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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쓰는 기자? 어라, 제가 바로 서평 쓰는 기자네요. 책을 좋아하고, 또 제 직무상 책을 읽지 않으면 안 되기에 읽고 씁니다. 뭐, 책 안 읽고도 넉넉히 해내는 이들도 있긴 하지만 저는 워낙 든 게 없어서 책 안 읽고는 안 되겠더라고요.

제가 뭐 하는 사람이냐고요? 독자들께서 그리 궁금해 하신다면... 제 종교나 직분을 싫어하시는 안티님들에겐 그리 달가운 단어가 아닐 수도 있지만 목사랍니다. 좋지 않은 일로 매스컴 타는 일을 안 하려고 책을 통해 열심히 도를 닦는(?) 사람이죠.

[책의 선택] 가리지 않습니다

일단 책이 제 손 안에 들어오면 이렇게 영역 표시를 합니다. 세 권 모두 위부터 서명, 읽기 시작한 날, 출처이고요. 왼쪽부터 출처가 오마이뉴스, 나무야 출판사, 돈 주고 구입한 책이랍니다.
 일단 책이 제 손 안에 들어오면 이렇게 영역 표시를 합니다. 세 권 모두 위부터 서명, 읽기 시작한 날, 출처이고요. 왼쪽부터 출처가 오마이뉴스, 나무야 출판사, 돈 주고 구입한 책이랍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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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쓰는 기자는 책 읽는 방법이 다를까요? 글쎄요. 다르다면 다르고 아니라면 아니고. 하지만 나름대로 제 책 읽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 얘길 좀 해보려고 합니다. 우선 골고루 먹습니다. 제 먹성이나 책 읽는 취향이나 같습니다. 못 먹는 음식이 없거든요. 건강을 위해 가려 먹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기독교인이니 기독교 서적을 읽겠지 생각하신다면 오산입니다. 물론 기독교 서적도 읽습니다. 종교서적도 읽고요. 하지만 책의 내용이나 주제에 그리 얽매이는 편은 아닙니다. 먹거리야 잘못 먹으면 건강에 해로우니 골라먹습니다. 하지만 책은 그리 까다롭게 가리지 않는 편입니다.

왜 책도 잘못 읽으면 정신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말씀하실 분도 계실 겁니다. 그러나 저는 그 의견에 동조하고픈 마음이 없답니다. 해로운 책(그런 책이 있기는 합니다)도 곱씹고 헤아리면 도움을 줄 때가 있답니다. 책을 읽는다고 저자의 생각에 모두 동조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릴 수 있는 게 책 읽기입니다. 음식을 아무거나 먹는 것하고는 차원이 다르죠. 이 방법을 모든 분들에게 추천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다만 저는 그렇다는 겁니다. 목사이지만 불교서적이나 승려들이 쓴 책도 열심히 읽는답니다. 이슬람이나 팔레스타인 사람이 저자인 책도 섭렵하고요.

한마디로 책 읽기에는 낯가림을 하지 않죠. 한 가지, 시간의 가성비를 따지기는 합니다. 너무 두꺼운 책은 가릴 때가 있습니다. 별 내용도 아니면서 두꺼운 책들이 좀 있거든요. 몇 번 무엇인가 있으니까 두껍겠지 했다가 실망하고는 두꺼운 책은 좀 꺼리는 습관이 생기긴 했습니다. 그렇다고 두꺼운 책은 무조건 기피하지는 않습니다. 두꺼운 책 중에 백미는 성서잖아요. 이 책은 아주 좋아합니다.

어떤 이는 만화를 좋아한다, 연애소설을 좋아한다, 역사책을 좋아한다, 시를 좋아한다, 에세이를 좋아한다, 인문서적에 심취했다 하는데 저는 그리 딱히 좋아하는 책도 싫어하는 책도 없습니다. 하지만 책 읽기가 가장 좋은 취미이니 모든 책을 다 좋아한다는 말이 맞겠죠.

[책 읽기] 표식을 합니다

책을 읽을 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연필로 밑줄을 긋습니다. 동시에 책장 윗부분을 접습니다. 서평을 쓰는데 이용한 후 접힌 책장은 폅니다.
 책을 읽을 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연필로 밑줄을 긋습니다. 동시에 책장 윗부분을 접습니다. 서평을 쓰는데 이용한 후 접힌 책장은 폅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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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책이 제 손 안에 들어오면 표식을 합니다. 동물들의 영역 표시 같은 거지요. 겉표지 다음에 든 속표지 즉 책제목이 있는 페이지에 이름과 읽기 시작한 날짜(대부분은 하루에 읽기가 끝나긴 합니다만) 그리고 어디로부터 제 손 안에 들어 온 책인지 출처를 기록합니다. 돈을 지불한 책에는 출처 표식은 안 하고요.

그런 후에 본격적인 독서가 시작됩니다. 표식을 안 하고 읽은 책은 없습니다. 이는 저만이 가진 일종의 제의식이죠. 책에 대한 예의이고, 저자에 대한 예의이며, 출판사와 기증한 분에 대한 예의쯤 되는 의식이죠. 이렇게 해 놓아야 책을 중고서점에 넘기려는 유혹에서 벗어납니다.

