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장애인 이동권 보장 프로젝트 ‘한발짝’ 기금마련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 장애인 이동권 보장 프로젝트 ‘한발짝’ 1 장애인 이동권 보장 프로젝트 ‘한발짝’ 기금마련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 강장공장

관련사진보기


"거리에 있는 흔한, 겨우 5cm밖에 되지 않는 길거리 '턱'이 누군가에겐 벼랑과도 같은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혹시 알고 있냐"고 누군가 질문한다. 비장애인들은 전혀 고민해보지 못했을 그런 질문을 던짐으로써 시작된 장애인 이동권 보장 프로젝트 '한발짝'이 경기도 안산에 살고 있는 청년을 통해 시작되고 있다.

그 프로젝트의 시작으로 간이 경사로 설치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한발짝' 공연이 지난 8월 5일 오후 7시 안산시 단원구 중앙동에 위치한 플레이그라운드에서 열렸다. 이 프로젝트를 주최한 김민석씨가 소속된 그루잠을 비롯해 어그먼트, 주노x강세화, 가녕x정태영 등 음악 하는 청년들이 공연으로 뜻을 함께 했다.

'한발짝'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김민석씨(25)는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에 위치한 '안산시장애인주간보호시설'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인 청년이다. 김씨는 원래 장애인 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던 터에 장애인 시설에서 일하게 되며 이런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었다고 한다.

김씨는 "시설을 이용하는 이용인들과 함께 산책을 나가는데 휠체어를 이용해 어딜 다니기가 너무 불편했다. 당사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지금 대한민국의 장애인 이동권이 전혀 보장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고, 이는 참 잘못된 것 같다고 느꼈다"라며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이어 "딱 한발 짝 내딛기만 하면 되는 그 턱이 휠체어를 타고 있는 장애인에겐 너무나도 높은 장벽으로 다가온다. 비장애인들에겐 생소할 수 있는 이 현실에 밥을 먹기 위해 식당을 가거나, 관공서에 갈 때, 심지어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에 들어설 때도 장애인들은 그 턱을 만나 발걸음을 돌린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저상버스는 5대 중 1대, 시외버스는 꿈도 못 꾼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 프로젝트 ‘한발짝’ 기금마련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 장애인 이동권 보장 프로젝트 ‘한발짝’ 2 장애인 이동권 보장 프로젝트 ‘한발짝’ 기금마련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 강장공장

관련사진보기


실제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그 동안 정부의 제도적인 움직임은 매우 소극적이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편의증진법을 지속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하지만 '교통'에 있어서 장애인 이동권의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대중교통의 대표적인 버스를 예로 들면 장애인들에게 그나마 용이한 저상버스는 여전히 5대 중 1대에 불과하다. 특히 시외버스에서는 저상버스를 찾아보기 힘든 실정으로 장애인들은 시외버스 이용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다.

'한발짝' 프로젝트에서 이야기하는 길거리 '턱'에 대해 현재 관련한 법령에 따르면 90평 이하의 사업장은 이동의 편의를 돕는 경사로 설치를 할 의무가 없다. 게다가 사업장의 주인이 선의의 마음으로 설치한 경사로마저 통행에 방해한다며 시에서 철거해가는 상황이라고 한다.

시에 민원을 넣는 등 행정적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해 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김씨는 "민원을 넣는 것을 옆에서 지켜본 적이 있는데 행정은 소수 장애인들의 이동권보다 두 다리로 걸어 다닐 수 있는 다수 보행자들의 통행을 우선시하는 것 같다. 아직 사회적 합의가 덜 됐다고들 하는데 언제까지 사회적 합의를 기다리고만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장애인들은 지금도 여전히 이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거리에 나오는 것이 불편한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가", "그래서 우리가 한다. 인권에 나중은 없으니까"라며 이 프로젝트를 직접 추진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한발짝' 프로젝트는 공연을 통해 기금을 마련하고, 그 기금으로 시설변경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는 '이동식(간이) 경사로'를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 일대에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이동식 경사로 하나를 설치하는 비용은 대략 5만 원 안팎인데 이 프로젝트를 주관하고 있는 김씨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부터 시작해서 점차 넓혀갈 생각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김씨는 "한발짝이라는 이름을 지었던 이유는 비장애인도 장애인도 서로 한발짝씩 나아가서 거리에서 만나면 좋겠다는 의미다"라며 "우리 프로젝트를 모방하고 그대로 따라 해도 좋으니 다른 지역에서도 이 프로젝트가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그:#장애인, #이동권, #한발짝, #안산, #청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경기도 안산에서 직장다니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속에서 시민들과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습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당신의 노동은 안녕한가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