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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은행은 "차세대 소비자금융 전략"에 따라 오는 10월까지 총 126개 지점 중 101개 지점을 폐쇄하고, 이를 25개 지점으로 통합할 예정이다. 그 첫 단계로 지난 7일 서울, 경기 구리 등 5곳을 문 닫으며 폐쇄를 시작했다. 충청․영남․제주는 완전히 폐쇄하고, 지난 3일, 2억 원 이상을 예금하는 부자 고객을 상대로 하는 '서울센터'를 개설했다. 

씨티은행의 향후 25개 점포 운영 계획은, 수도권에 9개, 지방에는 2개의 센터만 두고, 단순 입출금 등의 업무만 가능한 서비스지점 14개만 운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여론의 반발을 의식했는지 최근 씨티은행은 노조와 "애초 폐쇄하기로 한 점포 대상을 101개에서 90개로 축소하고, 제주·경남·울산·충북에 지점을 유지 등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4일, 국회도서관 대회의실에서 “은행업 인가,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은행법 개정 정책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지난 7월 4일, 국회도서관 대회의실에서 “은행업 인가,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은행법 개정 정책토론회가 개최되었다.
ⓒ 김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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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금융 포기하는 씨티은행

씨티은행은 "대부분의 은행 거래가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고객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어불성설이다. 씨티은행의 영업점 통․폐합 계획을 분석해 보면 한마디로 강남의 고액의 부자들에게 서비스를 집중하고, 나머지는 최소한으로 유지하거나 노골적으로 배제하는 차별화 전략이다. 겉으로는 비대면 거래를 중시하는 인터넷 전문은행 모양새를 띄면서, 속으로는 부자들만 오프라인에서 환영하겠다는 것이다.

씨티은행의 대규모 지점 폐쇄는 첫째, 서민고객 차별이다. 6월부터 영업장을 이용하는 신규고객은 통장 잔액이 1천만 원 미만일 경우 한 달에 5천 원의 계좌유지수수료를 부과한다. 또한, 5천만 원 미만 고객에게 면제했던 각종 이용 수수료를 부활하여 부과토록 변경하고, 서민 금융상품인 전세자금 대출은 일방적으로 중단한다.

둘째, 지역고객 차별이다. 노사 합의에 따라 완전히 폐쇄하는 지역은 없지만, 그런데도 지역 고객의 불편은 여전하다. 폐쇄되는 지역의 고객들은 그동안 씨티은행을 주거래 은행 삼아 금융 거래를 집중하는 방식으로 쌓아온 각종 신용자산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이는 지역 은행이용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것이다.

셋째, 장애인과 고령층 고객의 차별이다. 중증장애인에게 은행 모바일 앱의 접근은 어렵고, 고령층 금융이용자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은행 모바일 앱 이용자에 대한 금융 접근성 차별이다. 씨티은행의 전략은 이윤 극대화를 위해 보편적 서비스를 포기하고, 고객을 차별하는 것으로 금융 공공성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7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정책질의 답변서에서 "씨티은행 점포 폐쇄는 은행법에 위반되는 사항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다만 "점포 통·폐합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거나 은행의 경영 안정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인사청문회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해야 하면서 "금융소비자 전담기구를 포함해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한 없다고 손 놓고 있는 금융위

금융위는 지금까지 "지점폐쇄가 은행법상 인가 요건 위배라고 보기도 어려워 직접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씨티은행의 사업계획 변화가 내포한 문제점을 간과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씨티은행은 은행법 제8조의 인가요건에 명시된 '사업계획이 타당하고 건전할 것' 조항을 위반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씨티은행의 사업계획은 의도적으로 서민과 지방고객, 그리고 비대면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장애인과 고령의 은행 이용자를 차별하고 있다.

이런 사업계획이 어떻게 '타당하고 건전하다'는 것인가? 금융위는 이 점에 집중해야 한다. 그럴 경우 은행은 움찔할 수밖에 없다. 은행이 인가내용이나 인가조건을 위반하여 영업하는 것은 은행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것이다. 금융위는 은행법 제53조 제재규정에 따라서 6개월 이내의 기간 동안 영업을 전부 정지시킬 수도 있고, 최대 은행업의 인가 취소까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금융소비자보호국(CFPB)의 Hudson City Savings Bank의 지역 차별(redlining) 현황을 지도로 표시한 자료. 빨간색 영역인 흑인+히스패닉 지역에는 교묘하게도 지점이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금융소비자보호국(CFPB)의 Hudson City Savings Bank의 지역 차별(redlining) 현황을 지도로 표시한 자료. 빨간색 영역인 흑인+히스패닉 지역에는 교묘하게도 지점이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 김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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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금융거래에 있어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시 특정 지역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인종, 성별, 결혼 여부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2015년 9월 미국 금융소비자보호국과 법무성이 뉴욕 주 및 뉴저지 주를 중심으로 영업하는 허드슨 저축은행의 지역 차별에 대해 고발하였는데, 이후 허드슨 저축은행은 그동안 고의로 외면해 왔던 지역에 지점 2개 신설 등 시정 조치에 합의했다. 막대한 규모의 과징금을 납부한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하지만 우리 금융위는 고객 차별로 인한 불건전한 사업계획에 대한 판단을 애써 외면하고, 오직 비대면 서비스의 수요 확대 추세만 강조하고 있다. 금융위가 이번 '씨티은행 사태'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면, 앞으로 이런 추세가 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등 시중은행으로 확대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고객이 은행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이 고객을 고르게 된다. 보편적인 금융은 없어지고, 차별로 인해 은행의 공공성은 사라진다.

금융위, '대량 지점폐쇄'에 적극 개입해야

이학영 의원이 금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은행 고객 중 인터넷뱅킹을 사용하지 않는 고객 비율은 30~37%에 달한다. 2016년 말 현재 씨티은행 고객 323만 명 중 68만 명 21%가 인터넷뱅킹 미사용 고객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터넷뱅킹 미사용 고객의 금융소외층 전락이 우려된다.

현재 금융위가 금융소비자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은 마치 '피해 발생주의'를 방불케 한다. "도둑이 도둑질해서 털린 집이 통곡할 때까지 기다리는 꼴"이다. 피해 발생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씨티은행의 노사 합의에 따라 노조의 반발은 무마할 수 있겠지만, 여전히 대량지점의 폐쇄로 인한 고객차별과 피해는 예상된다. 씨티은행이 고수익을 위해 키코(KIKO-중소기업이 극히 제한된 기대이익을 대가로 무제한의 위험에 처하게 된 파생금융 상품)를 가장 많이 판매한 전력도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공약하였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취임사에서 "많은 국민에게 평등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시장 질서를 공정하게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지금 당장 금융위는 대통령의 공약인 금융소비자 보호와 신임 위원장의 '평등한 서비스'를 위해 즉각 나서야 한다. 그리고 씨티은행의 은행업 인가요건 위반 가능성과 자명하게 예상되는 각종 차별과 고객의 권익침해 가능성을 조사해야 한다.

신임 금융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의 길목에서 금융소비자를 위한 보호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전국 규모 은행은 지방의 지점을 완전히 폐쇄할 수 없도록 필수 지점 의무조항을 두거나, 대규모 지점 폐쇄는 금융위에 승인을 받도록 은행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금융서비스 이용의 기회 균등 보장과 차별 금지 등 금융소비자 보호법 제정도 시급하다.

덧붙이는 글 |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로 활동 중이고, 디지털타임스에 기고(요약)해 게시되었습니다.



태그:#씨티은행 지점폐쇄, #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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