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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장 초청 CEO조찬간담회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장 초청 CEO조찬간담회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 대한상공회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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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가 분명히 할 수 있었던 일이 있었는데도 하지 못했던 것들이 많습니다."

조근 조근 설명을 이어가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갑자기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딱 두 차례였다.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를 거론하면서 공정위가 그동안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 부분을 언급한 대목에서였다. "공정위가 할 일 안 했다"는 비판에 대한 공정위 수장으로서의 자기 반성이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7일 오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CEO조찬 간담회를 가졌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공정위 전속 고발권 폐지와 관련해, '즉각적인 폐지'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전속고발권, 한꺼번에 폐지하기는 어려워"

김 위원장은 "공정위가 열심히 잘 안 해 온 측면이 있어서 많은 국민들이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누구나 고소고발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공약에도 들어가 있다"면서 "그러면 지금 단계에서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까"라고 되물었다.

이어 "전속고발권 폐지 이렇게 하나의 이슈만으로 접근해서는 합리적인 결론을 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공정위가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잘 하고 공정위의 행정 규율과 시장에서의 민사 규율이 잘 작동한다면 모든 문제를 검찰에 맡기는 요구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전속 고발권 폐지에 대한 질의 응답에서도 "전속고발권이 적용되는 법률은 6개가 있고 6개 법률 특성이 다 다르다"면서 "한꺼번에 폐지하는 방식으로 가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게 공정위 판단이고 국정 기획자문위도 아마 비슷한 생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의 전속고발권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도 "그 변화를 급격히 하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합리적 보완대책 마련하면서, 전체 수단의 합리성을 감안하면서 갈 것이고 이는 공약 후퇴 아니다. 공약의 합리적 실천이라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공정거래법상 기준과 대상, 획일적이어서 효과 못 내"

그는 현재 공정거래법 상의 획일적인 정책 대상 선정과 기준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마다 사정이 다른데, 이를 규율하는 기준은 획일적이어서 제대로 된 정책 효과를 내지 못할 때가 많았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자산 5조원 이상 60개, 10조원 이상 30개 그룹이고, 그 안에 보면 규모 차이도 크고 각 그룹마다 사업 영역에 따라 특성도 다르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일정 기준을 정책 대상으로 정하고 규제 기준도 획일적으로 정하면 과연 합리적 결과를 가져올까 이런 것에 대해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30개든 60개든 적용대상 그룹을 놓고 보면 규제 기준이라는 게 평균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평균에 갖다놓으면 큰 그룹들은 규제 효과가 없고 하위 그룹은 과잉규제가 되는 이런 상황 속에서 규제 기준을 후퇴시키는 이런 것들이 개혁 실패를 자초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하도급과 프랜차이즈, 대리점 등 실태 분석 통해 접근"

김 위원장은 18일 가맹사업에 대한 공정위 차원의 종합 대책이 발표될 것이라면서, 하도급과 프랜차이즈, 대리점 등 다른 분야에 대한 추가 대책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갑을병 문제가 나타나는 게 크게 보면 하도급, 프랜차이즈, 대규모 유통업, 대리점 등 크게 네가지 영역이 있는데. 이 네 가지 영역이 특성이 다르다"면서 "공정위에선 갑을문제, 갑을병 문제에 대해서 네 가지 영역별로 아주 정확한 실태분석을 기초로 합리적 접근 방법으로 접근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대한상공회의소에 대한 역할론도 주문했다. 대한상의가 회원사의 이익을 공정하게 대변하는 이익단체의 역할에 더해, 회원사들에 대한 자율적 규제 기구로서의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사업자단체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라며 운을 뗀 그는 "사회와 시장에 어긋나는 기업들을 시장과 사회 틀에 들어오도록 하고, 그럼에도 일탈 행위가 있는 회원사에 대해 일정 자율규제를 하는 기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사업자 단체로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선 사업자 단체가 지배 구조를 투명하게 개선할 노력을 해야 할 거라 생각한다"면서 "그렇게 되지 못하면 죄송하지만 전령견이 겪는 불행한 사태가 반복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경고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정부가 각종 규제를 개선하고,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도 대한상의가 정부와 재계간 일종의 가교 역할을 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 자발적 노력, 주어진 시간 많지 않아"

그러면서 기업들의 자발적인 개선 노력을 재차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개별 기업 차원에서 (모범사례) 노력이 확산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자발적으로 고민해주길 바란다"면서  "인내심 갖고 최대한 기다리겠지만 한국경제에 주어진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4대그룹 경영진과 만난 자리에서 기업들의 자발적인 개선 노력을 주문함과 동시에 "시간이 많지 않다"라고 강조했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자신을 둘러싼 언론의 비판에 대해 예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대기업 총수만 만난다'는 일부 언론 비판에 대해서는 "누구든지 만난다"며 적극 해명했고, 국회 상황을 언급하기 앞서 "이런 말을 하면 내일 신문에 날지 모르겠다"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김희용 동양물산기업 회장, 서민석 동일방직 회장 등 이순선 용인상의 회장 등 재계 인사 300여명이 참석했다. 


태그:#김상조,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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