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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 경남건립추진위원회'가 25일 경남도청 브리핑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피해자의 아들인 김수웅씨가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 경남건립추진위원회'가 25일 경남도청 브리핑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피해자의 아들인 김수웅씨가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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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징용 노동자(김규철)의 후손인 김수웅(73)씨가 25일 오전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 경남건립추진위원회 결성 총회'에 참석해 아버지의 징용 증거 자료를 들어보이고 있다.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김규철)의 후손인 김수웅(73)씨가 25일 오전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 경남건립추진위원회 결성 총회'에 참석해 아버지의 징용 증거 자료를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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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도 하지 못한 일을 양대노총이 해주어 고맙다. 이제는 눈을 감아도 여한이 없을 것 같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인 아버지(김규철)을 둔 김수웅(73, 거창)씨가 한 말이다. 김씨는 25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열린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 경남건립추진위 결성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혔다.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은 한국노총·민주노총 경남본부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오전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결성 총회'를 열어, 김영만 상임대표를 선출했다.

부산에 살았던 김수웅씨 아버지는 1994년 11월 사할린으로 강제징용되었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김씨는 어머니 뱃속에 5~6개월 정도 되었을 때 일로, 그는 해방되던 해인 1945년 4월 15일 '유복자'로 태어났다.

김씨는 "저는 어머니 뱃속에 5~6개월 정도 됐을 때 아버지가 징용으로 끌려가셨다. 어머니 말에 의하면, 당시 아버지는 2년 정도 있다가 돌아올 테니 아기 잘 낳아서 살고 있으라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는 가시면서 사내 아이를 낳으면 '수웅'이라 짓고 여자아이를 낳으면 다른 이름을 지으라고 했다고 한다"며 "그런데 아버지는 2년이 지나도, 73년이 지나도 돌아오시지 않고 있다"고 했다.

노무현정부 때 사할린에서 열린 '강제징용자 위령행사'에 참여했던 그는 "10여년 전 노무현 대통령 때였다. 사할린에 가서 후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며 "당시 일본은 패망했지만 배가 와서 일본사람들을 태워서 갔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한반도에서 간 징용자들을 태우러 오는 배는 없었고, 당시 우리 선조들은 사할린 항구에 나가 배가 오기를 기다렸다고 한다"며 "거기서 기다리다 굶어서 죽은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만큼 피해자가 많았던 것"이라 덧붙였다.

10여년 전 사할린에 갔던 김수웅씨는 '아버지'를 부르며 울었다고 했다. 그는 "그곳에 초라한 위령탑이 세워져 있었고, 당시 참가자들은 상복을 입고 절을 하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저는 그동안 아버지가 계시지 않아 한번도 아버지라 불러보지도 못했다. 환갑이 지나서 갔던 그 곳에서 아버지를 소리 높여 실컷 불렀다"고 덧붙였다.

김수웅씨는 "이번에 양대노총에서 큰 행사를 해주니 무어라 고마움을 표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노동자상 건립이 잘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고,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김수웅씨는 아버지가 사할린에 갔을 때 받은 '증명원' 원본을 가져와 보여주기도 했다.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겠다"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 경남건립추진위원회'는 25일 경남도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 경남건립추진위원회'는 25일 경남도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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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 경남건립추진위'는 "일제 식민지배 역사를 기억하겠다.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겠다. 역사청산을 이루겠다.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으로 시작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일제 강제징용은 살아 있는 고통의 역사"라며 "아픔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고통과 희생 당한 분들의 넋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자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우리 지역에 건립한다"고 했다.

이들은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들은 강제징용을 인정해야 한다. 사죄하고 배상해야 한다"며 "식민지배와 전쟁 같은 역사적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두지 않는 것이 상식이며 정의다"고 했다.

기자회견에서 김성찬 한국노총 경남본부 사무처장은 "노동자상을 세워 선배 노동자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고자 한다"고,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노동자상 건립은 우리 역사를 올바르게 세우고, 우리 미래를 재조명하기 위한 것"이라 말했다.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은 창원에 건립될 예정이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조합원 성금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경남건립추진위는 창원시에 장소 제공을 요구해 놓고 있으며, 오는 10월 건립할 계획이다.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 경남건립추진위원회'는 25일 오전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결성 총회'를 열었다.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 경남건립추진위원회'는 25일 오전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결성 총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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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 #한국노총,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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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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