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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 어린이날다 예술창작캠프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 어린이날다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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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다협동조합이 진행하는 어린이날다 예술창작캠프가 오는 8월 13일부터 15일까지 강원도 인제군 만해마을에서 열린다. 

만해마을은 만해 한용운 선생의 사상과 가치를 기리기 위해 설악산 백담사 밑에 조성된 곳으로, 매해 만해축전을 열어 그 설립정신을 되새기고 있다. 올해 축전행사 집중기간은 8월 11일부터 14일까지며 다양한 행사들이 준비됐다. 만해축전 참가단체인 어린이날다협동조합은 이번 캠프를 통해 만해 정신을 어린이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어느덧 만해축전에서만 3번째 캠프를 진행하는 어린이날다협동조합.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협동조합이 2011년 금산간디학교 예술창작캠프를 시작으로 보령, 포천, 무주 등에서 예술창작캠프를 진행한 경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3년 동안 협동조합이 만해축전과 소통하며 쌓은 두터운 신뢰와 참가 어린이들의 높은 만족도 때문이기도 하다(관련기사 : 여름캠프서 망치질, 톱질이 제일 인기, 진짜?).

설악산 밑 내린천 옆 만해마을에서 열리는 축제
▲ 2017 만해축전 설악산 밑 내린천 옆 만해마을에서 열리는 축제
ⓒ 동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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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어린이날다협동조합의 캠프에 참여했던 어린이들의 재참여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2학년 때 캠프에 참여했던 아이가 중학교 때까지 참여하는 경우도 꽤 많다. 이는 협동조합이 지향하는 가치가 부모님이 아닌 어린이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여름방학이 되면 부모들은 아이들을 영어캠프 등에 보내지만 그것은 아이들의 욕구이기보다 아이들을 그냥 놀릴 수 없는 불안한 부모의 욕구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

어린이날다협동조합은 아이들의 놀이와 자발성을 캠프 운영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한다. 그것이 현재 도심의 어린이들에게 가장 부족한 점이며, 어린이들의 창의성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놀이가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드넓은 자연에서 어린이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 그것이 어린이날다 예술창작캠프가 추구하는 상이다.

만해마을 옆 내린천
▲ 내린천에서 놀기 만해마을 옆 내린천
ⓒ 어린이날다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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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캠프의 키워드는 환경이다. 기존에는 목공을 바탕으로 아지트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면, 올해에는 환경과 예술을 접목할 예정이다. 어린이 필독 환경도서를 기반으로 시나리오를 만들고, 버려지는 리사이클 자재를 활용해 만든 작품을 공연으로 표현한다. 조별로 서로 다른 물성의 재료를 활용해 하나의 공연을 만들게 되고, 아이들은 그 속에서 협동과 소통의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이번 어린이날다 예술창작캠프는 기존과 매우 다르다. 연극분야와 관련해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와 함께 진행하는데, 이 자체가 새로운 도전이기 때문이다. 어린이날다협동조합이 처음으로 다른 협동조합과 협업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협동조합 간의 협동

"협동조합은 지역 및 전국단위, 그리고 인접국 간 및 국제적으로 함께 일함으로써 조합원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봉사하고 협동조합운동을 강화한다."

위 문구는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이 1995년 '협동조합 정체성에 대한 선언'에서 정한 협동조합의 7대 원칙 중 여섯 번째 원칙으로, '협동조합 간 협동'을 강조하는 말이다.

협동조합 간의 협동은 국제적으로도, 국내적으로도 권장하는 바이다. 일반 기업들이 협동하면 그것은 담합이지만, 협동조합 간 협동은 하나의 원칙이다. 협동조합 자체가 자본주의 폐해를 막기 위해 '공동체적 호혜성'과 '도덕경제'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이는 2012년 제정된 협동조합기본법에도 분명히 명시돼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당위성과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협동조합 간 협동이 절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1922년 협동조합법이 독점규제법에서 완벽하게 적용 제외되자 선키스트나 웰치스 등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협동조합 붐이 일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협동조합 간의 협동이 애초에 명시됐는데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우리의 협동조합 역사가 짧은 탓에 다른 협동조합과 협업할 수 있을 만큼 제대로 운영되는 협동조합이 드문 것도 하나의 이유겠지만, 그동안 각자도생만 강조하던 사회 분위기 탓도 크다. 기업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협동 자체가 어려운 만큼 협동조합 간의 협동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협동의 힘
▲ 우리들의 작품 협동의 힘
ⓒ 어린이날다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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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도 협동조합 간 협동은 협동조합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이야기되지만 실제 이루어지는 협동조합 간의 협동은 매우 미미하다. 생협 등과 같은 대규모 협동조합이 이제 막 설립된 신생 협동조합을 일방적으로 도와주거나, 공모사업을 위해 협동조합 간의 협동이 문서로만 존재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따라서 이번 어린이날다협동조합과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의 협업은 눈여겨볼 만한 사례이다. 물론 아직 두 협동조합 모두 걸음마 단계의 조직이지만 한 번 각인된 협업의 경험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며, 이는 추후 협동조합 발전에 좋은 토양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두 협동조합의 상상력은 배가 될 것이며, 다른 협동조합들 역시 이 사례를 보며 협동조합 간 협동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될 것이다.

부디 두 협동조합이 이번 예술창작캠프를 통해 더 성장하고, 혁신하길 바란다. 어차피 대자본에 맞서 설립된 작은 협동조합이 생존하는 방법은 연대와 협력뿐이다. 협동조합 간의 협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그래서 협동조합의 전체 규모가 커진다면 우리 사회의 경제민주화 역시 앞당겨질 것이다.

아직 아이의 여름방학 계획을 세우지 못한 부모라면, 만해마을 어린이날다 예술창작캠프를 추천해본다.

드넓은 자연 속에서
▲ 만해마을 전경 드넓은 자연 속에서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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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어린이날다협동조합, #사회적경제, #만해축전, #만해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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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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