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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에게는 '분노'와 '눈물'의 책이었다.
▲ 선물받은 두 권의 책 필자에게는 '분노'와 '눈물'의 책이었다.
ⓒ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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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인 두 분으로부터 같은 장소에서 한 권씩 두 권의 책을 선물 받았다. '눈물'과 '분노'가 섞여 단숨에 읽었다. 두 권 모두 최근에 나온 따끈한 책이어서 또 빨리 읽혀졌다.

한 권은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출신인 시인 이학영 국회의원이 아들을 보낸 '슬픔의 기록' 이어서 눈물로 읽었다. 이 책은 여수YMCA 이상훈 사무총장께서 건네주었다.

지난해 6월. 이학영 의원의 페이스북에 "제 아이가 갔습니다. 상상도 못할 일을 당했습니다. 대신 죽어 돌아오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문자가 올라오고, 이어 지역방송에서도 보도가 나왔다.

전남 무안에서 발생한 경비행기 추락사고 사망자 3명 가운데 한 명이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의 아들이어서, 당시 그를 아는 모두를 슬프게 만든 적이 있다. 그로부터 1년 지났다.

서른살 아들을 보내고 1년을 어떻게 살아왔을까?

"전쟁도 아닌데/ 하늘에서 미사일이 떨어진 것도 아닌데/ 이 맑은 하늘 아래/ 너는 어디로 사라졌단 말이냐"('어쩌다가').

시인이어서 이렇게 시로 1년간 아들을 그리워 하였으리라. 지금도. 아들 하나로를 보내고 이런 시를 76편 실었다. 그래서 책 제목도 '이하나로 추모시집'이란 부제에 <그리운 하나로>(문학들 간)이다. 이 시인의 추모시 외에도 아들을 기억하는 지인들의 회고와 추모글, 아버지와 아들이 나눈 이메일, 이하나로의 삶을 사진과 함께 담아내 '이하나로 약전'을 부록으로 추가했다.

또 다른 한 권은 '5·18 마지막 수배자'인 고 윤한봉의 삶을 다룬 평전 <윤한봉>이다. 이 책은 80년대 당시 1급수배자인 윤한봉의 미국망명을 도와준 최동현 형이 전해주었다. 최동현은 여수에 거주하며 현재는 여수산단 협력업체와 돌산에서 식당을 경영하고 있다.

서슬 퍼런 1980년 말. 광주의 운동 지도부는 1급 수배자인 '윤한봉 망명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방법은 밀항이다. 그 중심에 마도로스 청년 최동현이 있었다. 목포해양대 출신의 항해사인 최동현은 항쟁 전날 5월 17일 광주에 들렀다가 열흘간 모든 참상을 목격한 바 있어, 광주 민주화운동 지도부의 '밀항'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미국행 정기화물선 일자리를 일부러 삼미사 소속 '표범호'로 선택한 최동현은 2등 항해사임에도 급수가 낮은 3등 항해사 자리로 지원해 윤한봉의 밀항을 도왔다.

책에는 수개월 간 여러사람들 노력과 준비로 '밀항'이 계획되고 추진되는 과정, 사정으로 배가 예상과 달리 추가 기항지를 들르면서 미국 현지와도 연결이 어긋나는 등 아슬아슬한 순간들이 상세히 펼쳐진다.

그 배에는 마침 노무현 정부 청와대 인사수석이었던 정찬용씨의 동생 정찬대씨가 있어, 최동현은 혼자가 아닌 동료 정찬대와 함께 윤한봉을 보호하는 미국 밀항 과정이 잘 서술돼 있다.

전라도에서는 전통화장실의 똥물을 '합수'라고 하는데, 사회의 밑거름이 되어야한다며 그는 스스로 호를 '합수'라 했다.
▲ 생전의 운한봉 전라도에서는 전통화장실의 똥물을 '합수'라고 하는데, 사회의 밑거름이 되어야한다며 그는 스스로 호를 '합수'라 했다.
ⓒ 윤한봉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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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난 6월 고 윤한봉(1947~2007) 선생 타계 10돌 추모문화제와 평전 헌정식이 열려, 국립5·18민주묘지 그의 묘소에 헌정됐다. 당시 밀항을 도와준 최동현 형으로부터 받은 이 책은 노동운동가이자 소설 <파업>으로 전태일문학상을 받은 안재성(57) 작가가 집필했다. 창비에서 펴냈다.

저자와 주인공의 약력을 보니, 이학영과 윤한봉은 함께 전남대학교를 다녔고, 함께 재학중이던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투옥된 분들이다. 그러고도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추가로 더 감옥 생활을 한 분들이다.

이런 인연은 이 의원 아들 하나로에게도 연결이 됐다. 하나로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윤한봉의 안내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청연(미국에서 고국의 반독재 운동을 하던 청년 단체)'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프로그램에 참가해 엄마와 함께 미국 전역을 돌아보기도 했다.

거의 동시대를 산 필자는 책을 읽으면서 이 두 분의 삶을 반추하며 많은 부채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게재합니다.



그리운 하나로 - 이하나로 추모시집

이학영 지음, 문학들(2017)


윤한봉 - 5·18민주화운동 마지막 수배자

안재성 지음, 창비(2017)


태그:#윤한봉, #이 하나로, #이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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