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고등학교 졸업요건을 알아보기 전에 교사 연수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한국에서 직항으로 가면 약 12시간 정도 걸리는데 비행기를 세 번 갈아타면서 왔더니 총 24시간이 걸렸답니다. 역시 미국 동부를 가는데는 오래 걸리네요. 기다리는 시간이 엄청 많았는데, 오히려 갈아타면서 많이 걸었더니 운동도 되고 소화도 되었답니다.

버지니아의 대부분의 학교는 KD 법 때문에 9월 첫째주 월요일 다음날 시작합니다. 9월 첫째주는 노동절 (Labor Day)라 국경일이거든요. 왜 이 날 이후에 하느냐 하면, 관광지가 가까운 곳에서는 고등학생들이 알바를 많이 하는데, 대부분의 야외 관광지가 노동절을 마지막으로 해서 문을 닫거든요.

9월에 시작하는 게 너무 늦어지는 게 아니냐고 8월 중순 정도로 당기자는 이야기가 오가긴 했는데, 관광지 일손이 많이 필요한 곳에서는 이 KD 법을 따라야 해서 힘든 거 같고요. 산이나 시골이나 한적한 동네의 학교나 사립학교는 이 법에 예외를 적용받아서 8월 20일경을 전후로 시작을 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같은 버지니아인데도 동네마다 시작하는 시기가 조금씩 달라요.

리치몬드에서 가까운 곳에 놀이공원이 King's Dominion 하고 아래쪽에 Bush Gardens가 있어요. 올해 특히했던 건 King's Dominion이 8월 마지막주에 3일이나 문을 닫았다는데, 그 이유가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가면서 직원이 모자라 문을 닫았다는군요.

8월중순경 학교를 시작하게 되면 5월 말이면 학기가 끝나고 6월에 더위로 인해서 복장 등등 걱정되는 일들이 현저히 줄어들게 되어서, 학교는 이 일정을 선호하지만 놀이공원들 때문에 아직은 더 두고 봐야 할 거 같네요. 북버지니아에는 큰 놀이공원이 없는 관계로 KD 법 예외적용을 받았고요. 법 이름이 킹즈도미니언인 걸 보면 돈의 힘을 느끼게 됩니다.

공립학교 선생님들은 대부분 학생들보다 한 주 먼저 학교에 나가기 시작합니다. 즉 노동절 직전주의 월요일에 출근을 하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제가 일을 시작하게 될 주의 직전주 목요일밤에 미국에 도착하도록 비행기 티켓을 끊었어요.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푹 쉬고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그런데 5월쯤 제가 있는 학군에서 이메일이 와서 캘리포니아에서 유명한 강사분을 불러서 제가 미국으로 돌아오는 다음날인 금요일에 강연을 한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졸린 눈을 비비며 다음날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들었는데, Classroom management 에 대해 좋은 정보 많이 받고 책도 두 권씩이나 받아들고 왔답니다.

교사 생활 하면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활동 중의 하나가 이 교사 연수거든요. 학교에서 하는 교사 연수는 사실 그냥 그래요. 교사 연수라기보다는 직무 교육쪽이라 학생들 돈 받는 방법, 성적표컴 프로그램 셋팅 하는 방법 이런 거거든요. 카운티 단위로 연수를 하긴 하는데, 카운티가 큰 경우는 좋은 교사들이 많이 있어서 노하우를 나누기 때문에 그럭저럭 괜찮은 편인데, 카운티가 작은 경우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제가 처음 있었던 학교는 Hanover County 였는데 면적은 광범위한데 면적에 비해 인구가 적어서 한적한 그런 곳이었어요. 그래서 고등학교가 4개밖에 없었거든요. 집에서도 좀 멀었고  해서 (30분 운전) 1년만 있다가 집 근처로 옮기려고 했었어요. 그랬다가 1년 더 있었던 이유가 교장선생님이 교사 연수 지원을 많이 해 주기 때문이었거든요. 첫해 가을에 미국의 전국 수학교사 협의회가 매년 미국을 3개 정도 권역으로 나눠서 주최하는 컨퍼런스가 제가 사는 동네에서 열렸는데, 신입 교사 몇을 빼고 80%의 수학교사 및 수학담당 특수교사를 보냈거든요. 그것을 계기로 미국에서는 교사들도 저렇게 컨퍼런스를 보내 준다는 걸 알게 되어서 그 다음부터는 제가 컨퍼런스를 찾아서 교장 선생님께 보내 달라고 하면, 주말에 안 쉬고 공부하러 간다고 고맙다 하시면서 참가비와 교통비를 대 주셨답니다.

