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중·고등학교 <역사> 국정교과서 편찬 심의과정에 복무한 현직 중학교 교감이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라는 공약을 내걸고 고등학교 교장 공모에 응모해 합격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교과서 국정화는 획일화와 복면 집필로 문재인 정부가 전격 폐기한 박근혜 정부의 대표 교과서 정책이었다.

획일화 교과서 편찬 심의한 김 교감, 계획서에는 '다양성 추구'?

김 아무개 교감이 충북 음성의 A고에 접수한 교장응모 문서.
 김 아무개 교감이 충북 음성의 A고에 접수한 교장응모 문서.
ⓒ 윤근혁

관련사진보기


17일, 충북교육청 등에 따르면 음성 A고 교장공모심의위는 공모 교장으로 단독 응모한 김 아무개 교감(○○중)을 뽑아 교육청에 추천했다. 충북교육청 교장공모심사위도 김 교감에 대한 2차 심사를 마치고 김병우 교육감의 결재를 앞두고 있다. 최종 합격할 경우 김 교감은 오는 9월 1일부터 4년간 A고에서 교장으로 근무하게 된다.

하지만 김 교감은 국정교과서 편찬심의위원으로 참여한 인물이라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교육부가 발표한 명단을 보면 김 교감은 편찬심의위원으로 참여한 전국 중등학교 교원 4명 가운데 한 명이다. 나머지 8명의 인사들 가운데 상당수도 역사왜곡에 앞장서온 뉴라이트 학자들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편찬심의위원은 집필된 국정교과서의 내용을 점검하고 심의, 수정하는 일을 해왔다.

김 교감은 A고에 낸 교장응모 자기소개서에서 자신의 국정교과서 참여 전력을 빼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A4 용지 두 장 분량의 소개서에 대학 재학 시절 활동까지 적었지만 지난 해 국정교과서 편찬심의위원 참여 경력은 적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A고에 낸 '학교경영계획서'에서 '행복한 학교 변화' 약속 항목에 "학생의 과목 선택권 보장과 교육과정 다양화"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는 자신이 관여했던 국정교과서의 학생 선택권 봉쇄, 교과서 획일화와 상반된 내용이다.

국정교과서에 반대해온 전국역사교사모임 소속의 한 교사는 "'학생의 선택권 보장'을 약속하며 교장이 되겠다는 분이 바로 획일화된 교과서 편찬심의에 참여한 당사자라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라면서 "국정교과서에 반대해온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를 대표하는 공모 교장으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충북 지역에서 국정교과서에 반대해온 한 교육계 인사도 "적폐 청산의 대상자가 보란 듯이 공모 교장에 합격한다면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사회의 회복은 요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교감 "좌우 편향 없이 올바르게 만들려고 한 것, 문제 안 돼"

이에 대해 김 교감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이번의 국정교과서의 경우 교육부 관계자의 제안으로 응모 기간이 지난 뒤 늦게 응모서를 내 교과서 심의에 참여한 것"이라면서 "나는 특정 정권에 복무한 것이 아니라 상급 기관에서 만드는 교과서를 좌우 편향 없이 올바르게 내기 위해 양심껏 노력했을 뿐인데 이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지난 5일 김상곤 교육부장관은 취임사에서 "무엇을 위한 최선인지 되묻지 않는 최선은 늘 위험하다"라고 '영혼 없는 교육관리'들의 행태를 꼬집은 바 있다.

한편,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김 교감이 국정교과서 편찬심의에 참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공모 교장 합격 여부는 최종 인사권자인 교육감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17일 오후 6시 현재, 교육부에 김 교감에 대한 충북교육감의 공모교장 임명 요청은 진행되지 않았다.


태그:#국정교과서 전력 교장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