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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기사를 검토하고, 기획하고, 기사도 쓰는 오마이뉴스 책동네 전담 에디터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영화 <박열>에서 배우 최희서는 탁월한 연기력으로 가네코 후미코의 생애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영화 <박열>에서 배우 최희서는 탁월한 연기력으로 가네코 후미코의 생애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 메가박스㈜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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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박열> 개봉에 힘입은 바 크다. 가네코 후미코 자서전 이야기다. 영화에 대한 관심이 책으로도 이어진 걸까. 김경준 시민기자에 이어 조혜원 시민기자도 자서전 서평을 보내 왔다. 이들 서평만 봐도 책을 읽고 싶어지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서평 내용을 잠시 보자.

김경준 시민기자는 가네코 후미코의 옥중 수기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를 읽고 서평을 썼다. 김 기자는 이 책에 대해 '가네코 자신이 아나키스트가 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을 회상 형식으로 풀어냈다'고 적었다. 영화 속에서 가네코가 열심히 집필하는 원고가 바로 이 수기라면서.

이어 김 기자는 '이 책이 그 어떤 영웅의 서사시보다도 우리에게 많은 교훈과 희망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그의 수기에는 절망 속에서 희망을 피워내고 끝내 자신을 억압하는 모든 속박으로부터 해방을 꿈꾸었던 한 평범한, 그래서 더욱 위대한 삶의 여정이 담겼다'라고 평했다.

조혜원 시민기자는 영화 <박열>에서 가네코 후미코 역을 맡은 배우 최희서씨가 이 자서전을 읽고 문경에 있는 그의 무덤까지 찾아가 인사를 드렸다는 언론보도 내용을 보고 궁금했단다. 가네코 후미코가. 그리고 그의 옥중 수기 책 <나는 나>가. 그래서 읽고 썼다.

김 기자는 <나는 나> 서평에서 '일본 사람으로서 판사 앞에서 일본 천황을 기생충이라 당당히 말하는 가네코 후미코의 지나온 삶이 궁금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며 '무적자로 일본과 조선을 오가며 살아온 시간들이 그가 사회주의를, 반제국주의를, 아나키즘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런 가네코 후미코에게 그가 그토록 바라던 '마음이 있는 독자'가 자신임을 증명하고 싶었다면서.

그런데 이쯤에서 궁금했다. 그러고보니, '옥중 수기가 하나가 아니네?' 검색을 해봤다. 그랬다. 2012년 4월 이학사에서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가 출간됐고, 2012년 7월 산지니에서 <나는 나>가 출간됐다.

같은 해에 자서전 두 권이, 다른 출판에서 출간된 것이다. 어떻게 된 걸까?(영화 개봉 후인 7월 <독립운동사 박열을 사랑한 가네코 후미코의 불꽃수기>가 문화숲속예술샘에서 나오긴 했으나, 서평이 들어오지 않은 책이니 이 기사에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호기심이 발동했다. 출판사에 물었다.

가네코 후미코의 옥중수기, <나는 나>. 시릿하게 애달픈 마음을 맥주로 달래며 단숨에 읽었다.
 가네코 후미코의 옥중수기, <나는 나>. 시릿하게 애달픈 마음을 맥주로 달래며 단숨에 읽었다.
ⓒ 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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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출판사 산지니에 물었다. 마침 <나는 나> 담당 편집자인 권경옥씨와 바로 연결이 됐다.

"영화를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1926년 가네코 후미코가 원고를 넘기고 죽었어요. 몇 년 후 일본에서 자서전이 출간되었죠. 저자가 사망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저작권이 소멸되는데, 이 말은 곧 누구나 번역해서 출간할 수 있다는 말이에요. 우리 출판사의 경우, 2009년 서경식 선생님 책을 읽다가 가네코 후미코가 언급되어 있는 걸 보고 그에 대해 알게 됐어요. 그의 자서전이 있다는 걸 알고 기획해서 국내 번역을 역자 분에게 맡겼지요.

