또래 아이들과 상호 작용하는 법도 배우고 넘쳐나는 에너지를 발산하기도 하고요. 교사들은 이 때 아이들을 잘 살펴서 서로 싸우거나 왕따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감독 책임이 있답니다.

음악이나 미술 교사는 보통 두 학교를 같이 맞아서 오전에는 첫번째 학교, 오후에는 두 번째 학교 이런 식으로 하던지 요일을 번갈아 학교를 가더라고요 음악 선생님은 음악실에서 기다리고 있고, 미리 학기 초에 정해 놓은 시간에 각 반 담임들이 학생들을 인솔해 와서 놓고 간답니다. 음악 교사가 한 30-40분쯤 수업을 하고 나면 담임이 와서 아이들을 데려가고요. 제가 원래 피아노 레슨을 하다 보니 음악 임시 교사를 많이 했었어요.

중고등학교는 괜찮은데 초등학교로 나갈때마다 저학년 학생들의 집중력이 짧아서 좀 고민이었더랬지요. 그래서 어느날 거기 피아노로 모짜르트 곡을 쳐 주었더니 그 시끄럽던 아이들이 갑자기 조용해졌던 일도 있었어요. 아이들이 스스로 음악을 조용히 감상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초등학교 선생님들 영어실력이 사실 중고등학교보다 좋아야 하고, 특별히 한 과목을 잘 알지 않아도 되는 장점 때문에 미국 국내 여성들이 많이 교사로 일하고 있어요.

중고등학교로 가면, 우리나라 대학과 같이 과목마다 교실을 바꾸면서 수업을 하게 된답니다. 그러다 보니 처음 중학교 생활을 시작하는 6학년은 적응 스트레스가 꽤 있는 편이에요. 학교도 바뀌고, 부모님을 비롯, 어른들이 기대하는 바도 달라지고, 45분 내지 90분마다 늦지 않게 다음 교실로 가야 하고, 사춘기는 시작되어 외모에도 신경 써야 하고, 남자친구도 생길 나이고… 참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랍니다.

과목 중간의 쉬는 시간은 대개 5-6분이에요. 이 때문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화장실을 제대로 이용을 못하는 상황이랍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짧으냐고요? 미국에서는 안전이 아주 아주 강조되는데, 이것보다 긴 휴식시간을 주면 화장실이나 교실에서나 무슨 일이 일어나기가 쉬워요. 화장실에서 몰래 담배피우는 학생들도 많고 심지어 학교 구석에서 성관계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인 거 같더라고요.

그렇게 헐레벌떡 달려온 학생들은 다음 수업을 시작하고 나서 화장실을 가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종이 친 후에 오면 지각이 되고 무단 지각이 3번이 되면 집으로 연락이 가고 경고를 받기도 하고 해서 일단은 종치기 전에 다음 교실로 가는 거죠. 그렇게 5분 정도 복도가 정신없이 북적대다가 종이 치면 아이들은 어느 교실에든 들어가 있게 되는 거고요. 덕분에 교사들은 한 교실에서 학생들을 받아 주면 되기 때문에 교실도 직접 꾸미고 쉬는 시간 동안은 복도에 서서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인사도 하면서 학생의 이동을 감독하게 되는 거고요.

역시 학교마다 다른데요 어떤 학교는 45분 수업을 하고 어떤 학교는 block 이라고 해서 90분 수업을 하기도 해요. 같은 카운티의 학교라고 똑같은 게 아니라서 제가 있는 학교는 90분 수업을 하고 5분 거리의 학교는 45분 수업을 하고 이런 식이에요. 90분 수업을 하게 되면 보통 하루에 3.5 에서 4과목을 듣게 되고요. 45분 수업을 하면 보통 7-8과목을 듣게 되어요. 이것도 카운티마다 다른데 총 7과목을 하는 곳이 있고 또 다른 카운티는 8과목을 하고 그러는 거죠.전에 있던 학교는 8과목 체제여서 교사들은 6과목을 가르쳤고요, 지금 학교는 7과목 체제라 5과목을 가르친답니다. 그래서 카운티 사이에 6과목이 싫은 교사들이 5과목을 가르치는 곳으로 이동을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답니다.