그렇게 해서 제가 처음 갔던 컨퍼런스는 3월에 있었던 버지니아 수학교사 협의회의 연례 컨퍼런스였어요. 1박2일인데 운좋게도 호텔비까지 지원을 받아 갔더랍니다. 보통은 호텔비는 잘 안 나오거든요. 그리고 4월에는 버니니아 특수교사모임의 학습장애 컨퍼런스에 가서 수학과 영어 학습장애 (learningdisabilities) 에 대해서 배우고요. 6월에는 제임스 매디슨 대학에서 매년 주최하는 교과과목 교수법 아카데미 (ContentsTeaching Academy)에 가게 되었어요. 등록금도 비쌌고 일주일이기 때문에 기숙사와 식권도 신청을 해야 했는데, 카운티에서 대학 수업료 정산 프로그램 (기금 신청을 해서 일정 한도까지 인가가 나면 대학 이나 그에 준하는 기관에서 수업을 듣고 B 이상을 받으면 낸 수업료를 돌려 받는 프로그램)을 통해 연수비용을 지원받고, 교장선생님이 기숙사와 식권비용을 지원해 주셔서 처음으로 미국 대학과 기숙사에서 수업들으며 지냈거든요.

그 다음 해에는 버지니아에서 수학 교육에 관해 이름이 널리 알려진 Dan Mulligan 이 했던 컨퍼런스에 지원을 받아 다녀오고, 버지니아 수학교사 협의회도 또 가고, 북버지니아 수학교사 협의회에서 주최하는 컨퍼런스도 갔답니다. 북버지니아 컨퍼런스는 참가비는 10불 밖에 안 했는데 거리가 멀어서 교통비가 오히려 100불을 지원받는 기이한 일도 있었고요.

대부분의 컨퍼런스는 200불을 훌쩍 넘어가고 기간이 길어지면 700불을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서 사실 교사 개인 돈으로 가기는 힘들더라고요. 대부분 학교나 카운티의 지원을 받아 가게 되는데, 주최측도 이 사실을 아니까 참가비를 내리지 않는 것 같아요. 북버지니아 수학교사 협의회나 리치몬드 수학교사 협의회는 교사들이 만든 비영리 단체이다 보니 참가비가 아주 싼 편이에요. 10불에서 20불선이고 3-4시간 정도이고요. 현재 제가 있는 카운티는 대학 수업료 정산 프로그램을 컨퍼런스에도 확대해 줘서 윗사람 눈치 안 보고 가고 싶은 프로그램은 미리 카운티 본부에 서류로 허락 받으면 갈 수 있어서 편하더라고요.

마음 같아선 다른 주에서 하는 컨퍼런스에도 가고 싶지만, 사실 교사 입장에서는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는 다른 주의 컨퍼런스를 갈 이유가 별로 없기도 해요. 미국은 정말로 주마다 가르치는 교육과정도 많이 다르고 포커스가 달라서일 거예요. 그래도 미국과 캐나다를 통털어 가장 잘 알려준 수학교육자Dan Myers가 온다면 꼭 가 보고 싶어요.

이 외에도 리치몬드에는 4개 정도의 큰 교육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만든 Math, Science andInnovation Center 가 있어요. 폐교가 된 학교에 본부를 두고 교사 연수 및 학생들 교육을 하거든요. 1년 내내 컨소시엄에 가입된 카운티의 교사를 위한 무료 연수가 진행되는데, 연수 내용이 수준급이에요. 대부분이 가입된 컨소시엄의 교육구에서 장기간 일을 한 뒤에 살아 있는 수학과 과학, 그리고 그 둘의 통합교육을 위해 일년 내내 교재 연구를 하는 샘들이 많이 있거든요. 그리고 학생들이 부모와 함께 갈 수 있는 다양한 체험 및 탐구 학습이 주말에 자주 있고요, 주중에는 학교별로 인원수를 정해 초청해 Student Conference도 하고요, 잘 계발된 수업은 교사가 초청하면 학교로 와 직접 수업을 해 주기도 한답니다.

작년에 평행선Parallel Lines 을 만든 선생님을 초청해서 제 학생들과 수업을 하기도 했거든요. 중학교 과정에선 다양하고 눈높이에 맞는 수업들이 많은데, 고등학교 수업은 자칫 학생들 수준보다 어렵게 흘러가기 쉬워서 수업활동 만드시는 선생님들이 많이 고민하고 센터 내 교사들을 대상으로 모의 수업해 보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베타 테스트를 거쳐 실제 교실 현장으로 내 보낸답니다. 올해 새로 만들어진 활동 중 하나가 "방탈출" 형식으로 분수 공부였는데, 나름 참신하여 중학교 샘들이 이번 가을에 초빙하고 싶다는 의사를 비치기도 하더라고요. 이 센터에서는 보통 8월에 적정기술, 컴퓨터, 농림수산업을 연결한 통합 활동 교사 연수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제가 한국에 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이 수업들을 도통 들을 시간이 나지 않고 있네요. 6월 말에 한국에 갔다가 8월전에 돌아오는 일정이면 가능하겠죠.

다음에는 고등학교 졸업요건을 알아보기 전에 8월 말 교사들만 일하는 주의 일정을 소개해 드릴게요.


태그:#미국수학교육, #미국, #수학, #교육, #교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