2012년 출간 시점이 거의 다 되어서야 이학사에서 먼저 출간한 것을 알게 되었지만요. 하여 당시 이 책을 출간해야 하나 안 해야 하나 고민을 했던 게 사실이에요. 그러나 우리도 번역을 한 게 있고 역자분도 자신감을 내비쳐서 책을 내게 됐어요. 이학사에서 나온 책은, 후미코가 쓴 원래의 자서전 제목을 그대로 사용했고, 우리는 후미코가 '나는 나대로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표현 <나는 나>로 제목을 바꿔 출간했어요. 그랬는데 책이 안 팔렸어요.(웃음) 1쇄에서 반 정도 팔고 남은 책들이 5년 동안 창고에서 쌓여 있었지요. 그러다 지난 6월 28일 영화 <박열>이 개봉하고 나서 관심이 높아져서 2쇄를 소진했고 3쇄를 준비 중이에요."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책 표지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책 표지
ⓒ 이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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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오후, 이번엔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출판사 이학사의 강동권 대표와 전화통화를 했다.

"이학사는 아나키즘 책만 10여 권을 냈습니다. 가네코 후미코가 아나키스트거든요.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니 그가 쓴 자서전도 중요하다고 봤어요. 그런데 번역이 안 되었더라고요. 1926년 가네코 후미코가 죽으면서 원서는 마무리 됐는데, 3년 후엔가 일본에서 자서전은 나왔거든요. 그때 (후미코가 살던 시대) 일본어는 문법적으로 완전히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라 지금 일본어로는 읽기가 힘들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번역이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오래 작업해서 2012년 책을 냈지요.

그때는 책이 거의 안 나갔어요. 그러다 올해 봄, 책이 없어서 재쇄를 소량 찍었습니다. 그게 지금 영화 <박열> 개봉 후에 거의 나가서 최근 다시 찍었습니다.(영화 개봉날로부터) 한 달 전쯤엔가 <박열> 개봉 소식을 들었고, 박열을 다루면 가네코 후미코가 언급이 되지 않을 수가 없어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습니다. 책은 가네코 후미코가 박열을 만나면서 끝나는데, 영화는 둘이 만나서 어울리는 내용이 나오더군요. 후미코가 이 자서전을 쓰는 대목도 나오고요. 출간한 지 좀 됐지만 이제라도 관심을 받게 되어 기쁩니다."

같은 해 다른 출판사에서 가네코 후미코의 자서전이 나온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시기가 겹친 건 우연의 일치였고, 공통점은 모두 '가네코 후미코'란 인물의 중요성에 주목했다는 것. 이들 책 모두 작가 사후 70년이 지나 저작권이 소멸돼 법적인 문제는 없다. 두 출판사 모두 공들여 번역한 책이 이제라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독자인 나로서도 반갑다.

영화를 보았든 보지 않았든 가네코 후미코가 궁금하다면, 가능한 두 권 다 읽어보길 바란다. 같은 책이라도 번역에 따라 읽는 맛이 다르니 이 또한 즐겁지 않겠는가.

아, 기사를 마무리하는 중에 이학사 강동권 대표의 문자가 전송됐다.

'오는 7월 23일 가네코 후미코의 91주기 추도식이 열립니다. 그래서 그날 오전 11시부터 문경의 박열기념관에서 추도식과 추모기념 워크숍을 엽니다.'

박열 의사 기념관(이사장 박인원)에 따르면, 가네코 후미코 91주기 추도식은 박열 의사 기념공원 한편에 있는 그의 묘소 앞에서 열린다. 추도식인 1부에는 배우 최희서씨가 추모 헌시를 낭독할 예정이다. 2부 '공유의 시간' 워크숍에서는 '가네코 후미코가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주제로 토론회도 진행될 거라니 관심있는 독자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 http://www.parkyeol.com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 일본 제국을 뒤흔든 아나키스트 가네코 후미코 옥중 수기

가네코 후미코 지음, 정애영 옮김, 이학사(2012)


태그:#박열, #가네코 후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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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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