교사가 쉬는 시간 동안 아이들은 속속 교실로 들어오지요. 이 아이들을 가만히 할일 없이 놔두면 돌아다니고 이야기하고 북새통이 되기 때문에, 보통 교사들은 warm-up 이라고 학생들이 문제를 풀거나 짧은 활동을 하게 만들어요. 수학의 경우 보통 지난 시간 복습이니까 저는 두 문제 정도를 만들어서 보통 용지를 반 잘라 인쇄해서 들어오는 입구에 놓아 둔답니다. 그러면 학생들이 알아서 들어오는 길에 이 종이를 집어들고 자리에 앉아서 책가방을 내려놓고 바로 문제를 풀기 시작해요. 종이 칠 때쯤엔 아이들은 다 이 문제를 풀고 있어야 하는 거죠.

그럼 이 90분과 45분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아이들이 들어와서 warm-up 문제를 풀고, 교사는  출석체크해서 온라인으로 입력을 하고, 숙제 검사를 하고, 그리고 warm-up문제 풀고, 숙제중에 질문이 있던 문제까지 풀어주고 나면 15분은 그냥 가 버린답니다. 그리고 뭔가 가르치고 수업 끝나기 전에 정리까지 하려면 45분으로는 좀 짧은 감이 있거든요. 그래서 나온 것이 90분 수업체제에요. 90분을 하게 되면 처음 15분은 도입, 마지막 5-10분은 정리, 그리고도 중간에 60분 정도 온전히 활동이나 탐구를 할 시간이 생기는 거죠.

이 두 체제에 대한 찬반의견이 있는데요, 90분 수업은 교사가 제대로 활용을 못하면 오히려 학생들에게 역효과가 난다는 단점이 있어요. 60분이라는 온전한 시간이 주어졌지만 만약 교사가 전통적인 방식으로 강의를 해 버린다면 미국 아이들은 10분이 지나기 전에 거의 다 잠이 들거나 딴짓을 시작한답니다. 반면 이 시간을 잘 활용한다면 20분 정도 학생들이 탐구 활동을 통해 배우게 될 내용을 스스로 찾아가게 되고, 교사와 같이 정리를 20분 하고, 그리고도 각자 연습하고 자기의 지식으로 "구성" 할 수 있는 20분이 생기는 거죠.

제가 여기 "구성"이란 말을 강조했죠? 아이들이 새로운 지식을 배울 때 반복 학습하면 새로운 지식이 학습이 된다는 "행동주의"보다는 아이들이 스스로 찾아가며 기존의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연결하여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나간다는 "구성주의"가 현재 교육학 이론에서 대세거든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거에요.

반면 가정 교육환경이 열악한 학생일수록 결석이 잦은데 90분 수업을 하는 경우, 한번 수업을 빠지면 보충해야 할 분량이 꽤 되는데다가 수학의 특성상 한번 수업을 빼먹으면 4일 간격으로 수학을 하게 되니 복습 없이 그 정도 시간이 지나가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전 시간의 지식을 다 잊어버리거든요.

제가 있는 학교가 부모의 경제능력이 그다지 좋지 않아 결석율과 전학율이 높아서 45분제로 되돌리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요. 대신 45분제를 하게 되면 탐구활동을 할 시간이 없어져서 강의식이 될 확률이 크고요, 학생들 입장에선 7명의 교사가 하루 종일 45분 내내 강의를 하는 상황이 될 것이고요. 제 입장은 90분제를 유지하되 학생들의 결석률을 낮추는 방안이 강구 되었으면 하고 있답니다. 교시 입장에서도 45분제로 5학급을 만나다 보면 정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정신없는 느낌이거든요.

교사들은 하루에 90분 정도 자유시간이 생기는데 이 시간에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시죠? 90분 체제인 경우 하루는 수업계획을 할 시간이 주어지고 하루는 45분 정도 담당 업무가 있어요. 점심시간에 아이들 감독을 한다던가, 오피스 일을 보조한다던가 하는 것이죠. 최근 일어난 경향 중의 하나가 PLC (Professional learningcommunity) 인데 학년 초에 공강 시간을 조정해서 같은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같은 시간에 공강 시간을 갖도록 해주고 그 시간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만나 어떻게 가르칠지 자료도 공유하고 같이 계획을 해서 진도가 지나치게 빨리 나가거나 뒤떨어지는 경우도 방지하고요. 시험에서 F를 받는 아이들은 연중 공동으로 보강을 해 주기도 하고요. 이것을 제대로 운영할 경우 오히려 교사의 수업 계획 시간이 많이 줄어들게 될 수도 있지만,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면 오히려 잦은 회의로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다음 번엔 한국에는 없는 고등학교 졸업 자격요건에 대해 살펴 볼게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에선 아무나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답니다. 유럽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정해진 요건을 다 만족시켜야 비로소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는 것이죠.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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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미국교육, #미국수학, #수학, #교사,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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