책을 중고로 팔거나 사는 게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새 책 한 권을 사서 읽는 게 읽는 분도 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저자들도 신이 나고요. 출판 산업도 살아나겠지요. 너무 나갔나요? 하여튼 중고서적을 사는 것도, 중고서적을 파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냥 개인의 취향일 뿐입니다. 표식을 하는 의식은 이런 저의 옹고집을 흐트러지지 않게 만들죠.

그리고 쏜살같이 읽습니다. 책을 오래 두고 읽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거의 모든 책을 하루에 다 섭렵하는 편입니다. 읽을 때 놓치기 싫은 대목은 밑줄을 긋습니다. 아주 평범하죠. 책 읽는 사람이라면 다 그러지 않나요. 다음이 다릅니다. 접습니다. 책장의 위쪽 끝을. 모든 밑줄 그은 문단이 든 책장을 접습니다.

밑줄 긋기는 괄호로 대체되거나 둘 다 하기도 합니다. 어떤 건 밑줄을 긋고 어떤 건 괄호로 묶느냐고요? 그건 순전히 제 맘입니다. 밑줄 긋기와 괄호를 동시에 한 건 좀 더 중요한 부분이고요. 전 연필을 사용합니다.

볼펜이나 색연필, 사인펜 대신 연필을 사용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연필로 선을 그으면 책이 덜 망가지죠. 너무 흐릿하다고 하실지 모르지만 책장을 접는 것과 함께 하기 때문에 흐릿하여 중요한 부분을 못 찾는 경우는 없답니다.

또 다른 이유는 덤인데 연필을 깎으며 나는 향이 너무 좋습니다. 볼펜이나 색연필에서는 도저히 맡을 수 없는 향이죠. 연필심이 다 닳으면 얼마나 열심히 그리고 많이 읽었는지 확인이 되는 것 같아 자아도취라는 만족감도 같이 얻고요. 대강 세 권에서 다섯 권쯤 읽고 나면 연필을 다시 깎게 되죠.

[서평 쓰기] 되새기기를 합니다

위는 책을 읽으며 중요한 문단이 있는 책장을 접은 모양입니다. 아래는 다 읽고 책꽂이에 꽂혔던 책입니다. 접혔던 부분은 흔적이 사라졌습니다.
 위는 책을 읽으며 중요한 문단이 있는 책장을 접은 모양입니다. 아래는 다 읽고 책꽂이에 꽂혔던 책입니다. 접혔던 부분은 흔적이 사라졌습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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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는 서평을 씁니다. 그러기 전에 서평을 쓸 책인지 아닌지 구별합니다. 이 부분은 절대적으로 제 맘대로 정합니다. 이때 어느 매체에 올릴 것인지도 결정합니다. 기독교 매체에 올릴 것인지, <오마이뉴스>에 올릴 것인지, 둘 다 올릴 것인지 구별하죠. 한 책을 각기 다른 각도로 서평을 써 따로 올릴 때도 있습니다. 독자에 따라 서평의 시각이 달라집니다.

책을 중간 부분까지 읽었을 때 서평감인지 아닌지가 판결날 때가 많습니다. 서평감일 때는 밑줄 긋기와 책장 접기가 계속 꼼꼼하게 이뤄지고, 서평감이 아니라고 판단된 책은 책장 접기는 그만두고 밑줄 긋기만 합니다.

제게 있어 서평 쓰기는 책 되새김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접힌 책장과 밑줄 그은 문장을 다시 한 번 되새김질하는 거죠. 되새김질은 책의 서평을 쓰기 위해 다시 한 번 검토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때 접었던 부분이 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용하지 않거나 서평에서 언급하지 않을 부분을 골라내는 것이죠.

인용하지 않더라도 서평에서 언급할 부분이 있으면 접은 책장을 그대로 둡니다. 하지만 인용도 언급도 안 할 부분은 접은 책장을 폅니다. 중요한 부분이라고 서평에서 다 인용하거나 언급하는 건 아니니까요. 서평을 어떤 방향으로 쓸 것인지에 따라 접혔던 책장이 이용되지 않고 펴지는 거죠.

여전히 밑줄 그은 부분은 남아 있으니 내용의 중요성에 있어서는 변함이 없어 후에 책을 펴들었을 때 중요한 내용을 인지하는 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서평에서 인용하거나 내용을 간추려 사용한 부분은 즉각 책장을 폅니다. 다 썼을 때는 모든 책장이 펴져 있습니다. 그 상태로 책꽂이에 꽂는답니다. 한 달쯤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접힌 상처는 말끔히 사라진답니다.

별것도 아닌데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 같아 죄송합니다. 책이 좋아(혹은 읽지 않을 수 없어) 책을 읽고, 기억하려고 서평을 쓴 게 어느새 서평 쓰는 기자가 되었네요. 워낙 기억력이 모자라는지라 책을 읽고 요약을 하던 습관이 발전하여 서평을 쓰고 있습니다. 혹 독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면 참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김학현 기자는 책 읽기를 좋아하며 읽은 책을 서평하는 목사입니다. [책 뒤안길]을 계속 쓰고 있습니다.



태그:#서평 쓰는 기자, #독서법, #책 읽기 노하우,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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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행복이라 믿는 하루가 또 찾아왔습니다. 하루하루를 행복으로 엮으며 짓는 삶을 그분과 함께 꿈꿉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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